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구도심 부활 앞장선 주민들 ‘지역 사랑 미소’
밀양 구도심 부활 앞장선 주민들 ‘지역 사랑 미소’
  • 경남매일
  • 승인 2020.04.2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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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내일동ㆍ내이동ㆍ가곡동 주민협의체 활동 모습.

⑤도시재생 협의체 회장에게 듣는다
도시재생사업은 행정이 추진하지만 사업의 주인은 오롯이 주민이다. 사업은 주민들이 자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에 한정돼 있다. 그 이후는 주민들의 몫이다. 사업의 흥망성쇠도 주민의 역량에 달려있다. 협동에 대한 의미가 퇴색된 현시대에 쉽지만은 않은 과제다. 밀양시는 내일ㆍ내이동과 가곡동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 중이다. 각 사업에는 주민협의체가 구성돼 있고, 주민을 대표하는 회장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이익행, 장봉헌, 박양호 주민협 회장은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누구보다 애착이 많다. 오랜만에 한 곳에 만난 이들의 대화는 사뭇 진지했다. 도시재생의 의미부터 사업 성공을 위해 바라는 점 등을 들어봤다.


“선두주자로서 밀양 위해 활활 불태워야죠”

이익행 내일동 주민협의체 회장

  워크캠프 행사서 성공 의지 새겨
  주민 간 의견 통일 최우선 과제
  주민 자율성 장려 필요성 강조

밀양 출신인 이익행 내일동 주민협의체 회장은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 1995년 다시 밀양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내일동에서 휴대폰 가게, 카페 등을 운영하면서 내일동 도시재생사업 최일선에서 굳은 업무를 해오고 있다.

이 회장은 자타공인 도시재생 민간 전문가다. 내일동 주민자치부위원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17년 밀양시가 주도한 내일ㆍ내이동 도시재생사업 공모 준비에 참여하면서 도시재생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공모 확정 이후 자연스럽게 주민협의체 회장으로 추대됐다.

“밀양의 실질적인 상업 중심지인 내일동은 4~5년 전부터 점포가 텅텅 비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도시재생사업을 만났고 ‘생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껴 4년째 해오고 있다. 밀양 도시재생사업의 선두주자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해 더욱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외국인 대학생들과 함께한 워크캠프 행사에서 사업 성공에 대한 의지와 확신을 가졌다. 그는 행사 마지막 날 진행된 마을잔치에서 늦은 시간까지 마을 주민들과 대학생들이 함께 즐기는 모습에 과거 번성했던 골목에서 느꼈던 활기를 떠올렸다. 이 회장은 앞으로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밀양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밀양 정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밀양 내일ㆍ내이동은 전국에서 독립투사가 가장 많이 활동한 곳이다. 그만큼 밀양사람은 기질적으로 다혈질이면서도 외골수다.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작은 불씨라도 지펴준다면 모든 것을 바쳐 활활 타오르게 할 자신이 있다. 밀양사람은 한다면 한다.”

내년 마무리되는 내일동 도시재생사업은 코로나19 사태로 촉박한 후반기를 보내고 있다. 이 회장도 유례없는 난국을 극복하는 것을 마지막 과제로 삼고 있다.

“주민협의체 회원 대부분이 상인들이라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팜 센터가 7월쯤 오픈을 앞두고 있음에도 주민 역량 강화, 협동조합 조성 등을 위한 계획이 2달 동안 멈춰있어 답답한 마음뿐이다. 최근에야 지원센터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소수 임원진들을 중심으로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 회장은 사업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서는 민관의 소통을 강조했다. 도시재생사업 자체가 평생 사업으로 추진되니 사업 마감일에 쫓기지 않고 서로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진행이 더디더라도 확실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관은 주민들에게 보다 자율성을 주고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은 과제 중 이 회장이 반드시 해결하고 싶은 과제는 주민 간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내일동에는 3개 상인회가 있어 이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중요하다. 아무래도 수입과 연계된 사업이 많다 보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의견이 달라 발목을 잡을 경우가 생긴다. 지금은 미미하지만 큰 갈등을 조장할 수도 있기에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게 저에게 가장 큰 숙제다.”

이익행 회장은 도시재생사업을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 정의한다.

“작은 공동체로 시작해 밀양, 경남, 대한민국 곳곳이 다시 숨 쉬는 사업이라 생각한다. 정말 어려울 때 생명수를 만났고, 의욕을 잃었던 상인들은 지저분한 거리가 활력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한다. 향후 사업이 잘 마무리된 후 관광 활동이 정상화된다면 재 부활의 기점이 될 것을 확신한다.”



“더 나은 내이동 위해 한 발자국 더 걸어요”

장봉헌 내이동 주민협의체 회장

  작년 10월 독자적인 협의체 구성
  동가리신작로 생활가로 조성 총력
  “주민 참여 위한 가시적 성과 필요”

내일ㆍ내이동 도시재생사업은 당초 내일동과 내이동을 아우른 주민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지난해 10월 사업 편의상 내이동 주민협의체가 분리돼 나왔다. 장봉헌 내이동 주민협의체 회장은 이곳에서 최고 연장자로서 솔선수범해 주민들을 이끌고 있다.

밀양서 50년가량 살아온 장봉헌 회장은 내이동 동가리신작로에서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내이동 주민협의체가 새롭게 발족했고 앞서 젊은 회장에 이어 2대 회장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무언가를 배운다기엔 많은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민들, 밀양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순천 등 선진지 견학을 다녀오며 도시재생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원센터의 도움도 많이 받으면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장 회장은 현재 동가리 생활가로 조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구 밀양대학교 앞 좁은 골목인 동가리신작로는 과거 80~90년대 대학생 등굣길로 호황을 누린 곳이다. 이러한 역사를 함께한 장 회장에게 동가리는 특별하게 다가온다.

“밀양대학교가 없어졌어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젊은 층이 대학 시절 추억에 찾아와 장사가 괜찮았다. 그 뒤로는 동가리에 거주하는 젊은 층이 빠져나가면서 죽은 거리가 됐다.”

 정 회장은 동가리신작로가 과거의 향수에만 머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긍정적인 요소는 많다. 항일운동 테마거리로 조성된 해천, 2020년 밀양폴리텍대학 개교 등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 중인 주민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해준다.

 동가리신작로 가운데에 위치한 마을ㄴ관리사무소 1층은 내이동 도시재생사업의 첫 출발점과 같다. 주민들은 오는 8월 이곳에 카페와 빨래방을 열고 사업을 시작한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한 주민 교육과 협동조합 설립 등으로 분주하다.

 지난해 10월 이후 약 6개월간 도시재생사업을 살펴본 장 회장은 주민 참여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 회장은 좋은 예로 동가리 가로정비 사업을 언급했다.

 “내이동 주민협의체가 구성된 후 사업을 적극 추진하려는 순간 코로나19 사태로 주민 간 소통이 움츠러들었다. 이후 주민들에게 사업에 대해 설명해도 어떠한 확신이 없으니 참여하기 힘들다고 답한다. 그런데 최근 동가리내 무질서한 주차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동가리 정비사업’을 명목으로 가게 앞에 화단을 조성하자 주민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자기 집 앞에도 해달라는 부탁도 이어진다. 결국은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보이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정 회장은 동가리 활성화의 조속한 추진을 센터와 시에 촉구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가 이어져야 협동조합 구성을 위한 주민들의 참여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센터 측의 도움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온 과정이 보람차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많이 달라져 큰 책임감을 느끼고 사업을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도 센터와 시의 지원 속에서 주민 협동조합 구성에 힘쓰겠다.”

정 회장은 주민들에게도 양해의 말을 구하면서도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했다.

정 회장은 도시재생사업을 ‘모두가 잘살기 위한 사업’이라고 해석했다.

“나도 살고, 주민도 살고, 다 같이 잘살기 위한 동네를 만들기 위한 사업이다. 그렇게 생각해 사업에 참여했고 주민들도 참여하고 있다. 민관 간 유기적인 소통 역할을 수행하면서 일이 지체없이 마무리되고 경남 제일가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이어지도록 열심히 하겠다.”



“좌절 넘어 가곡동 제2의 도약 이끌 것”

박양호 가곡동 주민협의체 회장

  빨래방ㆍ마을텃밭서 공동체 형성 힘써
  면 마스크 제작 주민 협동심 성장 계기
  행정 실무자ㆍ현장 유기적인 소통 강조


박양호 가곡동 주민협의체 회장은 1990년 밀양에 와 30년 넘게 가곡동을 지키고 있다. 박 회장은 그동안 새밀양로타리클럽 회장, 가곡동 주민자치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주민을 대표해 지역을 지켜왔다. 이제는 협의체 회장으로 가곡동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사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18년 도시재생대학 1기 때에는 설명이 와닿지 않아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관심이 생겨 인터넷, TV 등에서 찾아보니 가곡동에 가장 필요한 사업임을 깨달았다. 곧장 재생대학 2기에 참여해 교육과정을 수료했고 주민협의체 회원들의 추천으로 이 역할을 맡고 있다. 사업 초기이지만 일자리 창출, 젊은 층 참여, 거리 개선 등을 이뤄내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고 있다.”

가곡동은 지난해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되기에 앞서 ‘소규모 도시재생사업 선도사업’에 참여해 작은 빨래방과 마을텃밭이 조성돼 있다. 박 회장은 이곳에서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은 환경단체, 봉사단체 등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외에도 한지공예, 가죽공예 등 전문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참여해주고 있다. 아직 사업 초기 과정으로 갖춰진 하드웨어는 부족하지만 이러한 주민들을 하나로 만드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센터와 연계해 주민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빨래방과 마을텃밭을 활용한 이윤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가곡동 주민협의체는 최초로 면마스크를 자체 제작해 저소득층 등에 기부하며 이름을 알렸다. 아이디어는 주민들과의 대화 중에 나왔다.

“협의체 회원들과 이야기 중에 ‘우리가 마스크를 만들자’는 의견이 모여 3천매가량 만들어 기부했다. 전국 최초로 알고 있다. 이후 적십자사가 부탁하는 등 제작 의뢰도 쏟아졌다. 부득이하게 참여하지 못한 주민들은 음식을 선물로 보내는 등 모두가 하나로 움직였다. 마스크를 제작해 지역에 도움을 줬다는 성취감도 있었지만 주민들 간 협동심이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박 회장은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줄 때 사업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고 한다. 주민들의 지지 속에 협의체 회원들의 화합을 견고히 하면서 하나씩 의논해 도시재생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이를 위해선 주민들에게 더 큰 자율성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부 사업이다 보니 서류상으로 진행되는 예산에 대해 현장에서는 어느 정도 괴리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물품 구입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는 환경이 아쉽다. 주민을 위한 사업이기에 의논한 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되길 바란다. 같은 맥락에서 주민들도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기 의사를 분명히 표명했으면 좋겠다.”

“가곡동 도시재생사업은 제2의 도약이 될 중요한 사업이다. 이 사업이 성공해야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여기서 좌절하면 가곡동은, 밀양은 더 낙후될 것이 분명하다. 주민과 행정 모두 더욱 소통하고 협조를 구하면서 사업을 이끌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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