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9:43 (목)
자비도 없는 선거 결과에 전율하다
자비도 없는 선거 결과에 전율하다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0.04.17 03: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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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역대급

압승으로 조국 사태나

울산 하명수사, 신라젠 의혹 등

현 정권서 불거진 여러 사건이

진실에 접근하기도 전에

멈춰 서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편집국장 류한열

투표 결과는 유권자의 수준을 말한다. 정치인은 국민의 정치 수준을 넘지 못한다. 거꾸로 말하면 국민의 수준이 정치인의 수준을 만든다. 헷갈리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이번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과반 압승을 안긴 결과는 미래통합당의 미래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상식조차 없고 자비도 없는 몰표에 많은 사람들이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이번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갖다 댔지만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 펼쳐지리라고는 예상 못 했다. 선거운동 막판에 범여권이 180석을 얻을 것이라는 예측이 튀어나왔지만 촉새의 입바른 소리인 줄 알았다. 현실은 더 무서웠다. 국민의 소리에 광기가 서려 야당의 씨를 말렸다. 민생당은 소생하지 못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우리나라 정치는 여야가 균형을 잡아야 바른길로 간다. 여당 압승의 결과를 여당이 잘한 점에서 원인을 찾기보다 야당의 못 한 점에서 찾는 게 현명하다. 야당을 무자비하게 몰아붙인 민심이 혹독하다. 앞으로 4년 동안 우리 정치는 브레이크 없는 차처럼 과속 질주할지도 모른다. 아마 국회에서 제한속도 110㎞ 고속도로를 시속 150㎞로 달리는 벤츠를 볼 개연성이 높다. 국회에 속도위반이 공인되는 이상한 트랙이 생겨날 게 뻔하다. 이런 모습은 월요드라마보다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월요드라마는 매회 재미를 더하지만 국회 드라마는 에피소드마다 여당의 독주로 싱겁게 끝날 것이다. 이런 무덤덤한 스토리에서 국민은 정치에 무관심을(재미가 없어 TV 채널을 돌리듯) 보이는 경우가 잦아지고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니 어쩔 수가 없다는 체념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

`당신의 한 표가 역사가 된다`고 선거 전에 유권자를 투표장에 몰기 위해 언론에서 떠들었다. 이번 총선은 투표율이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권자 66.2%가 거침없이 야당의 싹을 잘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 펼쳐진 선거라서 그랬을까. 투표장에 들어가면서 발열 체크를 하고 비닐장갑을 쓰고 기표를 해서 그럴까? 또 아니면 이번 선거의 모든 이슈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녹여버려서 그랬을까? 미래통합당이 아직도 탄핵의 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어 참담한 결과를 맞았을까? 세월호라는 금기어를 내뱉은 후보의 말이 화근이 됐을까? 이번 선거는 두고두고 미스터리로 남을 요소가 많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상식이 된 지 오래다. 무엇이든 일상에서 자주 접하면 이상한 나라가 눈앞의 나라가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일은 상식이다. 밖에 나갈 때 제일 먼저 찾는 게 마스크다. 현재 길거리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평범한 일상을 만든다. 우리 정치판에서 여당 독주가 상식이 될 날이 왔다. 여당이 정치를 주무르고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정책이나 법안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 전제주의가 상식이 될까 두렵다. 특히 여당은 국민이 무소불위의 칼을 쥐여줬다고 믿고 날뛸 게 뻔한데도 들이댈 말이 막힐 수 있다. 수준이 낮은 유권자가 만들어 놓은 국회 판에서 무력이 상식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역대급 압승으로 조국 사태나 울산 하명 수사, 신라젠 의혹 등 현 정권서 불거진 여러 사건이 진실에 접근하기도 전에 멈춰 서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국민의 표가 민주당에 쏠렸다고 실재하는 의혹까지 먼지 털듯 하라는 건 아니다. 윤석열 검찰이 죽어야 문재인 정권이 산다는 말이 벌써 나온다. 국민이 만든 기울어진 정치 구도에서도 진실만은 살아서 소리를 내기를 바랄 뿐이다. 국민의 수준이 정치인의 수준을 만드는 현실에서 정치적 진실을 찾기는 어렵다. 절대적 진실이 상대적 진실이 안 되기를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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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20-04-22 09:08:27
스스로 선택한 무덤을 어찌 거부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