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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 경남매일
  • 승인 2020.04.1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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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광수

세대 차(generation gap)는 인간관계에서 트러블이 생기거나 조직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견해차로 접점을 찾지 못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사고나 인식 차이로 의사소통에 장애가 생길 때 흔히 세대 차를 느낀다고 말한다. 세대 차에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나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각 세대가 갖고 있는 생각과 인식의 차이는 지식 유무, 빈부격차,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작용한다. 소위 깬 사람이라는 엘리트 계층이 꽉 막힌 소리나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나이깨나 들었다고 무조건 보수 편만 드는 꼴통보수나, 젊다고 저항 일색인 앙팡테리블을 보면 세대 차를 이해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세대 차에 대한 인식은 개인이 성장한 주변 환경이나 국가 사회가 형성해온 문화 관습에 의해 고착화된 사회적 통념에 의해 좌우된다. 농경사회-산업사회-지식정보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인식의 변화는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간극이 더 넓어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 생물학적으로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느려져 적응성의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지식 정보 시대를 맞아 IT 산업의 발달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구세대와는 달리 적응성이 빠른 신세대와의 차이는 피할 수 없다.

얼마 전 CEO 연구소장 김성희 씨가 펴낸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를 읽은 적이 있다. 저자는 삼 세대의 의식구조와 사고 패턴, 각 세대가 처한 시대적 고민과 현상, 세대 차를 극복하는 방법론을 사례를 들어가며 서술해 놓았다. 그의 분석 유형을 보면 무척 흥미로우면서도 한편 대립적 시각으로 세대 차를 설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대 차의 근원은 상호 대립적 관점의 부정적 접근 내지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필자가 보는 세대 차의 관점은 대립적 시각이 아닌 한 인간이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습관화된 인식 변화의 일반 현상으로 본다. 따라서 세대 차를 의식적 사고의 고착 현상으로 인식하면 극복 불능의 계층 괴리로 굳어져 수용 불가 타협 불가라는 대립 현상만 지속될 뿐이다.

신세대들은 나이 든 불통 세대를 일컬어 `꼰대`라고 부른다. 꼰대의 대상은 무차별적이어서 부모도 포함된다. 한술 더 뜨면 `일베`로 치부된다. 이는 신세대가 갖는 구세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편견에서 비롯됐다. 구세대의 신세대에 대한 인식 또한 이에 못지않다. 그들의 눈에 신세대는 무례하고, 철부지이며, 무 개념적 존재이다. 하는 짓마다 맘에 들지 않아 훈계하려 든다. 자기들은 스마트폰 앱 하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애송이 니들이 뭘 아냐` 식이다. 신세대들이 보기엔 말 같잖은 황혼연설 같아 우이독경으로 무시한다. 이는 신ㆍ구세대가 상대를 성장 과정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타협 불능의 배타적 인식 즉, 편견에 근거해 상대를 이해하려는 생각이 1도 없기 때문이다.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저자는 이 삼 세대를 돈키호테형, 햄릿형, 로빈슨 크루소형으로 분류해 설명한다. 베이비 붐 세대인 돈키호테형은 막무가내 밀어붙이기식이다. X세대인 햄릿형은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는 어중간한 회색분자 형이다. 밀레니얼 세대인 로빈슨 크루소는 모험적인 도전 형이다. 이는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의식 형태이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했지만 세대 간의 갈등이 첨예했다. 이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국토분단이 배태한 이념 갈등 때문이다. 센 세대가 겪은 전쟁 후의 배고픔을 신세대가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섭섭함이 구세대의 의식 저변에 깊게 깔려 있다. 신ㆍ구세대에 낀 세대는 자기희생을 강요한 센 세대에 대한 원망과 그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신세대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신세대는 자신들을 이해 못 하는 센ㆍ낀 세대의 불통을 성토한다. 이런 이질성과 갈등에만 핀트를 맞추면 세대 차 해소는 요원하다. 다름을 외면하는 것도 같음을 강요하는 것도 대안이 아니다. 세대 차는 `공유`라는 폰팅 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 각 세대가 성장 과정상의 인식 변화를 수용하는 공감대가 형성될 때 세대 차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생로병사의 인생행로는 결코 거역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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