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품ㆍ농기계 생산 기술력 세계를 넘본다”
“군수품ㆍ농기계 생산 기술력 세계를 넘본다”
  • 김용락 기자
  • 승인 2020.03.23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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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수품수출협회 회원사 탐방
①진주 (주)명림

진주 유일 협회 회원사로 방산 제품 납품
34년간 농기계ㆍ해상기 부품 등도 생산

부친ㆍ모친 이어 장성진 대표 11년간 운영
부친상ㆍIMF 겹쳐 기업 부도 위기 겪기도

대기업 횡포 떨쳐내고 미국 수출 모색
매출 5만불로 시작… 올해 200만불 목표

협회와 손잡고 방산 부품 수출 주안점
“업체 간 밀접협력해 새로운 시장 개척”
2020년을 맞아 명림 전 직원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창립한 ‘한국군수품수출협회’는 경남을 중심으로 15개 군수품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협회 회원사 기업은 경남경제 위기를 정부ㆍ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주도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 스스로 수출길 개척에 나선 회원사들의 기업 성장스토리를 소개한다.

6-로고.
6-로고.

진주시 상평동에 위치한 (주)명림(대표 장성진)은 인간존중, 창의개발, 기술혁신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방위산업ㆍ농기계ㆍ해상기 부품 등을 생산해 납품하는 34년 차 지역 강소기업이다.

명림은 진주지역 유일의 한국군수품수출협회 회원사다. 한국군수품수출협회는 방산산업이 발달한 창원과 김해에 대부분 회원사를 두고 있다. 반면, 농기계 산업이 발달한 진주에서 명림은 1987년 설립 때부터 두원중공업의 전신인 대동중공업에 포신을 납품하며 방산산업에 발을 딛었다. 현재는 전체 사업 중 방산산업이 30%, 농기계 40%, 해상기 30%로 사업 다변화를 이뤄 내실을 다지고 있다.


명림은 지난 1987년 장성진 대표 부친의 손에서 시작됐다. 명림공업사란 사명으로 삼천포에서 판금ㆍ용접업체로 출발한 기업은 1991년 진주 상평동으로 이전하며 CNC&MCT 가공, 롤 벤딩, 레이저 가공, Water jet&Saw 절단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2005년 (주)명림으로 법인 전환했으며, 현재 장성진 대표는 부친과 모친에 이어 2009년부터 11년째 운영하고 있다.

사업을 이어가면서 가장 큰 위기는 1997년 부친상과 IMF가 맞물렸을 때다.

(주)명림의 방위ㆍ농기계ㆍ해상기 부품 등을 자동으로 생산하는 공정 라인 모습.
11년간 해외 수출길 뚫는 등 사업 다변화로 활로를 모색한 장성진 대표.

 

“1997년 7월이었습니다. 군 복무를 하던 중 부친이 돌아가셨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납품을 하던 기아정기가 IMF 여파로 부도가 났고 4~5억 원가량 1년 치 어음 종이만 사업을 물려받은 모친 손에 들어왔죠. 모친이 종이쪼가리 어음을 저에게 보여주며 우셨던 기억이 납니다.”

장 대표는 그날의 충격이 명림과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장 대표의 모친은 기업 부도를 끝내 막았고, 장 대표도 전역 후 회사 일에 힘을 쏟았다. 결국, IMF가 지나고 현대모비스에서 기아전기를 인수했다. 휴지조각에 불과했던 어음이 제값을 치르게 되는 순간이었다.

명림에게 지난 2006년은 도약의 한해였다. 근 10년간 국내 자동차 부품 납품에 주력하다 시선을 해외로 돌렸다. 계기는 대기업의 횡포에서 시작됐다. 2006년 10년 가까이 납품하던 A 자동차 관련 기업에서 단가를 16% 깎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장 대표는 “그만큼 줄이면서 이득을 낼 수 있다면 그동안 저희가 사기 친 정도”라며 납품을 그만두겠다고 호소했지만 A기업은 최후통첩으로 8% 인하를 주장했다. 결국 납품을 포기했지만 오히려 순이익은 증가했다.

한 직원이 출하 대기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직원들이 생산된 제품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납품을 멈추니 매출은 줄었지만 순이익은 올랐다. 과정을 살펴보니 불량 발생 시 직원이 찾아가 선별하는 작업 등 부수적인 지출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국내 대기업에 무조건 휘둘릴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 대표는 시선을 해외, 미국으로 돌렸다. 1년간 해외시장 발굴을 적극 추진해 2007년 7월 미국 농기계 회사인 존디어(John deere)의 자회사인 TMA와 농기계 부품인 트랜스미션과 트랜스 엑셀 샤프트ㆍ레버 등을 수출해 1년간 5만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해외시장 공략을 지속 추진해 지난해에는 150만 달러 매출을 거뒀다. 올해는 신규 수출 업체와 신사업 발굴을 통해 200만 달러(22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명림은 해외 수출과 함께 국내에서는 대표 농기계 3사(대동ㆍ국제ㆍLS)에 오일필터 및 푸시로드 등 다종의 디젤 엔진 부품 및 판금 가공 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국방 분야에도 자주포(K-9/K-10, K-55 등) 부품과 미사일에 사용되는 내ㆍ외장 부품을 생산해 두원중공업에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방산산업도 관련 사업이 종결되면 부품업체도 덩달아 긴 휴식기를 가지게 된다. 명림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2018년과 2019년 방위사업청 조달업체로 등록해 직접 계약을 이끌어내고 있다.

명림은 앞으로 기존 농기계 부품의 수출 증대와 방산 부품의 해외시장 공략에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장 대표는 현재 미ㆍ중 갈등을 기회로 삼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으로 중국으로 외주를 보냈던 공장을 다시 들어오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 내 제조업 부흥을 추진 중인데 20년 가까이 제조업을 등한시 하다 보니 관련 설비가 뒤떨어진 게 사실입니다. 결국 아웃소싱을 해야 하는데 기존 중국의 대안으로 기반 시설이 확고한 한국이 기회를 얻을 것으로 봅니다.”

이에 거래를 이어가고 있는 TMA사로 납품하는 재료의 품질 안정으로 파트너급 공급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신규업체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방산 부품의 경우 인도네시아, 멕시코, 사우디, 이집트 등 무기개발에 힘쓰고 있는 친서방국가와 접근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해외시장 공략은 한국군수품수출협회 소속 회원사와 힘을 합쳐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자주포(K-9, K-10) 수출국가인 노르웨이, 핀란드 등에 부품수출을 협의 중에 있기도 하다.

장 대표는 한국군수품수출협회 설립 취지에 대해 “예를 들어 어떤 나라가 부품 40개가 들어가는 장치만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저희 업체 한 곳만으로는 해당 장치를 만들 수 없어 거래를 포기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여러 중소기업이 모여 자신들의 기술로 40개 제품을 각각 만들고 조립해 수출한다면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저희가 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에서는 탱크 하나를 생산하려 하지 장치 하나하나 수출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무기 같은 경우는 40~50년 사용하기 때문에 수리 과정에서 부품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저희의 기술로 충분히 만들고 납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러한 기술력의 배경은 미국 무기를 사용하며 중소 제조업이 극도로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 우리나라 방산업을 바라보면 대기업만 보이겠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노고가 있습니다. 저희의 기술력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특별히 도면이 없어도 현품을 보고 역설계해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휴전 국가로서 수십 년간 장비를 수리해 본 경험에서 나온 힘입니다.”

국내 방산업 중소기업 중 명림은 34년간 자리를 지킨 경남 대표 기업이다. 명림의 발전은 ‘항상 더 낫게’라는 장 대표의 좌우명을 바탕으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자세로 지속적인 연구개발 등을 통해 원가절감을 이뤄내고 상황 변화에 맞춰 빠르게 적응한 데 있다. 앞으로 한국군수품수출협회와 함께 한층 더 높은 도약을 이뤄내는 명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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