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금기의 땅`을 파헤치는 달
4월은 `금기의 땅`을 파헤치는 달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0.04.10 0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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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금기의 땅을 파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거대한 세력이 만드는
금기의 영역에 맞설 힘이
부쳐 헛발질을 하더라도
언론은 꿈틀거려야 한다.

진실이라고 규정하고 접근을
차단하거나 역사의 바른
소리라 해놓고 다른
소리의 씨를 자르는
행태는 지탄받아야 한다.
류한열 편집국장

 

 우리 사회의 한쪽에 드리운 음습한 땅에는 금줄이 쳐져 있다. 그곳에 잘못 들어갔다간 낭패를 본다. 한두 발이 아니고 몸을 던져 그 땅을 휘저으면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주술적인 냄새가 진동하기도 하고 정치적인 주문이 들어간 느낌도 든다. 대명천지에 어두운 세력이 만들어내는 검은 그림자에 속수무책 당하는 허망한 눈길이 넘쳐난다. 이런 일이 2020년 우리 사회에서 버젓이 힘을 쓰고 있다. 비판할 수 없는 땅, 옳고 그름조차 허락하지 않는 땅, 금줄이 쳐진 땅이 신격화되고 역사가 되려고 한다. 과감히 금줄을 끊어야 한다. 금줄을 끊자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큰 문제다.

 경남매일이 오늘 창간 21주년을 맞았다. 척박한 지역 언론의 환경에서 성년의 나이를 넘긴 뒷심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금줄이 쳐진 사회를 바라보면 무능한 언론의 힘을 자성해야 한다. 언론의 이름으로 금줄을 늘어뜨린 땅에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 언론의 책임을 방기했는가, 아니면 금기의 땅에서 내뿜은 주술에 현혹됐는가. 또 아니면 금줄이 쳐진 땅을 바라보고 소망을 품었는가. 세월호는 깊은 바다에서 나와 금기의 땅에 놓여있다. 세월호의 아픔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다. 남은 진실이 있다면 반드시 끌어올려야 한다. 세월호의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말하면 아무 탈이 없다. 유족과 실종자 가족의 아픔은 세월이 흘러도 흩어지기 힘들다. 깊은 아픔을 다 씻으려면 더 오랜 세월이 필요할지 모른다. 4월이면 더 또렷이 세월호의 환영이 돌아다닌다. 하지만 세월호를 두고 진실규명 외 다른 소리를 하면 바로 금기의 땅을 밟는 꼴이 된다. 이제는 금줄을 끊을 때도 됐다. 세월호의 진실을 다시 물속에 빠뜨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 사회에 있는 금기의 땅에 금줄을 치는 주체는 누구인가. 제주 4ㆍ3항쟁, 이승만ㆍ박정희 대통령 평가, 경제 주체 재벌 등에 딴지를 거는 사람은 이단아가 된다. 인과법칙에 따라 사건을 몰아가도 결국의 막다른 골목에 맞선다. 막다른 골목에서 금줄을 늘어뜨린 성역에 들어서면 타당성과 상관없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 공적인 분노를 내세워도 거대한 힘에 맥없이 나자빠진다. 주장의 타당성은 승패와 무관하다. 우리 사회에 진하게 드리운 진영논리에서는 만들어진 금줄을 걷어내기가 힘들다. 한쪽이 금줄을 걸고 금기의 땅으로 만들면 끝이다. 만들어진 금기에 우리 사회는 무너지고 있다. 한쪽의 주장에 따라 금기의 땅이 만들어지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언론은 금기의 땅을 파괴해야 한다. 거대한 세력이 만드는 금기의 영역에 맞설 힘이 부쳐 헛발질을 하더라도 언론은 꿈틀거려야 한다. 진실이라고 규정하고 접근을 차단하거나 역사의 바른 소리라 해놓고 다른 소리의 씨를 자르는 행태는 지탄받아야 한다. 침묵하는 대중을 겁내지 않고 제멋대로 진실과 역사를 재단해 자기 쪽의 세상을 만들려는 술책은 경계돼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을 무조건 민주주의의 적으로 몰아붙여 대한민국 첫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은 깡그리 무시한다. 재벌은 몹쓸 집단으로 만들어 국가 경제에 끼치는 착한 영향은 새 발의 피로 여긴다. 대한민국 건국을 이끈 이승만 대통령을 이야기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재벌의 옹호하면 적폐로 몰리는 세상이다.

 4ㆍ15 총선이 닷새 남았다. 이번 선거에서 금기의 땅을 허물려는 힘이 표로 연결돼야 한다. 옳고 그름은 상관없이 집단의 분노를 힘으로 내세워 선거에서 이기려는 세력은 힘이 빠져야 한다. 말 한마디에 표심이 흔들리는 경박한 사회도 문제지만, 말 한마디를 틀에 꿰맞춰 공격하는 집단의 힘도 무섭다. 이번 총선에서 금줄을 걷어내려는 사람들이 지역구에서 승리하길 바라는 마음이 허허롭다. 창간 21년 주년을 맞아 이 땅에 펼쳐진 금기의 땅을 파 엎는 데 힘을 제대로 써 보지 못했다는 자괴심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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