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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쇼크 이후의 세계
팬데믹 쇼크 이후의 세계
  • 경남매일
  • 승인 2020.04.13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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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광수

코로나19의 전 세계 감염자 수가 170만 명에 이르러 10만여 명이 사망했다. 한국은 현재 1만 4백여 명 감염에 2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하루 50명 이하로 신규 감염자 수가 감소해 방역 대책이 성공적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229개국 중 214개국에서 감염환자가 발생했는데, 미국, 유럽, 이란, 인도, 남미, 러시아, 일본 등지에서는 아직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미증유의 대혼란 속에서 팬데믹 이후의 세계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쇼크 이후의 세계는 엄청난 변화의 물결을 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일상화된 생활방식, 직업, 일의 형태, 놀이문화, 정치권력구조, 국가 및 기업 운영 시스템, 교육제도, 산업구조 등이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월 26일~28일 `팬데믹은 우리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주제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각계 전문가들은 정치, 헬스케어, 가정, 직장,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상되는 변화에 대해 폭넓게 조망했다.

우선 먹고사는 일인 직장 생활이 재택근무와 현장 근무가 구분된 형태로 변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IT 등 첨단산업 분야에 근무하는 직장인의 25%가 직장으로 유턴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럴 경우 거주공간의 구조도 직업과 가사와 육아가 한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다. 아마 눈치 빠른 건축업자라면 내년부터 짓는 아파트는 재택근무에 적합한 새로운 구조로 설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개학이 연기돼 온라인 강의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 이제 교육시스템의 혁명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스마트 기기 보급과 온라인 강의가 일선 학교에 보편화되고, 대학도 인강으로 이수한 학점과 현장실습으로 졸업하는 노 캠퍼스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다.

지금까지 의료계의 반발로 지연된 원격진료 시스템 구축도 본격화될 것이며, 진료-처방-치료-경과-완치까지 병원 내원 없이 스마트폰 쌍방 화상 응답 서비스로 해결될 것이다. 앞으로 스마트폰은 이름 그대로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편리한 필수 도구로 더욱 그 영역이 확장될 전망이다. 또한 각종 회의나 행사 등도 화상으로 개최하는 것이 보편화 일상화되고, 헬스케어 시스템은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교훈 삼아 예방의학 분야에 중점을 두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범 국제공조 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력구조는 작은 정부형태에서 큰 정부 즉, 중앙집권적이면서도 자주적 지방분권이 강화된 형태로 변할 것이다. 각종 재난의 범 지구적 신속 대응을 위해 각국이 추진한 팬데믹 대처 방법을 공유해 국제 표준화된 대응 매뉴얼이 개발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서방국가에서 우려했듯이 한국의 감염자 위치 추적 정보 공유가 사생활 침해라는 논란이 있었다. 이런 위급상황에서 사익과 공익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 현상을 어떻게 최소화시킬 것인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세계적인 석학들은 AI 시대를 맞아 정보독점에 의한 새로운 전체주의 내지 독재정치가 출현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것은 조지 오웰이 그의 소설 <1984년>과 <동물농장>에서 묘사했듯이 `개인이 누군가에 의해 감시받고 희생당하느냐 자기 스스로 희생하느냐`의 차이에 대해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코로나 팬데믹이 몰고 온 큰 흐름은 서양 브랜드의 몰락과 함께 오리엔탈리즘의 급부상이다. 코로나 팬데믹 대처에 성공한 한국, 싱가포르, 대만의 동양식 민주 사회 경제체제가 보인 강점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 산업계도 AI 기술을 접목한 한국의 재난 대응처럼 4차 산업혁명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팬데믹 이후 미래 문명 표준은 뉴 노멀(New Nomal)로 스마트폰의 확장 세계인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사라예보의 총성이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고, 일본의 진주만 폭격이 2차 세계대전을 촉발했듯이, 코로나 팬데믹이 몰고 온 대재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당기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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