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오색실 금줄에
주렁주렁 매달렸네.
담장 넘어
가마솥에 김이 모락모락
산고를 치르며
고통을 참아내는
고통을 참아내는
이를 악물며 새어 나오는
뼈마디 어스러지는
인내의 가는 흐느낌
장독대 위에 정한 수
밤새 울음을 삼킨다
하늘에 빌어
삼신네요 칠성님께 비나이다.
아들 하나 점지해 달라
열 달을 소원했던 염원
고추는 내려지고
사립문 굳게 잠긴 안채
어이 살고 어이 살고
내가 죄인이지 죽어 마땅하지
살아 지은 죄 죽어 저승 가서
조상님 얼굴을 어이 본단 말인가
이집 대는 누가 이을 고
서릿발 같은 할머니의
통곡
그건 어머니를 후려치는
칼날 같은 회초리
아프단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세상에 없는 죄인으로
발걸음도 숨죽여
소리 없는 눈물로 살아온
여인의 한
그 한을 먹고 자란 나
그 한을 세상에 조금씩
풀어내고 있다
그 한 제게 주시고
이제 부디 편히 잠드소서.
<시인약력>
- 패션디자이너
- 동주대학 패션디자인 졸업
- 한국방통대 국어국문학과
- 수필부분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대상
- 국민연금 전국 우수상
저작권자 © 경남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