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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계약법상 문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계약법상 문제
  • 경남매일
  • 승인 2020.03.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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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김주복

올해 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는 지금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느 사이비 종교 단체의 예배로 인해 수천 명의 확진자들이 추가로 발생했고, 누적 확진자가 3월 10일 0시 현재 7천513명에 이르렀다. 정부는 모든 역량을 총집결해 코로나19의 확산을 저지하고 감염자의 치료에 집중하지만, 당분간은 이 사태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의 초기에서부터 이미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거나 다중이 모이는 장소 출입을 꺼리면서, 식당, 테마파크, 스포츠센터, 학원 등을 운영하는 기업체와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 이미 체결한 계약을 파기하는 문제로 인한 법률분쟁(환불금, 위약금 등)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각종 행사(결혼식, 돌 찬지 등)와 여행ㆍ숙박이 취소되면서 관련 기업체와 소비자 사이의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의 `여행, 숙박, 대관 품목 위약금 관련 소비자 상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여행 품목 소비자 상담은 2019년 1~2월에 897건인데 비해, 2020년 같은 기간에는 6천893건으로 약 7.7배나 급증했고, 숙박시설 품목 소비자 상담도 2019년 1~2월에 706건인데 비해, 2020년 같은 기간에는 1천961건(1월 661건, 2월 1천300건)으로 약 2.8배나 증가했으며, 예식 품목 소비자 상담은 2019년 1~2월에 258건인데 비해, 2020년 같은 기간에는 1천370건으로 약 5.3배나 급증했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품목은 `돌잔치 관련 상담`으로, 2019년 1~2월에 56건에 불과한 반면, 2020년 같은 기간에는 1천517건으로 27배 이상이 폭증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들은 코로나19 사태는 `천재지변`에 준하는 비상 상황인 만큼 `전액 환불`을 요구하고 있으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체들은 `계약서에 정해진 환불, 위약금 규정` 상 `불가하다`며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소비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여행이나 행사의 취소는 불가피한 것으로 개인적인 귀책사유가 아닌데도, 선납금이나 위약금까지 손해를 봐야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업체들은, 계약 체결 당시 환불 조건에 대한 설명을 하고 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환불 조건에 해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계약 당사자의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되는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경제 사정의 급격한 변동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에 관해 우리 법원은, 1997년 IMF 사태나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유사한 2003년 SARS(중증급성호흡증후군) 또는 2015년 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그로 인한 자재 수급의 차질 등을 불가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불가항력을 이유로 한 채무자의 면책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2001다 1386 판결 등 참조).

다만, 우리 법원은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해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사정 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시하거나(대법원 2016다249557 판결 등 참조), 민법 제398조 4항의 `손해배상예정액 감액` 조항을 적용함으로써, 계약 불이행을 불가항력에 기한 것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계약이 이행되지 못한 제반 사정을 고려해 위약금 등 손해배상금 또한 감액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대법원 2014다 233480 판결 등 참조).

강제조정 권한이 없는 한국소비자원이 이런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중재하기가 마땅치 않아, 정부도 당장은 마땅한 해결방안 없이 고심하는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사안에 따라서 일정 부분의 손해를 정부에서 보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급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체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입은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말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관련 표준 약관을 개정해 불가항력조항의 범위를 합리적, 탄력적으로 정해 향후의 유사 사태에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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