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1:32 (토)
총선 당선인 매니페스토 정신 새기며 일하길
총선 당선인 매니페스토 정신 새기며 일하길
  • 강보금 기자
  • 승인 2020.04.22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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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자 강보금

제21대 총선이 무사히 끝을 맺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국민의 정치 참여 의식과 더불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한국의 보건 능력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선거였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른바 `깜깜이 선거전`이 펼쳐졌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선거운동은 최소화됐다. 또한 대면 유세가 어려워 각 정당은 공천과 지원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와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우리 손으로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국민의 소망이 한 표 한 표 모여 이와 같은 결과를 냈다. 그러나 내가 뽑은 국회의원이 내 마음대로 조종 가능하다면 모르겠지만 이제 국민의 손을 떠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럴 때 현대에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 가능한 공간이 바로 온라인상에 있는 `국민청원` 시스템이다. 현대판 신문고라 불리는 국민청원은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공식 아젠다로 취급돼 정부의 답변을 직접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민식이법` 같이 법의 타당성을 논할 경우에는 삼권분립의 취지에 의해 한계성을 띠고 있다. 이때 우리가 알아야 할 운동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매니페스토 운동`이다.

매니페스토의 어원은 라틴어의 마니페스투스로 `증거`, 또는 `증거물`이란 의미로 쓰였다. 이 단어가 이탈리아어로 들어가 마니페스또가 되면서 `과거 행적을 설명하고 미래 행동의 동기를 밝히는 공적인 선언`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즉 매니페스토란 과거의 잘못된 행적을 솔직히 반성하며 새로운 미래를 위한 구체적 약속을 공개적인 방식으로 책임성을 담아 문서로 선언하는 것이다.

특히 선거 매니페스토는 출마자가 과거에 당을 여러 번 옮겨 다닌 `철새` 정치인이었다면 그 불가피한 이유를 설명하고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공약한다든가, 과거에 어떤 비리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으면 그 경위를 밝히고 앞으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고백과 함께 가치와 철학,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매니페스토 도서나 매니페스토 공약서에 담아서 유권자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선거 매니페스토 운동은 정책공약을 만드는 과정부터 실천하는 과정까지 상시 소통을 통한 시민들의 의사 반영을 가장 중요시한다. 따라서 선거 과정에서의 정책공약이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와 함께 당선자 이후에도 실천과정에서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며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이번 선거는 특히나 IMF 금융위기보다 더 큰 어려움을 안겨준 코로나19 사태의 회복 가능성을 점치는 선거였다. 국민들 대다수의 삶이 더욱 어려워졌으며 일자리 문제와 먹거리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또한 교육 및 문화 분야에서도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17대 대통령의 공약은 92개, 민선 4기 광역단체장 16명의 공약은 1천8개, 230명의 기초단체장 공약은 약 8천 개 등이었다. 현재 19대 대통령의 공약은 347개가 등록돼 있다. 이번 제21대 총선에 당선된 경남의 국회의원들만 보아도 의원 당 약 50~60개의 공약을 내걸어 800~1천 개가량의 공약이 경남도민과 약속돼 있다.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정책공약을 선거의 표를 얻기 위한 쇼였다면 이는 응당 응징해야 마땅하다.

투표율만큼이나 국민의 정치의식이 높아졌다. 이제는 `혜택은 늘리고 부담은 줄이겠다`는 타당성 없는 공약이나 백화점식 나열 공약, 또 철새 정치인의 횡포와 정략, 개인의 이해가 앞서는 술수 정치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매니페스토 개념이 성립될 1834년 무렵 영국 보수당 당수인 로버트 필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은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공약의 이행은 국민과의 약속이자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갈 나라의 자금을 사용하는 중대한 업무이다. 이를 가슴 깊이 새기고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입성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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