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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당선자와 정치 탈권위
21대 총선 당선자와 정치 탈권위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0.04.16 0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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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김중걸

우여곡절 끝에 제21대 총선이 끝났다. 당선과 낙선으로 갈리는 잔혹한 승패의 이면은 권력의 달콤함과 패배의 쓴맛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낙선자에게는 꽃(花)이 아닌 불(火) 지옥과 다름없다. 당선의 달콤함은 4년간 이어지지만 낙선의 상처는 불도장(火印)처럼 평생에 남는다.

당락의 차이는 천양지차다. 군에서 장성 진급과 영관급인 대령과의 차이 또한 천양지차다. 한 계급 차이지만 대우와 혜택, 특전은 100가지가 넘는다고들 한다. 장군이 되면 육군의 경우 22개 병과에서 제외돼 모든 병과를 통틀어 지휘할 수 있게 되는 실로 엄청난 예우와 특권을 누리게 된다. 이 때문에 장성진급은 하늘에 별 따기로 불린다.

국회의원 또한 장성 진급보다 더 큰 예우와 특전, 특권을 누린다. 2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국민의 대변인치고는 너무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직업으로서는 최고의 직업이라는 말들이 회자된다.

오죽하면 "한번 금배지에 맛 들이면 그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마약과 같다"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한번 정치병에 걸리면 헤어나지 못하고 패가망신한다는 웃픈 얘기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변칙적인 비례대표 제도를 파고든 비례정당이 35개에 달하면서 비례대표 후보도 300여 명에 달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총 47개 비례대표 의석을 놓고 볼 때 경쟁률은 6.64 대 1이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비례대표 경쟁률(3.36 대 1)의 두 배 수준이다. 정치 낭인을 두 배 이상 키운 셈이다. 자칫 정치꾼만 난립하고 득세하는 세상이 될까 두려울 지경이다.

이제는 우리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 기득권, 권위, 특권을 모두 내려놓아야 할 때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공언을 수없이 했다. 그러나 그들의 공(公)약이 공(空)약이 되듯 공(公)언도 공(空)언이 되고 말았다.

선거철만 되면 국민과 시민사회, 언론에서 "우리 정치도 스웨덴의 정치를 배워야 한다"며 탈권위, 특권 내려놓기 등 정치권의 변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치권은 쇠귀에 경 읽기 정도로 치부하고 언제나 그랬듯 선거가 끝나면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이제 우리 정치도 정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시대적 당위성과 대명제 앞에 놓여 있다. 정치는 초당적 자세로 경청과 통섭의 정치로 나아가야 함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세계 대유행(팬데믹) 코로나19 즉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가 인간 생명은 물론 기존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을 블랙홀처럼 집어삼키는 지구의 무법자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번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정치인들의 지도력 부재와 당리당략에 경도된 민낯 노출에 환멸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분배`라는 학문적 정의와 함께 "국가의 운영 또는 이 운영에 영향을 치는 활동"이라는 정의가 있다.

정치는 또 다른 말로 `수기치인(修己治人) 즉 자신을 닦은 후 남을 돕는 것이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 곳곳은 미성숙 정치와 지도자의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로 진정세에서 다시 악화로 치닫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지도력 부재는 그들의 국민에게는 큰 재앙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정국에서는 정파, 진영논리, 편 가르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을 알게 했다. 권위나 특권이 아닌 보편적 인류애와 국민의 일체감과 동질감이 코로나19 극복에 큰 원동력이 됐다.

우리의 코로나19 극복은 오롯이 의료진 등 국민의 힘으로 일궈낸 성과다.

우리 정치가 탈권위와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속으로 들어올 때 진정한 통섭의 정치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21대 총선을 하루 앞두고 신문 1면을 장식한 국회의원 `금배지` 사진 기사를 보고 느낀 점은 우리 국회의원의 상징이 권위의 표상과 같은 배지라는 게 참으로 실망이다.

굳이 배지가 상징이 된다면 금배지가 아닌 탈권위적이고 친환경적이고 풀뿌리 민주주의적인 초록색 배지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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