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0:43 (토)
의열정신 깃든 옛 도심지, 주민 주도로 부활 꿈꾼다
의열정신 깃든 옛 도심지, 주민 주도로 부활 꿈꾼다
  • 조성태ㆍ김용락
  • 승인 2020.03.30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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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밀양, 변화하는 밀양
④내일ㆍ내이동 도시재생사업

역사 깊은 도심지… 독립투사 다수 배출
90년대 도시확장 여파 급격한 원도심화
밀양 1대 도시재생사업지 167억원 지원

해천 중심으로 호국ㆍ독립 정신 계승
내일동 아리랑시장 중심 문화공간 조성
내이동 동가리골목서 주민 공동체 집중
협동조합 2곳 구성해 사업 결실 기대
밀양시 내일ㆍ내이동 일대에 167억 원 규모로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 주요사업 진행 위치.
내이동 주민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동가리 마을관리사무소.
카페 및 6차 산업제품 판매 공간이 될 밀양팜센터 건설 현장.

밀양은 예로부터 호국ㆍ독립 정신이 깃들어 있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역민 삶의 기반이 됐던 장소에서도 느낄 수 있다. 외곽에서는 표충사, 시내에는 영남루가 대표적인 곳이다. 표충사는 대표적으로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킨 사명대사(밀양 출신)의 충절을 기리는 표충비가 있다. 밀양시 중심을 관통하는 밀양강 절벽 위에 위치한 영남루는 경남을 넘어 우리나라 최고의 누각으로 불린다. 1365년 밀양부사 김주가 중수했으며, 화재로 소실됐다가 1844년 중건돼 그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밀양강과 어울리는 절경 못지않게 누각 내부에는 퇴계 이황, 목은 이색, 문익점 선생 등 당대 문인과 명필가들의 시문현판으로 가득 차 유교ㆍ선비사상이 깃들어 있다. 이 때문일까. 영남루를 중심으로 인접한 내일ㆍ내이동은 가장 격렬한 3ㆍ1 운동이 벌어진 곳이며, 약산 김원봉을 필두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가 태어나고 활동한 동네다. 독립을 위해 몸을 내던졌던 동네는 100년이 지난 지금 가장 뜨거웠던 그 시절 밀양의 얼을 담아내기 위한 과정을 진행 중에 있다.

 △쇠퇴 지속한 밀양 원도심 1번지

내일ㆍ내이동의 역사는 영남루를 감싸며 조선 성종 10년(1479년) 건립된 밀양읍성에서 시작한다. 조선시대 읍성은 중앙 고을에 위치해 내부에 관아와 병영을 비롯한 관청, 장터 등을 둔 중심지 역할을 했다. 내일ㆍ내이동은 밀양읍성의 울타리 안에서 수백 년간 밀양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내일동은 상설시장, 재래시장, 금융기관 등이 밀집해 지역경제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고 내이동은 법원, 검찰청, 밀양대학교 등 교육시설이 다수 위치해 행정과 교육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노브랜드 마트, 상인교육장 등이 조성될 아리랑문화센터 공사현장.
주민을 위한 행정센터가 다수 운영될 약산루 문화창작촌 공사현장.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며 구도심의 몰락이 시작됐다. 시외버스터미널, 시청 등 집객시설이 차츰 외곽으로 옮겨가고 밀양대학교가 부산대학교에 통합돼 삼랑진읍으로 이전하면서 중심지 역할을 상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함께 삼문동 등 외곽으로 도시확장이 진행되고 시외 인구유출이 심해지면서 원도심화는 급속도로 진행됐다. 내일ㆍ내이동에 남은 노후화된 건물, 복잡한 교통 등은 복합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시켰다.

밀양시는 밀양 도시재생 3대 프로젝트 중 첫 시작을 내일ㆍ내이동으로 선택했다. 밀양의 대표 쇠퇴 원도심 지역으로 도시재생사업이 가장 필요한 곳이었다. 시는 앞서 2016년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사전작업을 진행해 지난 2017년 내일ㆍ내이동 도시재생사업이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2018년 7ㆍ8월 경남도로부터 도시재생 전략계획과 활성화 계획 승인을 받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비 100억 원, 도비 20억 원, 시비 47억 원 등 총 167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사업은 내년 마무리돼 주민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해천 중심 의열단 역사 재생사업

내일동과 내이동의 경계는 시내 중심가를 흐르는 작은 하천인 ‘해천’으로 나뉜다. 해천은 밀양읍성 조성 당시 외부 공격을 막기 위해 서쪽 성곽 앞에 조성한 너비 5.9m 규모의 해자에서 시작됐다. 적을 막기 위해 생겨난 해천 물줄기에는 일제강점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사투를 벌인 의열 정신이 뿜어져 나온다. 밀양에서 독립운동으로 서훈을 받은 79명 중 26명이 좁은 해천 일대에서 태어나 활동했기 때문이다.

앞서 밀양시는 해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진행해 콘크리트로 덮여 있던 해천을 드러내고 일대를 항일운동 테마거리로 조성했다. 더 나아가 약산 김원봉의 생가터(밀양시 내이동 901번지)에는 의열기념관을 조성한 바 있다. 밀양시는 내일ㆍ내이동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이곳을 경남 의열운동의 성지로 확고히 할 계획이다. 우선, 석정 윤세주 생가터에 의열기념공원을 조성키로 했다.

이어 해천루 복합문화시설과 약산루 문화창작촌을 조성해 의열운동과 관련, 주민들의 활동의 장을 넓힐 계획이다. 해천루 복합문화시설은 내이동 일대에서 책과 첨단기술을 매개로 한 밀양의 인문ㆍ예술ㆍ역사ㆍ문화자원 네트워킹 역할을 수행한다. 총 3층 규모로 1층에는 북카페, 2층은 VR체험관, 3층은 다목적전시관으로 활용해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약산루 문화창작촌이 4층 규모로 지어져 주민 편의시설과 행정지원센터가 위치한다. 약산은 김원봉의 호이다. 문화창작촌 1층은 댄스연습실ㆍ회의실ㆍ교육실 등을 갖춰 다목적 주민이용시설로 활용된다. 2~4층은 행정센터가 자리 잡아 주민들을 지원한다. 2층은 사회복지과에서 성가족상담소를 운영하며 3층은 일자리경제과에서 밀양시희망드림 취업지원센터를 운영하게 된다. 4층은 밀양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자리 잡고 내일ㆍ내이동을 포함한 시내 도시재생사업 지원을 적극 돕는다. 이 같은 행정센터 입점은 사업 종료 후 유지관리비나 운영 부분에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국토부도 도시재생 가이드라인으로 행정수요를 일부 수용하도록 하고 있다.

 

 △내일동 - 문화의거리 중심 문화재생

내일동은 기존 아리랑시장 일대를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할 계획이다. 우선, 다이소내일점~부흥전기까지 이어지는 좁은 시장길 200m가량을 문화의거리로 조성한다. 바닥 재포장부터 간판ㆍ어닝ㆍ매대 등은 정비 및 철거해 쾌적한 거리를 만들기로 협의를 마쳤다. 이외 주민 요구 사항은 시와의 협의를 통해 향후 추진될 계획이다.

문화의거리를 중심으로 북쪽으로 밀양아리랑문화센터를, 남쪽으로 밀양팜센터가 조성ㆍ운영된다. 밀양아리랑문화센터는 당초 기존 어시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안전진단 결과 DㆍE 등급이 나와 철거 작업을 진행해 추진 중이다. 이곳에는 노브랜드 마트, 상인교육장, 미니도서관, 푸드코트, 키즈카페, 소규모 광장 등이 조성돼 주민들과 상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밀양팜센터는 주민협동조합이 중심이 돼 제과ㆍ제빵 병행 카페와 시에서 생산되는 6차 산업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사회적협동조합 법인 추진에 주력하고 있으며 주민역량강화를 위한 바리스타 교육도 추진 중이다. 현재 밀양팜센터 건물은 80%가량 공정이 마무리돼 올여름 정식 오픈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내이동 - 동가리거리 중심 생활재생

내이동에는 축협내이동지점~밀양폴리텍까지 300m가량 이어지는 동가리 신작로를 중심으로 생활재생사업을 진행한다. 내이동 중심부를 동서로 관통하는 동가리 신작로는 80~90년대 일대에서 하숙하던 밀양대학교 학생들의 등굣길이었다.

우선, 1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 거리를 생활가로(14억 원)로 조성할 계획이다. 입면ㆍ바닥 정비와 상징아케이드, 조명ㆍ가로등 조성 등을 통해 밝은 거리로 재탄생한다. 빈 점포 등을 정리하고 주기적으로 지역 이벤트를 개최해 새로운 상권 활성화를 이끌 계획이며 2022년 예고된 밀양폴리텍대학 설립 이후 젊은 층이 아우르는 환경 조성도 긍정적 요인 중 하나다.

현재 내이동 주민협의체는 거리 양옆으로 차량 주차 문제를 해소하고자 일방통행로 추진 건의서를 작성해 시에 제출한 상황이다. 재생센터는 앞으로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주민 참여와 의견 조율에 힘쓰고 가로변 간판 정비와 지저분한 전선 지중화ㆍ일률적 정리 등도 협의를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동가리 생활가로 중심에 위치한 동가리 마을관리사무소(14억 원)는 주민들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맡는다. 현재 건물이 완공돼 1층은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임시로 사용하고 있다. 2층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위탁운영 하는 공동육아나눔터로 이용되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추후 지원센터가 약산루 문화창작촌으로 이전하면 동가리 마을관리사무소 1층은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카페 또는 빨래방을 조성해 지역재생 기반을 탄탄히 할 계획이며, 구체적 활용 방안은 주민과 논의 중에 있다.

 

 △주민 협동조합 구성에 박차

내일ㆍ내이동 도시재생사업은 내년이면 마무리된다. 3년 전 주민협의체 구성을 마치는 등 사전작업을 착실히 한 덕분에 사업 진행에 큰 걸림돌은 없었다. 2018년 말 1차 예산이 내려와 실질적인 사업 진행기간이 1년 4개월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진행상황은 만족스럽다. 하지만 재생센터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빨라도 내년 하반기쯤 본격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내일ㆍ내이동 도시재생사업 관련 주민협의체는 동별로 나눠 총 2개를 운영하고 있다. 당초 1개의 주민협의체를 운영했지만 내일동과 내이동간 사업 성향이 다르다 보니 유동적으로 확장한 것이다. 현재 내이동에서는 25명, 내일동은 27명의 주민들이 협의체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주민협의체는 도시재생센터와 함께 공모단계부터 사업 내실을 다지기 위해 함께 활동해 왔다.

지원센터는 남은 1년간 2개의 협동조합 구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 특성상 주민 협동조합이 많이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에 그 전 단계인 주민협의체가 복수로 운영되는 것은 오히려 장점”이라며 “앞으로는 주어진 공간과 사업뿐만 아니라 주민 스스로 공동사업을 진행하고 파생된 사업도 추진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센터는 주민들에게 낯설기만 했던 재생사업을 이해시키고 주인의식을 가지도록 하는 과정을 철저하게 진행해 왔다.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사업 마무리를 앞둔 현재 그동안의 결실을 맺고 100여 년 전 내일ㆍ내이동 주민들로부터 만들어졌던 밀양의 얼을 밀양의 주인인 주민들이 재창조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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