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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뿌리를 가꿔야 크게 자란다
보이지 않는 뿌리를 가꿔야 크게 자란다
  • 경남매일
  • 승인 2020.03.2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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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뿌리내려 성장한 대나무처럼

내면의 무게 더하는 리더가 인정 받아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인간관계론`을 쓴 데일 카네기는 "인간성의 내부에 존재하는 중요한 사람이 되려는 욕망과 사람의 인정을 받으려는 갈망이야말로 인간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타는듯한 갈증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리더가 되려고 자신이 조직의 대표자로서 적합한 사람이라고 소리도 질러본다. 하지만 깊고 넓게 뿌리내리지 못한 사람들은 아름답지 않게 퇴장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보게 된다.

미국 유학 시절, 신문에 난 4칸짜리 만화에서 보이지 않는 뿌리를 가꾸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중국의 `모소`라는 대나무는 씨앗을 심으면 처음 4년 정도는 뿌리만 키운다. 그리고 다섯 해가 됐을 때 겨우 싹을 틔운다. 그런데 싹을 틔웠다고 기뻐하는 순간 대나무는 단번에 솟구쳐 오르기 시작한다. 단 6주 만에 무려 15m나 자란다. 그러나 사실 6주 만에 자란 것이 아니라 5년 만에 자란 것이다. 이 대나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란다.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아래로 먼저 자라고, 자신을 감춘 채로 자란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순식간에 위로 자라기 시작한다.

뿌리가 깊고, 넓게 뻗어 있는 대나무는 높게 자란다. 또한 대나무는 뿌리가 서로 연결돼 있어 폭풍우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그동안 민주화운동, 촛불 혁명 등을 거쳐오면서 뿌리를 내려온 것 같다. 우리는 몰랐는데, 보이지 않는 민주주의와 생명 존중의 뿌리를 키워온 듯하다.

위로 올라서기 전에 아래로 뿌리를 내려야 한다. 높이 올라가기 전에 깊은 곳에 기초를 든든히 세워야 한다. 배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아래가 무거워야 한다. 아래쪽에 무게가 실리지 않은 배는 폭풍우가 밀려오면 뒤집히고 만다. 배의 겉모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절한 무게이다. 고요한 바다에서는 모르지만 바다가 거칠어지고, 거센 파도가 치면, 그때 중요한 것은 아래쪽에 실린 적절한 무게이다.

우리는 인생을 항해하는 배와 같다. 우리가 항해하는 배가 폭풍우에도 잘 견뎌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내면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

다른 나무들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때 대나무는 기다린다. 겉으로는 진 것 같지만,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해 대나무는 땅속에서 4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주 어두운 곳에서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때가 됐을 때, 순식간에 솟구쳐 올라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한다. 사실 우리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역전의 드라마 주인공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던 사람들이다. 뿌리를 깊이 내리기 위해 성장통(成長痛)을 겪은 사람들만이 역전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무려 15m나 자라는 대나무가 똑바로 구부러지지 않고, 자랄 수 있는 것은 `마디` 때문이다. 줄기 중간중간을, 마디들이 끊어주기 때문에 곧게 자랄 수 있다. 대나무는 잠시 멈춰 성찰한 다음에 힘을 내어 성장한다. 대나무는 그래서 성장하며 성숙한다.

우리도 곧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때로 잠시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사회적 격리를 해야 하는 이때 잠시 멈춘 후에 다시 힘을 내어 뻗어나가야 한다. 우리도 꾸준히 성장하고, 높이 올라서기 위해서는 마디가 필요하다. 마디를 위해 잠시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나무의 속은 비어 있다. 그래서 대나무는 곧게 자라지만 유연하다. 우리는 비우고 버리는 것을 훈련해야 한다. 악기는 비움의 공간을 통해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낸다. 나무도 낙엽을 버려야 새순을 만들어 낸다. 무거운 새는 높이 멀리 날 수 없다. 우리는 비움과 채움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 우리 내면의 쓰레기를 비울 수 있어야 한다. 과거를 떠나고, 욕심을 비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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