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태풍 등 천재지변은 수천 년 인류 역사 동안 꾸준히 우리를 괴롭혔다. 감염병도 마찬가지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6천만 명)이 사망한 흑사병, 20세기 1차 세계대전 당시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가 전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여 있는 21세기, 코로나19는 불과 4달여 만에 전 세계로 퍼졌다. 코로나19 확진자는 12일 기준 176만 명을 넘어섰다. 3월 12일(5만 6천 명)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 확진자는 3천 배 증가한 수치다. 누적 확진자가 52만 명을 넘어선 미국이 피해가 가장 심각하며, 스페인ㆍ이탈리아도 16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산 규모와 달리 코로나19의 최종 인명피해가 과거 감염병들을 넘어설지는 미지수다. 보다 발달한 의학과 의료 체계는 상당 부분 극복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WHO가 코로나19를 `인류 역사상 최초의 통제 가능한 펜데믹`이라 밝힌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방역 모범사례로 꼽히는 우리나라의 확진자 발생 추이는 지난 5일 81명 발생 이후로 7일 연속 50명 안팎으로 발생하다 차츰 감소하는 추세다. 12일 기준 완치 환자도 7천368명으로 전체 누적 확진자의 70%를 차지한다. 이처럼 안정세가 갖춰지자 정부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이번 주 중 생활방역체계 전환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생활방역체계 시행은 오는 19일까지 시행되는 고강도 거리두기의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세부 조건은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50명 이하 유지, 감염 경로 불명확자 5% 미만 유지, 치료환자 절반 이상 감소 등이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일 제1차 생활방역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생활방역체계는 그 누구도 고민해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녹아 있는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한 주간의 국내 코로나19 감염 추이에 따라 정부의 생활 방역체계 도입 여부가 결정된다. 일상과 방역이 조화를 이루는 생활 방역체계로의 전환은 유ㆍ초ㆍ중ㆍ고 개학과 프로스포츠 개막 등 미뤄졌던 수많은 문제가 해소되는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여러 걸림돌을 넘어서야 한다. 우선 12일 진행된 부활절 행사와 15일 열릴 총선 투표에서의 확진자 발생이다. 많은 군중이 밀집하면서 자칫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앞서 발생한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의 악몽이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 12일 도내에서는 전체 교회 2천585곳 중 1천870곳(72%)이 부활절 현장 예배를 진행했다. 단 한 건이라도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생활 방역체계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자체의 특성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10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재양성 판정 사례는 총 111명이다. 아직 재양성 환자에게 감염력이 있는지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 바이러스가 보다 강하다면 정부의 계획에 위험성이 따르게 된다. 이외에도 감염 이후 항체의 형성ㆍ지속 여부ㆍ재감염 예방 여부 등 세부 정보의 확인이 필요하다.
위험도를 완벽히 예측할 수 없기에 감염병 대처는 신중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강력한 방역체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들의 주장처럼 당장의 생활방역체계 시행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지속 추진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방역체계의 장점은 투명성이다. 수많은 사람이 검사를 받고 그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돼 활용된다. 이와 함께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유기적으로 작용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라고 예측한다. 백신 개발 전까지의 사회는 우리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일상이 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적극적 참여로부터 생활 방역체계 전환을 이뤄내 우수한 방역체계와 국민의 협조로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안전한 국가로 작용하는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