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1:15 (금)
커피향 따라 예술혼 피어나고 행복은 솟아올라요
커피향 따라 예술혼 피어나고 행복은 솟아올라요
  • 김용락 기자
  • 승인 2020.04.09 0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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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집 & 맛집
김해 카페 ‘캐슬’

권순만ㆍ김선애 부부ㆍ권세현 아들 운영
김해 율하서 정원 갖춘 카페로 인기
가야성 모티브… 20여가지 나무 식재
온실 콘셉트 구조ㆍ모던한 공간 상존

낮에는 활발함ㆍ밤에는 편안함 안겨
지역 예술인 초청 작품 전시하면서
올 연말 작은 음악회 개최 준비 착착
사회적기업 추진ㆍ문화공간 조성 박차
넓게 조성된 정원에 피어난 자목련 사이로 캐슬 건물이 보인다. 김해시 관동동에 위치한 캐슬은 철의 나라 가야의 성을 모티브로 한 카페다.
가족 카페인 캐슬을 운영하는 권순만(오른쪽)·김선애(가운데) 부부와 아들 권세현 씨.
전문 조경가, 풍수지리가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고 조성한 정원은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알맞다.

공간은 담긴 물체, 향기 등에서 느껴지는 오감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형성한다. ‘카페’는 같은 목적으로 운영되지만 하나하나 분위기가 다른 대표적인 공간이다. 카페 ‘캐슬’은 편안함과 활발함의 공존 속에 문화ㆍ예술 지역 커뮤니티 형성에 주력하며 김해 율하지역 명소로 알려져 있다. 당연 커피 맛도 일품이다.

김해 율하에는 넓은 정원을 갖춘 카페 캐슬이 있다. 밀폐된 다른 카페와 달리 열린 공간을 갖추고 있는 캐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 큼지막한 돌로 된 계단을 올라 건물에 들어서니 캐슬을 운영하는 권순만 대표(65)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캐슬은 권순만 대표 부부와 그의 아들이 운영하는 가족 카페다. 커피 로스팅 등 주요 업무는 아들 권세현 씨(39)가 맡고 권순만ㆍ김선애 부부는 시설 관리 등 업무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캐슬은 지난 2018년 6월 문을 열고 운영을 시작했다. 권 대표 가족은 앞서 창원 상남동에서 이탈리아 프랜차이즈 카페를 6여 년간 운영한 바 있다.

캐슬은 1990년대 지어진 별장을 리모델링한 건물이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정원에는 과거 작은 연못이 있었다. 리모델링을 진행했던 전 집주인은 전문 조경가, 풍수지리가, 스님 등의 의견을 모아 정원 조성에 힘썼다. 연못을 덮고 가야의 멋을 담기로 했다. ‘캐슬’이란 명칭은 금관가야 성을 의미한다. 정원 계단 등에 돌과 나무와 함께 철이 혼합돼 철의 나라 가야를 상징하고 있다. 정원 가운데 위치한 소규모 계단은 성지기, 종 등이 자리 잡아 가야성곽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악보를 난간으로 조성키도 했다.

권 대표는 2018년 전 집주인이 리모델링을 진행해 카페 운영을 시작했을 당시 관심을 보여 인수하게 됐다. “카페를 인수했을 때 ‘캐슬’이라는 상호를 변경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전 집주인이 짧게나마 영업을 하고 있었고, 이국적 느낌이 나는 건물 자체와 캐슬이란 이름이 잘 어울려 계속 쓰기로 했죠. 실제 정식 명칭은 ‘castle of the people’로 어떤 한 사람을 위한 성이 아닌 여러 사람들을 위한 성이란 뜻입니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성이라 생각하며 손님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온실을 컨셉으로 한 1층 공간은 지역 동호회 회원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주로 이용된다.
커피 등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받고 만드는 지하 1층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정원 가운데 위치한 계단은 성지기, 종 등과 함께 가야성곽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권 대표 가족은 카페 운영을 시작한 후 정원 조성에 더욱 힘쓰고 있다. 꽃나무와 화초 등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심고 있다. 벚나무 자체도 백벚꽃, 홍벚꽃, 겹벚꽃, 버들벚꽃 등 품종마다 식재돼 있다. 이외에도 매화, 라일락, 차나무, 비파나무, 오죽, 치자나무 등 20여 가지 나무가 정원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캐슬 건물은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구성돼 있다. 입구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지하 1층은 커피 등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받고 만드는 곳이다. 이어 돌계단을 올라가 건물 1층에 들어서면 온실을 콘셉트로 한 확 트인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외부 정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통유리로 따스한 햇살이 들어와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높은 천장 위로는 태양광이 설치돼 있으며, 수많은 화초와 꽃들이 곳곳에 비치돼 있다. 1층 한쪽편에는 주황빛 실내등이 은은하게 퍼져나와 한층 모던한 분위기를 주는 실내 공간이 마련돼 있다. 2층은 예약 시 개방하는 미팅룸이 있고 이외 공간은 권 대표의 아들인 권세현 바리스타의 개인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성악을 전공해 유럽 유학길에 올랐던 권 바리스타는 그곳에서 커피에 관심을 가졌다. “러시아ㆍ이탈리아에서 6년간 유학 생활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커피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게 한국에 와서 이 일을 하게 됐던 계기가 됐죠. 민간자격증밖에 없는 바리스타 자격증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내가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커피’에 대한 공부에 더욱 매진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 운영 당시에 2년간 공부해 회사 내 발리데이션 시험에 합격하면서 인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인기메뉴를 묻자 권 바리스타는 비엔나커피로 알려진 아인슈페너를 추천했다. 권 바리스타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음료는 ‘레몬 모히또’다. 더운 여름철 시원한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메뉴로 정원에 있는 애플민트를 직접 수확해 민트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캐슬은 정원에 있는 각종 과일나무를 메뉴에 많이 활용하고 있다. 커피는 프리미엄급 생두를 취급하며 케냐 AA, 콜롬비아 수프리모,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과테말라 SHB 등 원두를 일정 비율로 블랜딩해 에스프레소를 만들고 핸드드립도 겸하고 있다.

캐슬은 지역 예술인과 함께하는 갤러리 카페다. 권 대표의 딸이 미술을 전공한 것과 별도로 가족 모두 예술작품에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 조해경, 김도형 작가 등 5명의 지역작가가 캐슬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고 역량을 뽐냈다. 권 대표는 갤러리 카페를 단골 확보라는 사업적 측면보다 지역 예술ㆍ문화 증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권 바리스타는 “처음부터 갤러리 카페를 염두에 뒀고 꾸준히 지역 작가들을 초청해 전시를 해오고 있습니다. 전시료를 받지 않아 작가분은 부담 없이 작품을 알리고, 저희도 작품으로 인해 카페 분위기가 형성되는 효과가 있어 서로 상부상조하죠. 그림 작품뿐만 아니라 올 연말에는 지역 피아니스트ㆍ성악가와 협업해 작은 음악회 개최를 준비하는 등 지역 예술 공간 형성에 기여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지역 소규모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캐슬은 예술분야 외에도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인기다. 1층 온실 공간은 대관을 통해 독서회, 시낭독 동호회 등 작은 계모임부터 50명이 넘는 단체까지 수용한다.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할 수 없는 캐슬만의 특징이다.

권 대표 가족은 사회적기업을 통해 캐슬을 한 단계 더 나아가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성화할 계획이다. 사회적기업 선정을 위해 사업체를 법인으로 전환했고 사업 아이템 등 구상을 마쳐 오는 10월 사회적기업 멘토링 사업에 공모 신청할 계획이다.

김해 율하지역은 율하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카페거리로 유명하다. 캐슬은 카페거리로부터 200m가량 떨어져 있다. 권 대표는 캐슬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유일무이하다고 말한다. “카페거리에 있는 커피점은 모두 비슷합니다. 정원이 조성된 곳은 캐슬이 유일하죠. 예스러운 건물도 좋은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대부분 손님들은 이런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좋아 방문하기 때문에 테이크아웃도 거의 없습니다. 율하뿐만 아니라 장유, 김해 구도심 쪽에서 방문하는 손님들도 많습니다. 앞으로 김해를 대표하는 문화 카페로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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