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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100만원 지원, 독 든 성배 되지 않으려면
전 국민 100만원 지원, 독 든 성배 되지 않으려면
  • 박재근 기자
  • 승인 2020.03.15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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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ㆍ칼럼니스트 박재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국민 1인당 100만 원씩 현금 지급을 건의했다면서, 그 덕에 한잔할까?" 복지부도는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또는 그리스만의 것이 아니라는 일각의 우려에도 최근 어느 찻집에서 나눈 대화는 이러했다. 무상급식 현실화 이슈보다도 더 무덤덤해 하는 농담조 대화였다.

2011년 8월 24일 실시된 무상급식 지원 여부를 둘러싼 서울시민들의 주민 투표 당시,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무상급식이 열병인 양 이슈화된 것에 비해, 국민 1인당 현금 100만 원 지급은 51조란 엄청난 혈세 투입에도 더 무덤덤한 것은 무상복지 중독 탓일 게다. 이는 지자체 실시 이후 현금 지원 등 복지예산이 연간 예산의 35~40% 선을 넘나들고 있는 상황에 바탕한다. 전 국민 100만 원씩의 현금 지원이 무상급식 때보다 이슈가 되지 않는 것은 지원금액의 차이일 뿐, 전국 지자체에서 현금 지원 복지정책이 쏟아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례없는 경제난을 계기로 해 기본소득 논의가 정치권의 화두다. `기본소득+재난=현금 지원`이 골자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여ㆍ야는 `재난에 따른 긴급 지원이다` 또는 `포퓰리즘 퍼주기 복지`를 놓고 아귀다툼만 벌인다.

이런 와중에 11일 WHO가 코로나19로 사상 세 번째 팬데믹을 선언했다. 코로나19의 세계 확산에 저유가 우려까지 더해 금융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국내ㆍ외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기존 경기부양 대책이 아닌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그 틈에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8일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 원을 지급하고, 고소득층에겐 내년에 세금으로 다시 거둬들이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어 뒤질세라 전주, 대구, 서울 등 논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현금복지 주장에 불을 지폈다. 과거 전염병 확산 때보다 경제적 피해가 훨씬 큰 상황에서 일반론적인 금융ㆍ세제 지원으로는 회복이 힘들 것이란 것을 바탕에 깐다. 약 51조가 필요한 100만 원 재원이 조삼모사든 뭐든 물불 가릴 것 없이 일단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재원에 대한 대책은 고소득층에게서 환수할 세금과 경기부양에 따른 경제성장으로 추가로 거둬들이게 될 세금이면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세수 부족으로 추경까지 합쳐 정부가 빚을 내기로 한 돈은 70조 원에 달한다. 51조 원을 더하면 액수는 120조 원에 이른다.

큰 빚의 국채 조달은 금융시장에도 파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경제성장을 위해서라지만 51조 원 지원은 `현금이 없으니 카드로 우선 긁자`라는 발상과 다르지 않다는 소리가 나온다. 또 실행은 가능할지라도 뒷감당이 문제란 지적이 있다. 하지만 김 지사는 4대강 사업보다 적은 돈으로 더 큰 경제성장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전 정권이 강 사업으로 빠트린 것보다 더 경제적이란 비교 대상이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코로나19라는 재난에 대응, 기본소득이냐, 노동자의 안정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소득이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이를 통한 소득 증가로 경제의 선순환 구조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경제난에 거덜 난 자영업 등을 감안할 때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 다만 재난 기본소득이 독이 든 성배가 되지 않으려면 현재의 상황만을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현 상황은 국내 경제뿐 아니라, 연계된 세계 경제 등 복합적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전 국민에게 100만 원씩을 지급, 현금 51조 원이 시중에 쏟아지는 상황에서 발생할 인플레이션과 재원을 감당할 대안, 고소득층 선별, 세금을 환수하는 데 따른 부작용 등 예측 가능한 모든 문제를 따져보고 발전적인 방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급한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슈를 노리고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정책은 국가 경제 기반이 흔들리는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유대인 고유의 삶과 사상을 담고 있는 랍비 가라사대 "다른 사람의 돈을 너 자신의 돈처럼 소중히 할 것이며…"란 경구를 들추지 않아도 혈세는 한 닢이라도 허투루 사용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 후, 기본소득 논의가 더욱 대중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편승해서도 안 된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여러 현금성 복지에다 `기본소득`이란 팻말을 붙여, 발전적 논의를 더 어렵게 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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