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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직불제로 환경ㆍ생태계 보전해야
공익 직불제로 환경ㆍ생태계 보전해야
  • 경남매일
  • 승인 2020.04.2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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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창녕사무소장 이재호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로 떠들썩하다. 그렇지만 전 세계를 휩쓸며 엄청난 피해를 안기고 있는 이 지독한 바이러스의 발병 원인과 전파경로는 현재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여러 추측과 가설만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코로나를 비롯해 그동안 유행한 사스ㆍ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의 원인 중 하나가 환경파괴ㆍ기후 변화일 수도 있다고 한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인한 환경파괴와 기후변화로 박쥐 등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야생동물의 서식 환경이 인간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임에 따라 야생동물이 보유하고 있는 이런 다양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됐다고 주장한다.

어떤 주장이든 결국 인간의 과도한 욕심이 스스로 이러한 재앙을 자초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이제 우리 스스로가 생태계를 유지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공익 직불제는 과거 농업을 국민들에게 식량 공급이라는 일차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농업 직불금을 지급하는 것과 달리, 환경 및 생태계 보전ㆍ농촌 경관 보전ㆍ도시인들에게 휴양지 제공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농업 생산량에 비례해 농업인들에게 직불금을 지급하던 기존의 직불 제도에서 벗어나, 생태계 보전을 위한 농지 기능 유지, 자연환경 보호를 위한 농약 허용 기준 및 비료 사용 기준 준수, 영농폐기물 수거 등 마을공동체 활동 참여, 생태교란 생물 반입 금지, 농업인 기본 교육 이수 등 농업인이 공익증진을 위해 지켜야 할 다양한 의무를 준수해야 직불금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이다. 농업인이 준수해야 할 의무가 늘어난 것에 비례해 지급되는 직불금도 크게 증액됐다. 2020년 공익형 직불제 예산은 2019년 직불제 예산(1조 7천억 원)보다 70% 인상된 2조 4천억 원을 예산으로 확보했다.

농업은 국민들에게 단순히 먹거리 제공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ㆍ생태ㆍ경관 등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다원적 기능을 띠고 있다.

지금껏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농업이 발휘하는 이러한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이 농업ㆍ농촌에 기대하는 바도 크다. 우리의 농업ㆍ농촌이 단순히 식량을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물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EU는 이미 1992년을 전후해 경작지 면적에 비례해 직불금을 지급하는 기본 직불제 이외에 기후와 환경에 이로운 농업 활동을 하는 농업인을 지원하는 녹색 직불제를 운영해왔다. EU가 7년간(2014~2020년) 배정한 전체 농업예산의 72%가 직불제 예산(382조 2126억 원)이다. 연간 직불제 예산 규모는 약 53조 4562억 원이다. 평균적으로 농가 소득의 절반 정도가 직불금일 정도로, 직불금은 농가 소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대신 농업인이 지켜야 하는 법정의무가 상당히 까다롭다. 무분별한 농약ㆍ비료 등 사용 금지, 농업 활동으로 인한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금지 등 농업인들은 EU가 법률로 정한 공중보건ㆍ동물복지ㆍ환경보호 등 13개 의무사항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공익 직불제 도입을 통해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려고 한다. 우리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물려주고 인간에게 더 이상 이러한 끔찍한 재앙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의 농업ㆍ농촌을 잘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민들은 농업인들의 영농활동의 공익적 가치를 충분히 인정해 주고, 이에 부응하여 농업인들은 본인들에게 부과된 각종 환경보전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은 어느 한쪽에게만 기대해서는 안 되고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농업ㆍ농촌을 물려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농업ㆍ농촌은 소모하는 자원이 아니라 유지ㆍ보전해 다음 세대에 그대로 물려줘야 하는 귀중한 재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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