2024-04-25 19:00 (목)
전투는 명장이 지휘해야
전투는 명장이 지휘해야
  • 경남매일
  • 승인 2020.05.0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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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최대 피해국은 미국이다. 전 세계 누진 확진자수 304만 명의 1/3인 102만 명에, 사망자 수 21만 6천명의 1/4인 6만 명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미국에는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있다. 그러나 한국과는 달리 CDC책임자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코로나19 상황브리핑을 하며 기자회견을 한다. 천방지축 나서기를 좋아하는 그로 인해 마치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전문가인 것처럼 보인다. 이를 두고 세계 각국 언론에서는 비판의 논조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홍보전용 매체인 트위터를 통해 정적에 대한 무차별 비난과 함께, 현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주력언론인 워싱턴 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직설적인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다. 그리고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기치로 각종 무역보복 조치를 단행해 교역상대국을 압박하는 등 세계경제질서를 위협하는 강경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코로나19사태로 재선에 위협을 느껴서인지 예측불허의 돌출행동을 일삼으며 좌충우돌한다. 오죽했으면 미국의 지성들이 “2016년 이후 미국의 민주주의는 조종을 고했다”고 탄식했겠는가. 세계 최고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워 안하무인 격으로 터뜨리는 공격성 비난과 극단적인 보복조치들은 마치 나치독일시대 히틀러의 전체주의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평소 영어공부를 위해 매주 스크랩하는 신문고정칼럼에 트럼프 비판 영작기사가 실렸다. 영국의 언론인 피어스 모건이 15년 트위터 지기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편지로 그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 무척 흥미롭다. “도널드에게, 나와 트위터 관계를 끊으셨더군.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표백제를 주입하거나 삼키게 하라고 했다 길래 비난하는 칼럼을 썼더니 화가 나셨나 보네. 오랜 친구의 직설적 표현이었으니 기분이 상하셨겠지. 상처 잘 받는 건 알지만, 좋은 친구라면 자기 파괴적 행동을 하는 친구에게 있는 그대로 비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네. 정 못 받아들이겠다면 우리 우정은 끝나는 건데, 그렇다면 몇 가지 뼈아픈 말로 맺고자 하네”로 서두를 꺼낸 뒤 따끔한 충고의 말을 이었다. “첫째 진지해지게, 둘째 공감과 연민을 가져야 하네, 셋째 언론과 싸우지 말게, 넷째 자화자찬 그만하시게, 다섯째 파벌정치를 중단하시게” 등 다섯 가지를 충고하면서 “내 말에 꼭 귀 기울여주시기 바라네”로 끝맺는다.(윤희영 News English, 조선일보). 얼마나 한심했으면 15년 트위터 지기인 트럼프에게 보낸 편지내용이 언론에 공개돼 클로즈업됐을까.

국가의 중요정책이나 위급사태발생 시 최고지도자의 대국민 성명이나 브리핑은 한두 번이면 족하다. 상세한 상황브리핑은 관련부서 장차관이나 전문가가 해야만 사실 왜곡 없이 정확하게 국민에게 전달되어 문제해결을 위한 신뢰가 구축된다. 천방지축 앞뒤 가리지 않고 자화자찬식 일방적인 브리핑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프로파간다(선전선동)와 다름없다. 그에 비해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슬기롭게 극복한 한국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팬데믹 대처 모범사례로 칭찬받고 있다. 위기상황의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한 예방의학전문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탁월한 대처능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메르스 사태 대처경험이 있는 예방의학 전문가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정 본부장은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동대학원에서 예방의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국립보건원의 보건직 공무원으로 특채된 후 2015년 전 정부 질병관리본부장 재직 시 메르스 사태에 대한 문책으로 물러난 후, 2017년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재발탁 되었다.

흔히 일처리를 잘못할 때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며 힐책한다.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권력유지욕심에서 과욕을 부리다가는 미국 대통령처럼 망신살이 뻗치기 마련이다. 이는 전쟁터에서 명장이 지휘권을 잡아야 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듯이 이번 예처럼 만사에 전문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비전문가를 낙하산식 보은인사로 정부요직에 앉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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