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按酒)는 누를 `按` 술 `酒` 자를 쓴다. 술의 기운을 누룬다는 것은 속을 편안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안주가 좋아야 술도 덜 취하고 속 안 버린다며 삼겹살이나 불고기 등 기름진 안주를 찾는 경우도 있고, 술이 좋으면 됐지 안주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독주 한잔에 김치 한 쪼가리 입에 넣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안주에 대한 고전을 살펴보자.
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星湖 李瀷, 1681~1763년)의 성호사설 제30권 시문문(詩文門) 안주에 `사혼례(士昏禮)의 친영부지(親迎婦至)의 조(條)에, "찬(贊)이 간(肝)으로 따라가서 다 진제(振祭)를 하고 간을 맛본다"했고, 정현(鄭玄)의 주에, `간은 간적(肝炙)이다. 술을 마시면 마땅히 안주[肴]가 있어야 하니, 그로써 속을 편하게 하자는 것이다`했다.
지금 세속이 주효(酒肴)를 안주라 이르는데, 한 나라 시대로부터 이미 이 말이 있었다`라고 나온다. 이 안주는 이미 중국 한 나라 때부터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나라 매승(枚乘)의 칠발(七發)에 초나라 태자가 병에 걸리자 오객이 찾아가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皓齒蛾眉 命曰伐性之斧
(호치아미 명왈벌성지부)
아름다운 여인은 본성을 해치는 도끼요,
甘脆肥醲 命曰腐腸之藥
(감취비농 명왈부장지약)
맛 좋은 주효(酒肴)는 위장을 썩히는 약물이다
여기서 주(酒)는 술이고, 효(肴)는 안주(按酒)다. 그러므로 주효(酒肴)는 술과 안주를 말한다.
중국 북송의 문신 동파(東坡) 소식(蘇軾, 1037~1101)의 전적벽부(前赤壁賦)에 동파의 글이 나온다.
洗盞更酌(세잔경작)
肴核旣盡(효핵기진)
盃盤狼藉(배반낭자)
相與枕藉乎舟中(상여침자호주중)
不知東方之旣白(부지동방지기백)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따르니 안줏거리 이미 떨어지고
술잔과 소반이 낭자했다.
배 안에서 서로 몸을 베고 누운 채 자느라
동방이 훤히 밝아 오는 줄도 몰랐다
이 글에 이른바 "안줏거리 이미 다 떨어졌다"에 당시는 그 이후 밥을 내오고, 밥을 다 먹으면 따뜻한 탕을 내왔다. 수건을 주어서 손을 닦게 하는데, 손을 닦는 방법은 먼저 수건을 물에 적셔서 닦는다.
술을 먹어도 안주를 충분히 먹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조선 후기 김진수(金進洙 1797~1865)의 벽로별집(碧蘆別集) 권4 시 연경잡영(燕京雜詠) `紅鍋肉臭(홍과육취) 붉은 솥에는 고기 냄새나고`라는 시가 나온다.
紅鍋肉臭酒鱗鱗(홍과육취주린린)
붉은 솥에는 고기 냄새나고 술은 찰랑이는데
肴核樽前替幾廵(효핵준전체기순)
술통 앞 안주거리 몇 번이나 바뀌었나
苽菓謂言藏有術(고과위언장유술)
과실은 저장하는 방법이 있다 하니
非時節物簇生新(비시절물족생신)
제철 물건 아닌데도 떨기마다 싱싱하고 새롭네
모든 술자리에는 반드시 먼저 안줏거리를 내오니 곧 과인(瓜仁 오이씨)과 행인(杏仁 살구씨)의 등속이다. 한 접시를 먹고 나면 다시 한 접시를 내와서 으레 탁자 위에 깔린 것이 없다.
요즘 대부분 소주에 삼겹살이나 불고기를 안주로 삼지만 소주의 알코올은 지방을 합성해 삼겹살의 지방이 고스란히 뱃살(지방)로 축적된다. 가능하다면 저지방 고단백 식품인 우렁이, 골뱅이, 닭 가슴살 요리 등이나 과일이나 채소류가 좋다. 배, 오이나 연근은 뛰어난 이뇨 작용으로 소변을 촉진해 주독을 풀어줘 숙취 해소에 좋은 술안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