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4:12 (금)
이런 봄은 없었다, `노란 점퍼` 도드라진 총선전야 봄
이런 봄은 없었다, `노란 점퍼` 도드라진 총선전야 봄
  • 박재근 기자
  • 승인 2020.03.29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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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선거 분위기
후보 검증보다 조명 받는 `방역 처신`
얼떨결에 대권주자 시험대 올라

`정권심판` 이어져 온 총선 정국
너도나도 `현금복지`가 변수로
대기자ㆍ칼럼니스트 박재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모든 일상을 `코로나19`가 싹 쓸어가 버린 듯, 멍때리는 세상이다. 총선 후보보다 잠룡으로 거론되는 단체장들의 정책 제안과 코로나19 대처가 더 주목받는 이런 봄은 없었다. 국회의원 후보들의 선거운동으로 한창 뜨거워져야 할 총선 정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소독약을 뿌리고 버스 손잡이를 닦는 등 선거 분위기마저 확 달라져 버렸다.

당국은 코로나19도 잡고 경제도 살리고 싶겠지만, 그 둘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신비의 묘방`은 없다. 이를 노린 노이즈마케팅마냥, 이슈 선점에 분초를 다투는 듯하다. 정부에 앞서 단체장이 정책 제안을 터뜨리는 등 코로나19가 총선정국을 삼키고, 향후 대권주자를 평가할 리더십 시험대가 되고 있다.

3월 마지막 주말 `코로나19 나들이, 드라이브스루`로 하동포구 10리 벚꽃길은 메워졌다. 매화와 산수유 꽃길이 떠나간 그 길, 벚나무는 눈부신 꽃봉오리를 활짝 터뜨리고 봄바람에 물결 지어 이리저리 춤을 추며 반겼다. 또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산야의 수목도 옅은 녹색 옷으로 갈아입으며 봄이 왔다고 외쳐대지만 왠지 휑하다. 정권 심판은 물론이고 경제 무능을 외쳐도 듣는 귀가 없는 듯하다. 민부론도 먹혀들지 않고 있는 봄, 정말 이런 봄은 없었다.

막장 공천 등 논란이 일 때 식당, 카페, 공연, 스포츠 행사 등 소비자와 생산자가 같은 장소에 있어야 가능한 서비스산업과 세계가 빗장을 건 산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코로나19가 복지(지원대책)를 호출했고 경남도 등 각 지자체는 재난기본소득 지원대책을 쏘아 올렸다. 정부의 금융 지원 확대와 함께 경남도와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등 지자체가 잇따라 도입한 긴급생활비 지원을 전국 단위로 확대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보편적으로 제기됐다. 들쑥날쑥은 선별 지원 여부, 지급 기간의 견해차로 정부의 컨트롤이 요구될 뿐, 총선을 앞둔 선심 행정이란 목소리에는 메아리가 없다.

되레 야당 심판이 일고 국정 지지도는 순항하는 추세다. 집권 정부와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는 총선은 야당이 주도권을 갖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에 코로나19란 사태로 야당이 주도권을 잡기가 한결 쉬워졌지만 현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차려준 밥상도 걷어찰 지경이란 소리까지 들린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아껴 쓴 세금을 돌려주는 것"이 단체장들의 지론이라면, 예산을 효율적으로 쓴 뒤 남은 돈을 되돌려주는 것이라면 퍼주기인들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김경수 경남지사의 전 국민 100만 원 지원, 가을학기제 도입 주장은 논란에도 이슈를 선점했다. 또 이재명 경기지사도 기존 `돈키호테` 이미지와 달리 결단력 있는 해결사 면모 부각 등은 돋보였다. 확정판결을 지켜봐야겠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몸값을 키운 단체장들이 당선무효형의 위기를 벗어날 경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보태지면서 총선보다도 잠룡들의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는 코로나19 사태, 뜻밖의 반전을 이뤄낼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요즘 미국 언론은 코로나19가 더 확산되면 방역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미국 내 확산 거점이 된 뉴욕이지만 쿠오모 주지사의 냉정한 판단과 지혜로운 대처가 민주당 간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대표적 사례다.

어쩌면 총선이 끝난 4월 16일부터 우리나라의 대선 레이스 역시 `코로나 대선`으로 치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들은 비례정당 창당과 공천과정이 변죽인 총선에 비해 위기 상황 대처, 방역체계 가동 여부 등 공감 및 문제해결 능력을 판단하려 하기 때문이다. 잠룡이라지만 파란ㆍ핑크색 점퍼를 입은 총선 후보보다 코로나19가 부른 복지 지원 정책에 답하는 노란점퍼 사나이, 김경수ㆍ이재명ㆍ박원순 등 단체장들의 리더십이 더 후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란 말이 나오는 총선 전야, 이런 봄은 일찍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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