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5:30 (금)
고추
고추
  • 경남매일
  • 승인 2020.04.22 23: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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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고추

오색실 금줄에

주렁주렁 매달렸네.

담장 넘어

가마솥에 김이 모락모락

산고를 치르며

고통을 참아내는

고통을 참아내는

이를 악물며 새어 나오는

뼈마디 어스러지는

인내의 가는 흐느낌

장독대 위에 정한 수

밤새 울음을 삼킨다

하늘에 빌어

삼신네요 칠성님께 비나이다.

아들 하나 점지해 달라

열 달을 소원했던 염원

고추는 내려지고

사립문 굳게 잠긴 안채

어이 살고 어이 살고

내가 죄인이지 죽어 마땅하지

살아 지은 죄 죽어 저승 가서

조상님 얼굴을 어이 본단 말인가

이집 대는 누가 이을 고

서릿발 같은 할머니의

통곡

그건 어머니를 후려치는

칼날 같은 회초리

아프단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세상에 없는 죄인으로

발걸음도 숨죽여

소리 없는 눈물로 살아온

여인의 한

그 한을 먹고 자란 나

그 한을 세상에 조금씩

풀어내고 있다

그 한 제게 주시고

이제 부디 편히 잠드소서.

<시인약력>

- 패션디자이너

- 동주대학 패션디자인 졸업

- 한국방통대 국어국문학과

- 수필부분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대상

- 국민연금 전국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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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재선 2020-04-26 15:43:50
위로드립니다

李明國 2020-04-26 14:30:25
응원합니다

장기양 2020-04-26 14:07:31
문장 하나 하나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심오한 삶의 결정체여서
잔잔한 감동을 자아냅니다.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기대하오며 더욱 정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