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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교육이 따뜻한 사회를 만든다
감성 교육이 따뜻한 사회를 만든다
  • 경남매일
  • 승인 2020.03.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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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신화남

인간을 지배하는 양대 인성은 이성(理性)과 감성(感性)이다. 이성이란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을 감각적 능력에 상대해 이르는 말`로써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시켜 주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을 말한다. 반면 감성은 이성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외계의 대상을 오관(五官 : 눈, 귀, 코, 혀, 피부)으로 감각하고 지각해 표상을 형성하는 인간의 인식 능력을 말한다. 이성이 차가운 머리라면 감성은 따뜻한 가슴이다.

우리 인간은 이성과 감성의 지배를 동시에 받는다. 감성이 배제된 이성적 인간이 있을 수 없고 이성이 전무한 감성적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 이처럼 이성과 감성은 결코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감성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이다. `감성경영`이란 새로운 말도 생겨났다. 감성경영이란 `사원들의 감성에 호소하거나 감성을 이끌어내는 경영방식`을 말한다. 냉철한 논리도 중요하지만 회사라는 집단은 따뜻한 인간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각박하고 삭막해져 유기적인 협동 체제가 불가능해진다.

어디 회사나 일반 조직만 그럴까. 모든 인간 사회에서 이러한 감성이 배제된다면 눈물도, 정도, 사랑도 소멸돼버리고 말 것이다.

컴퓨터가 인간의 두뇌를 대신하고 로봇이 환자의 시중을 드는 문명의 이기(利器) 속에서 우리들 인간은 따뜻한 가슴을 상실해가고 있다. 이러한 감성이야말로 이성보다 우선하는 인간의 성품이다. 이성이 과학적, 논리적 인성이라면 감성은 비과학적, 비논리적 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을 어떻게 과학적,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사랑뿐만 아니다. 존경, 감사, 감동, 분노, 호감 등의 감정은 논리나 과학으로 풀 수가 없는 것이다. 이성적, 논리적 교육이 결코 나쁘다는 것은 아니나 모든 교육이 이성과 논리만 중시하고 감성과 비논리를 배제한다면 정(情)이 사라져버린 살벌한 인간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창조적 두뇌도 감성적 교류에서 발달하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 교육은 감성적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이어야 한다. 이성적 사고에 바탕을 둔 토론식 교육 못지않게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인간관계 교육이나 사물을 지극한 사랑으로 대하는 감성적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도 오늘날 한국의 미래를 책임진 교육은 온통 이성과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오래전, 세칭 일류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이 어느 여성의 핸드백을 날치기하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대학생은 경찰서에서 "돌려주면 그만 아니냐?" "정신적 피해도 보상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경찰이 그 학생의 학적을 믿을 수 없어 조회해 봤더니 사실이었다. 그 학생은 지능지수는 발달했지만 감성지수는 형편없었던 것이다.

인간 사회를 따뜻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감성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나 혼자만의 이기적 사고나 행동이 아닌, 공동체적인 사고와 행동을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 오늘날은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노는 혼밥, 혼술, 혼놀족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5, 6남매가 보통이었던 시대에는 자연히 가정에서부터 공동체가 형성됐지만 오늘날처럼 외동이나 형제, 남매, 많아야 3형제(남매)에 그치는 가정에서는 양보하고, 배려하며, 참는 인간관계 교육이 어렵게 돼 버렸다. 물론 혼밥, 혼술, 혼놀이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때문에 유아기 때부터 나 혼자만이 아닌, 타인을 의식하고 배려하며 공동선(共同善)을 이뤄가는 교육이 가장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놀이문화는 물론이요, 수업방식도 함께 과제를 풀어가는 협동 정신에서 공동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감성의 발달을 위해서는 예능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한국의 교육은 아직도 암기 위주, 성적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감성을 발달시키는 예, 체능 과목은 아예 수능시험에서 선택과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국, 영, 수로만 움직이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 영, 수에 큰 비중을 둔다 하더라도 당연히 예, 체능 과목도 필수적인 과목으로 그 중요함을 인정해 현재보다 더욱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오늘날은 동심을 잃어버린 시대이다. 어린이는 더 이상 동요를 부르지 않으며 동시를 낭송하지 않는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학예회에도 아이들은 `내 나이가 어때서` 음악에 맞뤄 엉덩이를 흔들어댄다. 순진한 어린이들이 기성세대의 노리개로 전락한 것이다. 이러한 교육 현장에서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수 없다. `교육의 다양화`를 외치며 거리 시위를 벌이는 고등학생들이 철없는 기성세대보다 훨씬 어른스럽다. 인간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감성교육의 강화, 여기에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내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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