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8:26 (목)
시금치 무침ㆍ홍합탕 한 그릇 마음까지 데우는 ‘소울푸드’
시금치 무침ㆍ홍합탕 한 그릇 마음까지 데우는 ‘소울푸드’
  • 박성렬 기자
  • 승인 2020.03.17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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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홍합ㆍ시금치 전국 관심
SBS ‘맛남의 광장’ 3주간 방영

특산물을 이용한 신메뉴 개발
소비촉진ㆍ인식 개선에 기대

코로나19 여파 농수산물 소비 위축
TV 방영이 위기 극복 디딤돌 되길
바다에서 막 끌어 올린 홍합을 살펴보고 있는 오상현 씨.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펼쳐진 남해시금치 특판전에서 장충남 남해군수, 여상규 국회의원등 기관단체장이 시금치를 판매하고 있다.

보물섬 남해군의 대표 음식인 시금치와 홍합이 SBS 백종원 ‘맛남의 광장’에 지난 3주일간 연속 방영돼 국민들의 시선과 이목이 보물섬 남해군으로 집중되고 있어 화제이다.

남해군 서면 일원에서 농민들의 주 소득원인 해풍을 맞고 자란 남해 시금치와 삼동면 지족리 강진만 100리 해안에서 생산 판매되는 홍합이 지금 인기 급상승으로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몸이 됐다.

각자 취향에 따라 떠올리는 음식은 다양하겠으나 굳이 장르로 나누자면 향긋하고 달콤한 해풍을 맞고 자란 남해 시금치와 뜨끈한 국물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남해산 홍합이 아닐까? 한낮에는 제법 봄기운이 느껴지는 요즘이라면 다소 덜 할 테지만 찬 바람 씽씽 부는 한겨울이라면 삶아 데친 시금치와 뽀얗게 우려낸 시원한 홍합탕 한 그릇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연속으로 SBS를 통해 방송된 백종원의 ‘맛남의 광장’ 남해 편을 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취재기자의 생각에 격하게 공감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감히 생각된다.

지난해 추석 무렵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어제까지 총 15회에 걸쳐 전파를 탄 SBS ‘맛남의 광장’은 지금도 수없이 방송됐던 ‘먹방’, ‘쿡방’을 넘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신메뉴를 개발해 휴게소나 공항, 철도역, 여객터미널 등등 유동 인구가 많은 만남의 장소에서 출연진들이 판매하는 과정을 담아내면서 단순히 음식을 개발해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특산물의 소비 촉진과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에도 상당히 무게를 두고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남해 시금치와 홍합을 방송소재로 삼아 남해산 농,수특산물 홍보 효과가 기대되는 SBS ‘맛남의 광장’ 프로그램.
남해 시금치

그런 SBS ‘맛남의 광장’ ‘남해군 편’에 시금치 2회와 홍합 1회가 3주 연속으로 소개돼 전국적인 화제이다.

해풍을 맞고 자란 보물섬 남해 시금치는 지난 50여 년간 마늘과 함께 남해 농민들의 소득을 책임졌던 인기 특산물로 없어서 못 파는 작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초겨울 농한기에 보물섬 남해군 농민의 대표 수입원인 해풍을 맞고 자란 남해시금치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인기가 연일 상승곡선으로 치솟고 있다.

게다가 홍합 양식을 하는 남해군 강진만 어민들에게는 이번 방송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온 수산물 소비 침체로 인해 특히 군내 패류양식업자들 사이에서는 웃을 일이 거의 없었던 이들에게는 긴 터널 끝 한 줄기 빛을 발견하는 듯한 느낌을 안겨줬다는 것이 어민들이 전하는 말이다.

지난주 방송에도 나왔던 홍합 양식어민 오상현 씨(남해군 삼동면 지족리)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예계마을 시금치 밭에서 시금치를 캐고 있다.
지난 12월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펼쳐진 남해시금치 특판전에서 주부들이 시금치를 고르고 있다.

 △매스컴에 울고 웃고… 남해홍합의 굴곡진 인생

서두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몸이 움츠러드는 겨울, 삶은 시금치 무침과 뜨끈한 홍합탕 한 그릇은 많은 장삼이사들의 몸을 녹여주던 특히 서민들의 마음까지 따끈하게 해 주던 ‘소울 푸드’가 확실하다.

전국적으로 시금치 하면 보물섬 남해산 시금치와 포항초, 신안 섬초를 한국의 3대 시금치 명소로 알고 있다.

이들 시금치 중에서도 해풍을 맞고 자란 보물섬 ‘남해시금치’는 당도도 제일 높아 그 명성이 소비자들로부터 단연 으뜸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없어서 못 파는 시금치로 잘 알려져 있다.

또 ‘홍합’하면 옛 마산, 인근 여수를 주산지로 떠올리지만 현재는 남해군에서도 전국 생산량의 10%가량의 홍합이 생산되고 있어 청정 바다로 잘 알려진 남해산 강진만 홍합을 소비자들은 특히 선호하고 있다.

마산, 여수에 비해 양식장 규모는 작지만 삼동면 양화금마을 앞부터 창선 장포리 앞 해역의 청정 남해바다에서 자란 남해산 홍합은 알이 옹골차고 맛이 좋아 주산지격인 마산으로까지 되팔려가는 몸이 되고 있어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홍합뿐만 아니라 다른 패류들도 마찬가지지만 제철이 있는 것이고 또 피해야 할 철이 있기 마련이지만 지난 2010년 패류독소 확산으로 제철에 수확을 하지 못해 큰 손실을 봤던 이들에게 패류독소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일이 있었다.

2014년 12월, 한창 홍합이 인기가 있을 때 한 종편 방송프로그램에서 홍합양식에 쓰이는 폐타이어 재생 고무 바의 유해성 논란을 제기하며 홍합양식 어민들은 매스컴의 무서움을 몸소 깨닫게 됐다.

이후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이 나서 각종 조사결과를 제시하고 해명해도 ‘발암물질 먹고 크는 홍합’, ‘홍합의 배신, 지중해 담치의 진실’ 등등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으로 언론에 속칭 ‘도배질’ 된 이후의 상황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지를 못했다.

벌써 수년 전 일인데도 여전히 그때 언론지상을 메웠던 보도는 소비자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잘 잊혀 지지 않고 있다.

그런 아픈 기억 때문이었을까? 처음 인기 프로그램인 SBS ‘맛남의 광장’ 촬영 제의가 왔을 때 오씨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맛남의 광장이 남해 홍합 부활의 계기 되길”

매스컴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음에도 오 씨는 이번 맛남의 광장이 다시 남해 홍합을 장삼이사들의 ‘소울 푸드’, 사시사철 서민들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음식으로 부활하기를 내심 기대했다.

최근 몇 년 새 뉴질랜드 초록입 홍합이 관절 건강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남해산 홍합이 다시 과거의 인기를 얻을 정도는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홍합을 기르는 어민들은 ‘섭’이라고 불리는 자연산 홍합이나 우리가 흔히 아는 홍합인 지중해 담치나 초록입 홍합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걸 너무 잘 아는데 정작 소비자들은 이를 모르는 현실도 안타까웠다.

홍합은 골다공증 예방 등 관절건강이나 혈관건강, 피부미용, 빈혈 예방, 단백질 공급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수산물이지만 특히 술안주로 인기 있는 이유가 탁월한 숙취 해소 효과와 간 기능 보호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실제 학계 연구에서도 자연산 홍합, 초록입 홍합, 지중해 담치 모두 숙취 해소 효과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바도 있다.

남해산 홍합은 세포를 구성하는 핵산이 조개류 중에도 가장 많고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자양강장제 역할도 한다.

그런데도 가격은 저렴해 늘 서민들의 지친 몸을 풀어주고 녹여 주는 데는 일품인 홍합이었다.

오상현 씨는 지난주 방송 이후 많은 홍합 주문량이 늘었다고 웃으며 얘기했다.

오랫동안 홍합양식 어민들에게 상처였고 짐이었던 유해성 논란이 사그라드는 것 같아 마음속 서운함이 조금은 가시긴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홍합에 대한 관심이 잠시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고 했다.

예전 같았음 이맘때 밀려드는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해 파도에 연신 흔들리는 배 위에서도 홍합을 털어내고 망사에 주워담는 손길이 분주했을 터인데 여전히 지금도 예전 같지는 않다는 것이 어민들의 뼈아픈 말이다.

그래도 남해군 농민과 어민들은 내심 희망을 가져본다.

이번 방송으로 다시 남해군의 시금치와 홍합에 쏠린 국민들의 관심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면이 바다인 보물섬 남해군의 추운 바닷바람을 이겨가며 남해산 시금치를 캐는 농민의 착한 마음과 심정으로 거센 파도에 흔들거리는 배 위에서 오늘도 애쓰고 있을 어민들을 조용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오늘 저녁은 따끈한 시금치 무침, 나물 반찬에 남해산 홍합탕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며 하루의 피로를 풀면서 코로나19의 퇴치에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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