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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 시험대 오른 사이버 성범죄
국회 입법 시험대 오른 사이버 성범죄
  • 경남매일
  • 승인 2020.03.26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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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김중걸

한때 `야동순재`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한 TV 시트콤에서 등장한 `야동순재` 캐릭터는 `야동`이 귀요미로 포장되면서 어른들의 순진한 호기심(?) 등으로 치부됐다. 야한 동영상, 야릇한 동영상의 줄임말인 `야동`은 대중에게 익숙한 언어로 자리잡기도 했다. `야동순재`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을 당시 음란물 관련 검색 트렌드가 3~4배 증가하는 등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나 이 못된 야동은 지나치리만큼 빠른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야동의 주인공이 직업 배우를 넘어 일반인은 물론 청소년으로까지 확장돼 우리 사회에 심각한 폐해를 주고 있다. IT 기술의 발달과 함께 단숨에 큰 돈벌이 수단 등 나쁜 장점과 결합되면서 사이버 성범죄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류 최고의 발명인 IT 기술이 음지에서는 가공할 만한 범죄의 공포를 품고 있다.

경찰은 지난 16일 성 착취 영상물을 텔레그램 대화방에 올려 수억 대 범죄수익을 취한 조주빈(25) 등 124명을 붙잡았다. 이 중 18명은 구속했다. 특히 조 씨는 2018년 12월부터 `n번방`에 `박사방`이라는 닉네임으로 대화방을 운영하면서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여중생 등 미성년자 10명 등 모두 74명의 여성들을 유인해 협박(신상 공개)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해 수억 원의 범죄수익을 올렸다. 더 많은 피해자가, 그것도 미성년자가 더 많다는 피해자의 증언이 있어 피해는 눈덩이 같다. 이들 운영자 외에 대화방 회원 중에는 공익근무자까지 피해 여성 신상 조회 등으로 운영자에게 조력을 했다. 회원들은 25만 원에서 최대 155만 원을 내고 변태적인 야동을 즐겨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n번방 등 60여 개 성 착취물 공유방 참가자 26만 명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며 그들의 삐뚤어진 성인식에 단죄를 요구하고 나섰다. 솜방망이 처벌과 약한 처벌법도 논란이다.

검거된 `박사방` 운영자 조 씨에 앞서 경찰은 지난해 9월 와치맨으로 불리며 `n번방` 3대 운영자로 꼽히던 전 모 씨(38)를 체포했다. 전 씨는 지난해 2월부터 `갓갓`으로부터 `n번방`을 넘겨받아 운영한 인물이다. 그는 블로거까지 개설해 회원 모집을 하면서 디지털 성범죄 영상 대화방에 대단한 영향력을 떨쳐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n번방` 운영에 앞서 2016년 8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여성의 하반신 등이 노출된 사진을 `노예 사육소`라는 제목으로 게시했다. 이때부터 2017년 5월 18일까지 불법 촬영물 167개를 게시하는 등 범죄 전력이 있었다. 전 씨는 대구지법으로부터 2018년 6월 음란물 유포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전 씨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지 1년도 되지 않아 저지른 `고담방` 사건을 수사한 뒤 징역 3년 6월을 구형했다.

이런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져 솜방망이 처벌 우려 등 큰 논란이 일자 검찰은 24일 보강수사를 거쳐 구형량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집행유예기간 중 동종 범죄를 저지른 점을 고려할 때 보강수사 여부와 관계없이 애초부터 구형이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여성 단체 등으로부터 따가운 비판이 쏟아졌다. 대화방 운영자와 함께 26만 명에 달하는 성 착취 공유방 회원들에 대한 비판도 따갑다. 동영상 조회자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이버 성범죄가 국회로 옮겨져 국회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월 10일 국회 홈페이지에 온라인 청원사이트 `국민동의청원`을 열자 같은 달 15일 1호 청원으로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텔레그램 성범죄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수사, 수사기관의 전담 부서 신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강화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청원은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성폭력 처벌법을 일부 개정해 연예인 등의 사진을 합성해 불법 영상물을 만드는 `딥페이크` 처벌 규정 추가에 그쳤다.

이 개정안은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성 단체들은 n번방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과 실질적 처벌 강화책이 빠진 졸속 입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23일 `사이버 범죄의 처벌법` 제정에 관한 국민청원이 제기되면서 국회는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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