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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도(思悼)'에서 본 심리 이야기
영화 '사도(思悼)'에서 본 심리 이야기
  • 경남매일
  • 승인 2020.03.2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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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이 부른 비극
자녀를 이해하고 항상 소통해야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이영조

우리나라 영화가 유명한 외화들을 제치고 천만 관객 돌파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933년 조국이 사라진 시대, 조선 주둔군 사령관 가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을 암살하는 독립군 활약상을 다룬 영화 `암살`과 권력의 비호를 받는 재벌 3세의 범죄 추적 과정을 다룬 `베테랑`, 그리고 두 영화의 흥행을 뒤쫓는 `사도`는 또 다른 시각에서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영화 `사도`는 조선 21대 임금 영조 대왕(英祖, 1694∼1776, 재위: 1725∼1776)이 그의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이는 비극적인 왕가의 가족사를 다루고 있다.

영조 대왕은 82세의 최장수 임금으로서 52년의 재위 기간 동안 탕평책, 균역법, 신분제도 개선, 군비 개선 등 국정과 국방력 강화 등에 많은 노력과 선정을 베푼 성군이다. 그는 41세의 늦은 나이에 아들을 얻는데 이름이 `이 선`(훗날 사도라는 호칭을 받는다)이다. 2세에 글을 읽을 정도로 총명했고 학문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이 선은 영조에게 당연한 기쁨이었다.

왕세자로 책봉되고 왕이 되기 위한 수업을 받으며 성장하던 이 선은 10세가 넘으면서 무예에 관심을 보이며 학문을 게을리한다. 이 선의 행동 변화는 사춘기 과정을 겪으면서 보이는 당연한 성장 과정이었지만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아버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들에게 실망하고 책망한다. 이 선은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반항적 행동을 이어갔고 부자간 대립의 골은 깊어만 갔다. 영화를 보면서 아들의 성장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행동에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사춘기는 성장 과정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 현상이다. 학문에도 정진했고 무예에 보이는 관심은 남성성을 갖춘 완성된 남성으로 성장하게 되는 과정이었지만 아버지 눈에는 반항적, 그릇된 행동으로만 보였다.

상담하면서 접하게 되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상황을 풀어내면서 영화 `사도`의 부자 대립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을 세운 아버지의 권력에 무참히 무너지는 아들의 상황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다.

부자간 갈등은 극에 달하고 `아버지`라는 권력을 쥔 영조는 아들을 뒤주에 가두는 형벌을 내린다.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해야만 했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셨습니까?"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아버지를 향한 원망과 절규가 허공에 메아리친다. 하지만 천한 것들이나 하는 행동을 일삼는 왕세자로서의 모습에 실망한 아버지의 귀에는 핑계와 변명으로 들릴 뿐이었다. 불통은 오해로 이어졌고 아들은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죽게 된다.

왕가와 현재 우리 세대의 부자간 갈등이 너무 똑같다는 생각이다.

부모는 세상을 미리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식의 성공 플랜을 만들고 그 틀 속에서 성장해 주기를 기대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이러 저러한 직업을 가지면 한평생 고생하지 않고, 명예와 부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자녀를 위한 성공 마스터플랜은 완벽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녀의 개성과 적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부모가 원하는 특정 직업인으로 만들겠다는 그 계획을 무조건 따라오라고 강요한다. 여기서 자녀는 반항하고, 침묵하고, 방황한다.

자녀와 갈등하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이 상담 센터를 찾아왔다.

부자지간 분위기가 냉랭하다.

"자퇴하겠다." 선언하듯 말하고 반항하며 자해까지 서슴지 않는 아들이 왜 저렇게 변했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고 하셨다.

그 아이의 불만은 이랬다.

부모가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완고한 성격의 아버지는 자신의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고 당신의 생각을 막무가내로 강요하는데 화가 치밀어 올라서 주체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학생은 자신의 꿈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계획까지도 세워놓고 있었다.

부모는 자식을 앞에서 이끌고 가기보다 옆이나 뒤에서 응원하고 밀어주면 된다.

부모는 자녀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정말 자녀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자녀들의 의사를 존중해 주자. 영화 속 영조와 사도세자의 천륜을 끊는 아픔은 불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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