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1:12 (금)
코로나19로 단절된 일상, 새삼 깨닫는 소확행 축복
코로나19로 단절된 일상, 새삼 깨닫는 소확행 축복
  • 김명일 기자
  • 승인 2020.03.20 0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국장 김명일

바이러스가 지배하는 세상은 암울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삶의 일상이 단절됐다. 성당, 교회, 사찰 등 종교 시설에서 대중이 참여하는 예배가 멈췄다. 한국 천주교는 이 땅에 전파된 지 235년 만에 성당 안에서 신도들이 드리는 미사를 중단했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기독교도 교회 문을 닫고 위임 목사의 기도를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있다. 불교도 1천600년 만에 산문을 폐쇄했다. 원불교도 대중이 모이는 법회와 기도를 중단했다. 지친 삶을 기도와 간구로 힘을 얻던 종교의식이 중단됐다.

화학전이 발생하면 이런 모습일까.

도심 거리에 인적이 드물고 한적하다. 여름 휴가철에나 볼 수 있었던 텅 빈 거리 모습. 사람이 없는 도심 거리는 우울한 풍경 그대로다. 봄볕은 따사롭고 목련 꽃은 만발해 하얀 자태를 드러내 봄기운이 만연한데도 왠지 을씨년스럽다.

지난 3월 첫 주말.

창원 중앙동 스타벅스 커피숍에는 손님이 한 테이블에만 있었고 나머지는 텅 비어 있었다. 거리엔 드문드문 행인이 있었지만, 마스크를 한 얼굴은 웃음기 사라진 굳은 표정이다.

코로나19는 선거 운동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선거 운동을 하는 후보자는 길목에서 마스크를 하고 침묵시위하듯 서 있다. 함부로 악수를 청하지도 못하고,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인사한다. 간혹 차량이 지나가면 허리 굽혀 인사를 하지만 웃지 않는다. 상을 당한 상주의 모습이다. 장날은 폐쇄되고, 소규모 재래시장을 지나가는 선거 후보자는 자전거를 타고 가며 멀찍이서 얼굴과 기호와 이름이 적힌 홍보 판을 알린다. 악수도 할 수 없고, 공약도 전하지 못한다.

의료진이 감염돼 코호트 격리된 병원도 있었다. 14일간 격리된 한 병원 직원은 가족과 영상통화 중 "꼭 코로나와 싸워 이겨서 나가겠다"고 말하면서 울먹였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가슴이 먹먹했다. 다행히 이 병원은 추가 확진자가 없어 14일 만에 격리 해제됐다. 병원 문을 나서는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로 생활문화도 바뀌었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마스크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고, 약국에는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 손 소독과 손 씻기도 철저히 한다. 바깥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필히 손을 씻는다.

장례문화도 바뀌었다. 문상을 갈 수 없고, 부의금은 온라인으로 송금한다. 평소 상주 측에서 부의 입금계좌를 보내면 눈살을 찌푸렸는데, 코로나 영향으로 생각이 달라졌다. 서로 불편한 조문보다 부의금 송금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을 한다. 새로운 장례 문화로 정착될까.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주식 시장도 폭락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대유생병)`이라고 선언하자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1987년 블랙먼데이(-22.6%) 이후 최대치(-9.9%)로 폭락했다. 우리나라 주식 시장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시장 심리가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산업 생산성 감소로 이어져 경기가 악화된다는 분석이다. IMF의 올해 세계 GDP 성장률은 3.3%였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19년 2.9%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상의 소소한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뜻이다. 작은 모임, 지인들과 차 한 잔, 점심 한 끼가 축복으로 와닿는다.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삶을 되찾고 싶다. 지인도 만나고, 경조사에 얼굴도 내밀고, 단절된 모임을 다시 갖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다.

그러나 이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당분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