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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공천과 차도살인(借刀殺人), 그 진실은
미래통합당 공천과 차도살인(借刀殺人), 그 진실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20.03.08 22: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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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ㆍ칼럼니스트 박재근

민주당 국회의원 김두관 전 경남지사, 그는 떼놓은 당상인 수도권 지역 당선 대신 양산으로 차출된 인물이다. 그는 홍준표 전 대표가 컷오프된 통합당 공천을 두고 "권력이 무상함을, 정치가 비정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이라면서 "통합당 양산을 공천에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혼자 살아보겠다고 뒤통수를 치는가 하면, 경쟁자를 키우지 않으려고 파놓은 대권후보의 함정과 음모가 난무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 명운을 걸고 양산 대첩을 하고 싶었다, 가는 길과 지향하는 바가 달랐고, 화가 나는 부분도 많았지만 홍 후보는 좋은 경쟁 상대였다.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선거 전략이라 해도 인품이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경남은 전두환ㆍ김영삼ㆍ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한 산실이었고 도민들은 김경수 지사를 비롯해 김태호ㆍ김두관ㆍ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경남 출신 대통령 DNA를 이어갈 잠룡으로 여긴다.

여야 불문하고 그렇다. 그런데 미래통합당의 4ㆍ15 총선 공천 결과 경남의 정치적 자산인 홍준표ㆍ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컷오프(공천 배제) 했다. 또 5선인 이주영 의원, 4선인 김재경 의원 등도 배제됐다. 반면, 친황(親黃)계로 분류되는 박완수(초선ㆍ창원 의창)와 정점식(초선ㆍ통영ㆍ고성) 의원을 비롯해 조해진(밀양 창녕 함안 의령) 전 의원 등 당적을 옮겨 다닌 의원들은 공천을 받았다. 또 다른 경남지역 등 PK 공천자와 경선대상자 면면을 볼 때 흘러간 물의 역류 등 요상 야릇한 공천이며 정적만 도려냈다는 등 정치권의 술렁거림도 있다. 보수정당을 지지해온 경남도민들의 기대와 달리, 경남 출신 정치자산과 미래를 짓밟아 버렸다는 것에서다. 그간 홍 전 대표, 김 전 지사에게 수도권 험지 출마를 압박해 왔다. 이에 홍 전 대표는 당초 출마하려던 고향인 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에서 경남 험지 양산(을)로 옮겨 민주당 김두관 의원과 맞붙는 `타협책`을 제시했다. 반면 김 전 지사는 "2016년 총선 불출마 등 당을 위한 희생은 충분히 했다"며 고향인 경남 거창ㆍ함양ㆍ산청ㆍ합천 출마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경선마저 배제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황교안 대표가 `김형오 공관위`의 힘을 빌려 차기 대선 경쟁자인 두 사람을 `차도살인`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미래통합당 소속 잠룡과 경남의 다선 의원들이 줄줄이 공천에 탈락하면서 그에 따른 경남 정치 미래는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경남을 대표할 만한 젊은 인물이 없고 또 중선 의원들이 모두 탈락한 상황에서 현역의원이 국회의장이나 부의장이 되려면 최소 15~20여 년이 지나야 경남의 정치적 지주 역할을 할 인물들이 생겨나게 됐다. 초선의원도 선수를 쌓으면 되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초ㆍ재선 의원이 그만큼 경력을 갖추려면 최소 80세 이상이어야 된다. 또 그만한 재목이 되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그동안 보수의 텃밭으로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한나라당을 지지한 경남도민들이기에, 지난 지방선거마냥, 진보 진영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느냐란 말도 나온다. 물론, 그동안 선수만 쌓고 제대로 역할을 못 한 다선 의원도 그렇지만 초선이라고 중진을 비난할 자격은 없다. 흠결보다 더한 지난 행적이 새삼 입방아에 오르는 이유다. 공천 문제는 양산사례에도 드러난다. 나동연 전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때 현역 프리미엄에도 낙선한 인물이다. 총선 출마 의사를 표명하지도 않았음에도 뜬금없는 경선 참여 등 요상하다는 말이 나온다. 또 딴 곳의 공천 또는 경선 잣대도 갈지자다. 공천=당선이란 그때,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판단으로 민심을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소리도, 공천이야 그렇다 해도 한 표를 행사하는 본선 결과까지 떡 주무르듯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무소속 출마 여부는 공천 배제된 그들 몫이겠지만 당을 위해 헌신하고 풍파를 겪은 사람은 팽 당하고 복당 인사가 대우받는 풍토의 야비한 정치를 지적하기도 한다. 때문인지,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 등의 총선배제가 차도살인(借刀殺人)이란 논란은 총선보다는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란 말도 나온다. 호남권 지자체는 물론이고 충북, 충남에게도 뒤처지고 있는 경남의 상황을 보면, 경남을 대표할 미래 주자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연필로 쓴 잘못된 글씨는 쉽게 지울 수 있다. 실수라면 즉시 지워야 한다. 하지만 연필로 쓴 것을 지워도 자국이 남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누가 뭐라 해도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는 보수 야당의 자산이다. 이주영 부의장, 김재경 의원 등 중진 정치인 배제도 논란이다. 특히, 험지 출마 운운하지만, YS, DJ, JP는 고향을 토대로 한 큰 정치인이었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공천배제를 두고 사천ㆍ차도살인을 논하기에 앞서 총선과 대권을 비롯해 천심이 민심이란 선거 결과가 기다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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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인 2020-03-09 10:09:02
명쾌한 분석, 최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