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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다면 뭐든 별일 아니겠지!
살아만 있다면 뭐든 별일 아니겠지!
  • 경남매일
  • 승인 2020.03.3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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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심리학 박사/독서치료전문가 김성곤

최근 16부로 종영한 JTBC 금토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대한 느낌을 나누려 한다. 나는 직장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주부라서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는데, 우연히 쉬는 날 연속으로 보게 됐다. 꿈을 향해 소신 있게 나아가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였다.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주고 싶다.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을 살펴보면 고아, 이혼가정의 자녀, 첩의 아들, 전과자 등인데 그들이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온다. 주인공 새로이는 `장가`라는 요식기업에 다니는 아버지와 어릴 때부터 둘이 살았다. 새로이는 새로운 고등학교 전학 첫날 학급 친구를 괴롭히는 장 회장의 아들 장근원을 때려서 퇴학을 당하게 된다. 장 회장 아들 장근원은 학교에 외제 차를 가지고 오기도 하고 "내가 학교에서 법이다"라고 말하는데, 장근원은 처벌받지 않고 새로이만 퇴학을 당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화가 났다. 새로이는 퇴학을 당하고 새로이의 아버지 박 부장도 그 일로 퇴직하게 된다.

새로이의 아버지는 요리하는 사람이어서 포차 창업을 준비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어느 날 장근원이 모는 차에 치여 사고로 죽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새로이는 병원으로 장근원을 찾아가 때린다. 그러나 사건은 정원사가 근원의 차를 몰고 나가 사고를 낸 것으로 조작 은폐되고, 새로이는 폭행죄로 감옥살이를 한다. 억울하게 감옥살이까지 하게 되며, 경찰이 되고 싶었던 그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지만, 감옥 안에서도 끊임없이 책을 읽고 꿈을 키워나가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감옥에서 그런 모습을 고깝게 여긴 승권이가 싸움을 걸 때 새로이는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이룰 것이고 나의 가치를 네 마음대로 정하지 마라."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15년짜리 계획을 세우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출소 후 꿈을 이루기 위해 7년 동안 원양어선을 탔고, 모은 돈으로 이태원에 포차를 개업했다. 그러나 장사가 되지 않았고, 엎친 데 덮쳐 종업원 승권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아서 영업정지 2개월 징계를 받는다. 미성년자로 포차에 왔던 조이서는 경찰서에서 새로이의 소신 있는 모습에 반했고 대학 가는 것을 포기하고, 새로이를 도와 포차를 우리나라 최고의 가게로 만들어 새로이의 꿈을 이뤄주려고 한다. 단밤 포차가 잘되자 이를 시기한 장 회장이 그 건물을 통째로 사서 새로이는 권리금도 못 받고 가게를 내주게 되는데, 장 회장의 비겁한 행동은 같은 어른으로서 나 또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이에 새로이는 투자해 둔 주식을 팔아 새로운 건물을 매입하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여서 장사가 잘되지 않았고, 새로이는 자신의 가게만 잘되기보다 다 같이 잘되어야 한다며 이웃의 실내장식 등을 도와주며 함께 살아가려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이서와 새로이의 피나는 노력으로 다시 단밤 포차가 손님으로 가득하게 되고, 이서는 새로이에게 좋아한다,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처음에는 이서의 사랑을 깨닫지 못해서 이서의 사랑을 거부했던 새로이는 온 마음과 머리 가득 이서를 사랑함을 깨닫고 납치 현장으로 이서를 구하러 간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중졸, 전과자였던 새로이는 장가를 인수 합병하고 우리나라 제1의 요식업계 대표가 된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마음은 대가 없이 거저 주는 것이라고, 자유로운 삶을 원했고, 소신 있게 살기를 원했고, 매일 밤 혼자 자야 했던 그 아이, 외로움에 달달한 단밤을 꿈꿨고, 결과와 상관없이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었던 새로이는 당당하게 세상에 나와 아픈 삶을 통과해 자신의 꿈을 이뤘다.

`이태원 클라쓰` 조광진 작가의 철학이 궁금했다. 세상 모두가 나를 몰라도 "나는 내 편이면 돼", "퇴직, 퇴학 이런 거 아무것도 아니야, 살아만 있다면 별일 아니겠지!"라는 대사 속에서 나는 작가의 삶을 향한 엄청난 에너지를 느꼈다. 작가 조광진 자신도 만화가라는 꿈을 향해 엄청난 노력을 한 사람이었다. 공사 현장, 호프집 아르바이트, 공장, 물류 아르바이트, 휴게소 등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나는 자신의 삶이 묻어나는 이런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 가상이 아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기에 그의 작품에는 삶의 절절함이 묻어있다. 조광진 작가는 정식으로 작문을 배운 적도 없고, 만화가이지만 그림도 잘 그리는 편이 아닌데,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성공했다. 작품을 통해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고,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다. 계속 작품을 쓰느라 한 번도 쉰 적이 없다는 그의 인터뷰를 보며 역시 세상의 보편적인 진리를 깨닫는다. 소신껏 정성을 다하면 성공한다는! 그 성공이 세상이 알아주는 성공이 아니라 해도 나 스스로 인정해준다면 그 또한 멋진 성공이다. 다른 사람이 나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야 하며, 내가 이제껏 가졌던 필요 없는 권위와 편견이 있다면 이제는 버려야 한다. 지금도 그 많은 밤을 혼자 지새우고 있을 세상에 많은 새로이들이 제발 용기를 가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살아만 있다면 뭐든 별일 아니겠지!"라고 스스로 주문을 외며 시련 앞에 당당히 맞서는 용기를 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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