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6:36 (토)
[외국의 명예기자의 눈]똑같이 불러주세요
[외국의 명예기자의 눈]똑같이 불러주세요
  • 경남매일
  • 승인 2020.04.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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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회현동 통장 오오시마 키요미

 "오오시마~"

 또다, 또.

 여기서도 역시 그렇게 불러 주시는군요.

 여기는 병원.

 건강검진을 받으러 와서 번호표를 뽑아 서류를 작성해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오오시마~~"라고 제 성(姓)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냥 받아들이면 될 것을, 어른답지 않은 저는 조금 기분 나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제 이름은 오오시마 키요미입니다. 7글자니까 한국의 보통의 이름보다 길군요? 그래도, 그래도 말입니다. `오오시마`라고 불러도 되고, 이름인 `키요미`라도 불러도 되니까 다른 한국인 환자들처럼 `님`을 붙여 주시면 안 될까요?`

 이것은 제 마음속 목소리입니다.

 지금 바쁘신 원무과 아가씨에게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 것도 압니다.

 `별것 아니야, 외국인이니까 "안나~", "에르사~" 등 서양인들을 부르는 것처럼 하시는 거겠지요.`

 머릿속에서 중얼거리면서 설명을 듣고 있었습니다.

 결론은 역시 모르시니까…. 모르시니까 `님`을 붙이지 않고 `오오시마~`라고 하시는 거지요, 뭐.

 그래도 시력검사를 해주신 간호사에게 말을 걸어 봤습니다.

 "왜 외국인에게는 `님`을 붙이지 않고 그냥 이름만 부르십니까?"라고.

 아까 그 원무과 아가씨보다는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간호사분은 "우리도 바쁘니…"라고 했습니다. 바쁘니까? 바쁘면 다른 한국 환자들을 `김~`, `박~`, `이~`라고 부르십니까?

 아니지요, 그것은 실례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바쁘니까 그런 신경을 못 쓴다. 아마도 이런 뜻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생각해보십시오. 한국 사람을 성만으로 부르지는 않지요!

 나 자신을 납득시키지 못한 채 마지막 위내시경검사를 위해 앉아 있었습니다. 그 담당 간호사 아가씨도 역시 "오오시마"라고 불렀지만 일본어로 "오나마에 도우조"라고 하길래, 이게 찬스라고 느꼈습니다.

 `이 아가씨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야~, 아마도!`

 "다른 한국 분들에게는 OO 님이라고 부르는데, 왜 외국인에게는 그냥 이름만 부릅니까? `님`을 안 붙입니까?"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아!! 그냥 몰라서요. 죄송해요."

 너무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하니까 오히려 제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요, 몰랐으니까 그렇겠지요.

 알려 드린 후에는 `오오시마님~`이라고 불렸네요. 좋았습니다.

 조금 더 말씀을 드린다면, 혹시 길어서 성과 이름을 다 못 부르시는 경우, 성만이라도 이름만이라도 `님`이든, 일본식으로 `상`이든 붙여서 부르시면 좋습니다.

 혹시 연하인 일본인과 사이가 가까워져서 이름을 부를 때 성만 `오오시마~`라고 부르는 것보다, 이름만 `키요미~`라고 해주시면 더욱 듣기가 좋습니다.

 가끔씩 제 성 `오오시마`를 잘못 보시고 `오오사마`라고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요. 그렇게 부르시면 王 즉, 임금님이라는 뜻이 됩니다. 뭐 기분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이전에 건강검진을 받은 다른 병원에서는 이제 제게 꼭 `님`을 붙여서 불러줍니다. 사실은 그곳에서도 지금과 같은 일이 있어 똑같이 알려드렸습니다.

 "그냥 모르니까 그래서 그렇게 돼 버렸다"는 것이 참 많습니다. 혼자서 기분 상하지 말고, 한마디 알려주면 해결될 수 있는 일도 있겠죠. 제가 반대 입장이었다면 저 또한 말과 행동을 바꾸려고 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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