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4:54 (금)
전염병과 나이팅게일, 그리고 간호장교
전염병과 나이팅게일, 그리고 간호장교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0.03.11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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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김중걸

현장에서 코로나19와 묵묵히 싸우고 있는 의료진의 노고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코로나19가 지역 감염으로 확산되자 격리자와 확진자, 사망자가 늘어 의료 인력과 의료시설이 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군간호사관학교 간호장교들의 대구 코로나19 현장 투입은 국민의 눈시울이 붉어지게 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졸업생 75명은 지난 3일 졸업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코로나19 현장에 투입됐다. 대구와 경북지역은 코로나19 지역 감염으로 시민과 도민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중국이 우한 코로나19와 전쟁을 선포했듯이 코로나19 발생지역은 전쟁에 버금가는 세균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균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대구ㆍ경북지역에 투입된 국군간호사관학교 졸업생이자 새내기 간호장교들의 헌신적 행동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울컥해지는 감정은 숨길 수 없다. 모윤숙 시인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의 시 한 구절인 `그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가 떠올라 더욱 가슴이 뭉클하다. 소위 계급장을 단 초임 간호장교들은 비장함과 결의에 찬 모습으로 국군대구병원에 투입돼 코로나19 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의료진 부족 사태에 간호장교들의 투입은 코로나19 전선에서 땀을 흘리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과 대구ㆍ경북 시민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의 정신을 이어받은 간호장교를 양성한 국군간호사관학교는 1951년 개교한 대한민국 최고의 국가와 군에 헌신하는 정예 간호장교를 양성해온 한국 나이팅게일 후예의 산실이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160여 년 전 크림 전쟁에서 탁월한 리더십과 냉철한 분석력, 뜨거운 헌신으로 영국 군 의료체계 개혁을 이룩한 선구자이다. 특히 나이팅게일은 전염병과 관계가 깊은 의료인이다.

당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나이팅게일은 전문적인 간호교육을 받았다. 당시 간호사 직업은 매우 천한 직업으로 여겨 누구도 선뜻 간호사로 나서지 않았던 시절에 나이팅게일의 선택은 참으로 대단한 용기였다. 나이팅게일은 크림전쟁에 참전해 간호 위생학 발전에 큰 계기를 만든다. 당시 전쟁으로 많은 사상자 발생과 함께 콜레라까지 유행하면서 병사는 물론 주민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다. 다친 병사들은 크림반도에서 흑해를 건너 배에 실려 이스탄불로 옮겨졌지만 의사도 간호사도 충분하지 않았다. 나이팅게일은 38명의 간호대를 조직해 이스탄불에 있는 위스퀴다르 병원으로 갔다. 당시 군 병원은 이름만 병원이었다. 응급치료를 마친 환자들은 군복을 그대로 입은 채 씻지도 먹지도 못했다. 나이팅게일은 무엇보다도 환자들에게 깨끗한 환자복을 입히고 침대 시트를 청결하게 관리하는 등 위생 상태 개선과 합리적인 병원 체계를 갖춰 나갔다.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치료하며 환자들이 살고자 하는 의지를 심어주기도 했다. 그녀의 노력으로 병원의 환자 사망률은 40%에서 2%로 뚝 떨어졌다. 사실상 병원에 위생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인물이다.

그녀는 간호학교를 설립한 교육가이기도 했지만 최초로 영국 왕립 통계 학회 회원으로 통계전문가이기도 하다. 당시 크림전쟁은 전쟁으로 사망한 병사보다 전염병으로 사망한 병사가 더 많았다. 민간인도 폭격 등 전쟁보다 콜레라에 더 많이 희생했다. 나이팅게일은 전염병이 가장 무서운 적임을 알리고 병원 환경개선을 요청했으나 그럴 돈이 있으면 전방의 전투력을 높이는 데 써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장 경험과 직관이 탁상행정에 좌절된 것이다. 그녀는 데이터 수집에 매일 밤을 지새웠다. 입원과 퇴원 상황, 사망자 수, 사망원인 등을 통계학적으로 정리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방대한 보고서를 단 한 장의 그림으로 요약해 행정가들을 놀라게 했다. 이 도표에서 1855년 1월 전염병 사망자 수는 2천761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87%로 영국 군 최고의 적은 러시아가 아닌 전염병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등불을 든 여인`으로 불리는 나이팅게일처럼 코로나19 현장에서 헌신과 희생을 하는 간호장교들의 나이팅게일 정신이 담긴 `소위` 계급장이 더욱 값지고 빛나 보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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