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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레이크`와 `자귀나무`그 합환의 의미
`맨드레이크`와 `자귀나무`그 합환의 의미
  • 경남매일
  • 승인 2020.05.07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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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합환채`에 얽힌 이야기
우리나라 전통혼례 문화의 영향
두 가지 모두 `합환`의 의미 가져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합환(合歡)이란… `결혼` 또는 `남녀의 육체적 사랑 행위`를 말한다.

성경 창세기 30장 14~16절에 보면 "맥추 때에 르우벤이 나가서 들에서 합환채를 얻어 어미 레아에게 드렸더니 라헬이 레아에게 이르되 형의 아들의 합환채를 청구하노라. 14절 레아가 그에게 이르되 네가 내 남편을 빼앗은 것이 작은 일이냐? 그런데 네가 내 아들의 합환채도 빼앗고자 하느냐? 라헬이 가로되 그러면 형의 아들의 합환채 대신에 오늘밤에 내 남편이 형과 동침하리라 하니라 15절 저물 때에 야곱이 들에서 돌아오매 레아가 나와서 그를 영접하며 이르되 내게 들어오라 내가 내 아들의 합환채로 당신을 샀노라. 그 밤에 야곱이 동침 하였더라. 16절"이라고 나온다.

한글성서 번역자들은 레아가 큰 아들 르우벤에게 선물을 받아서 남편을 유혹하는 데 사용한 맨드레이크를 자귀나무(공동번역성서), 합환채 (한글 개역판)로 번역했다.

그러나 성서에서의 이 나무는 자귀나무가 아니다.

성경 한글 개역판의 합환채는 가지과 맨드레이크 속에 속하는 `맨드레이크(Mandrake)`다.

맨드레이크는 지중해연안에서 자라는 다년생 약초로 인삼처럼 생긴 모양이 사람의 형체를 닮았고, 가나안의 산삼(山蔘)이라고 할 정도로 약효가 좋고 또한 그만큼 귀한 식물로 여겨 왔다.

영험한 약물로 여겼던 맨드레이크를 캐어 남자를 닮은 것은 여성에게 팔고 여자를 닮은 것은 남성에게 팔아 치부를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야산에서 가끔 눈에 띄는데, 땅에 납작하게 붙어 자란다. 잎 하나 크기가 아기 머리만 하게 크며 꽃은 보통 보라색이며 열매는 작은 사과처럼 생겼다.

이 맨드레이크는 `사탄의 사과`나 `사랑의 사과`로도 알려져 있었는데 본래 악마의 과일로 여겨졌으며, 최음제로도 정평이 나 있다.

맨드레이크의 뿌리는 과거에 우울증, 불안, 불면증을 치료하는 진정제로, 이후에는 수술용 마취제로 쓰였으며, 나뭇잎은 외과적으로 사용하는 진통제로 쓰여졌다. 뿌리와 나뭇잎으로 만든 차는 처음에는 흥분(initial excitement)을 증진시키다가 나중에는 마비를 일으켜, 최음제로 각광을 받았고 다산(多産)에 일조를 한 바 있다.

맨드레이크의 뿌리 모양새가 사람의 하체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라 마법 의식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왔고 오늘날에도 위카(Wicca)나 오디니즘(Odinism) 같은 독일 이교에서도 쓰이고 있다.

그러면 왜 성경에서 나오는 `맨드레이크(Mandrake)`를 자귀나무나 합환채로 번역했을까? 우리의 전통 결혼에 신랑이 신부를 맞는 친영의 한 절차로 합근례(合근禮)가 있다.

이 합근례 시 합환주(合歡酒)를 마시는데, 그러나 합환주는 `남녀가 함께 자기 전에 마시는 술`의 의미도 지니고 있어 혼동의 우려가 있으므로 `합근주(合根酒)`라고 많이 쓴다. 합근주(合根酒)를 약간의 의미는 다르지만 합환주(合歡酒), 유정주(有情酒), 야합주(夜合酒)라고도 하는데, 이 술(酒)은 자귀나무 꽃잎으로 담는 술이다.

자귀나무를 애정목(愛情木), 야합수(夜合樹), 또는 합환목(合歡木)이라고도 하는데 밤이 되면 50~80개나 되는 잎이 마주 붙어 밤잠을 자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서로 짝이 꼭 맞는 것도 흥미롭다. 부부처럼 다정하게 밤에만 붙어서 자기 때문에 유정수(有情樹)라고도 한다. 그래서 정원수로 신혼부부 방 옆에 심어 놓으면 가정에 불화가 없어지고 이혼을 하지 않으며, 부부사이에 늘 행복해 백년해로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꽃을 야합화(夜合花) 또는 합환화(合歡花)라고 한다. 여름철 꽃봉오리나 꽃을 따서 햇볕에 말리는데, 5월 꽃이 처음 피었을 때 채화(采花)한 것을 합환화(合歡花)라 부르고, 꽃이 피기 전에 봉우리 채 딴 것을 합환미(合歡米)라 부른다.

합환화(合歡花)는 말린 꽃 타래가 둥근 덩어리 모양이고, 목화솜과 비슷하다.

그리고 합환미(合歡米)는 청녹색이며, 꽃이 갈라지지 않았다.

이 합환미(合歡米)로 합환주(合歡酒)를 담고, 합환화(合歡花)로 차를 달여 마신다.

물론 합환화(合歡花)로도 합환주(合歡酒)를 담을 수는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성경을 번역하는 성서학자들이 `맨드레이크(Mandrake)`를 `자귀나무` 또는 `합환채`로 번역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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