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5:34 (화)
코로나19 팬데믹과 역병의 역사
코로나19 팬데믹과 역병의 역사
  • 경남매일
  • 승인 2020.04.06 0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설가 이광수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대유형)으로 전 세계가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시가지엔 인적이 드물고 개인의 일상사가 균형을 잃은 가운데 산업현장도 가동률이 급감하고 있다. 적막감마저 감도는 밤거리를 지켜보면서 물질 만능을 맹신한 인간의 만용이 자초한 자업자득이 아닌가 생각된다.

77억 전 세계 인구가 코로나19라는 괴물 같은 바이러스의 무차별 공격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초기에 방심해 환자가 폭증한 나라들은 국경을 봉쇄한 채 코로나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4월 3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백1만 5천 명에, 사망자 수는 5만 3천199명에 이른다. 세계 감염병 전문가에 의하면 앞으로 감염 확진자 수가 2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실 지금처럼 증가세가 계속된다면 2백만 명을 초과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국 우환에서 발생한 코로나는 한국을 강타한 후 유럽의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에서 전체 감염자의 80%를 차지할 만큼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4월 3일 현재 1만 62명 확진에 174명이 사망해 사망률 1.73%로 유럽의 6~11%대와 중국의 4.1%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안정세에 접어든 한국도 외국 유학생 등의 귀국 러시와 함께 국내 요양병원, 교회 등 다중 집회 시설의 추가 확진자 발생으로 안심할 때가 아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미증유의 대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다들 4월 말 경 그 기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세계 역병 전문가들은 1~2년 정도 지속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그 근거로 아직 감염자 수가 적은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 등 의료보건 체계가 미비한 개발도상국들의 감염자 수 폭증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1918년 발생해 1920년에 끝난 스페인 독감의 경우 유럽 인구의 1/3이 감염돼 7천만~1억 명이 사망하고,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10억 명이 감염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사전 예방과 치료 매뉴얼, 방재 시스템을 잘 갖춘 덕분에 진단키트를 신속하게 개발ㆍ보급해 대처함으로써, 각국으로부터 코로나19 대처 모범국가로 인정받게 됐다. 이는 정부와 일선 진료 의료진 및 성숙한 시민의식이 합심해 빚어낸 값진 결과이다.

전염병(역병: 疫病)의 역사는 AD160년대 로마의 안토니누스 역병으로부터 시작된다.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제니퍼 라이트. 산처럼)`를 읽어보면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에게 끼친 재앙이 엄청났음을 알 수 있다. 13가지 역병은 안토니누스 역병, 가래톳 페스트, 무도광, 천연두, 매독, 결핵, 콜레라, 나병, 장티푸스, 스페인 독감, 기면성뇌염, 전두엽 절제술, 소아마비 등이다. 그중 13~17세기 유럽을 강타한 페스트는 수백만 명이 사망할 정도로 피해가 컸다. 그 외 천연두, 매독, 나병, 결핵, 콜레라 감염으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책 결론에서 조금 언급했지만 후천성면역결핍증인 에이즈(AIS)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 창궐해 2004년 490만 명이 감염돼 310만 명이 사망했다. 치료제는 개발됐지만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 전염병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조선 시대 내내 콜레라(호열자)가 창궐해 그 당시 인구의 5%(총인구 50~70만)가 사망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결핵, 장티푸스, 나병 등은 1950~70년대에 기승을 부리던 전염병이다. 그러나 결핵은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 소모성 전염병(consumption)이다. 우리나라의 결핵 감염자 수는 OECD 36개국 중 발생률 1위(10만 명당 70명), 사망률 1위(10만 명당 5명)이다. 후진국형 전염병이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이번 코로나19 전염병은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2016년 지카에 이은 변종 바이러스로 언제 또다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 팬데믹이 발생할지 모른다.

이제 진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잘 해온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 보건위생 수칙을 잘 지켜 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