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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통화녹음과 법률상 책임
전화 통화녹음과 법률상 책임
  • 경남매일
  • 승인 2020.04.09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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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김주복

의도하든 아니든 많은 사람들은 전화 통화 녹음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근 주변에서는 전화 통화 녹음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난 세월 이동통신기기의 통화 녹음 기능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데다가, 전화 통화 녹음의 필요성(향후 법률분쟁에서 증거 확보 등)이 점점 증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전화 통화 녹음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화 통화 녹음에 대한 법률상 책임 문제는 크게 형사, 민사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먼저, 형사상 책임으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문제가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3조 1항),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청취할 수 없다(14조 1항), 이를 위반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거나 이를 위반해 알게 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16조 1항)`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그 대화를 하는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 또는 청취해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이다" 고 판시한다(2013도 15616판결).

정리하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이른바 `비밀 녹음`)만 형사처벌 대상이고, 공개된 대화이거나 타인이 녹음에 동의하거나 자신이 대화 당사자인 경우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것이다.

민사상 책임으로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문제가 있다.

민법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750조)" 고 규정한다. 앞서 말한 바대로, 공개된 대화이거나 타인이 녹음에 동의하거나 자신이 대화 당사자인 경우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것처럼 민사상 불법행위책임도 없으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타인의 동의 없이 녹음한 경우는 헌법상 기본권인 인격권에서 파생되는 `음성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되고, 이로 인한 타인의 정신적 고통을 위자해 줄 의무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하급심 재판에서, 손해배상책임을 다룬 사례가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의 교무실에서 "나가라"고 소리치는 동료 교사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피해 사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한 교사(피고)가 휴대폰으로 녹음을 했는데, 동료 교사(원고)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음성을 녹음 당했다며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ㆍ방송ㆍ복제ㆍ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런 `음성권`은 헌법 제10조 1문에 의해 헌법적으로도 보장되는 권리이므로, 음성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음성권이 부당하게 침해된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안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녹음자에게 비밀 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ㆍ이익이 있고, 비밀 녹음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다고 평가받을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봐야 한다. 이 사안에서 녹음된 음성은 원고의 내밀한 사생활에 관련된 것이 아니고, 발언도 공개된 장소인 교무실에서 여러 사람이 듣는 가운데 이뤄져 원고의 사생활이나 비밀 영역을 침해한 것도 아닌 데다가 피고는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소송과 관련해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했다."

즉, 이 경우에는 음성권에 대한 위법, 부당한 침해가 아니라, `사회상규상 용인되는 불가피한` 침해인 경우에 해당(위법성이 소멸) 해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현재 소송법 구조상 민사사건이든 형사사건이든 모든 법적 분쟁에서 증거는 필수적이다(변론주의, 증거재판주의). 증거 없이는 사실인정이 불가능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재판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비밀 통화 녹음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필자가 수임해 담당하는 사건의 증거도 녹취파일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비밀통화녹음의 경우에 자신에게 어떠한 법적인 책임이 돌아오는가를 인식하는 것이 먼저이다. 그런 이후, 이를 감행할지 여부는 각자가 신중히 선택해야 할 문제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The End Does Not Justify The Means)

  -임마누엘 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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