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9:35 (수)
부정ㆍ비리로 얼룩진 무용계 앵벌이 정면고발
부정ㆍ비리로 얼룩진 무용계 앵벌이 정면고발
  • 김정련 기자
  • 승인 2020.03.02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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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예술인 이야기
김태덕 무용수 <김태덕 무용단 대표>

교육부 예술교육 음악ㆍ미술 한정
교과서 내 무용 방대ㆍ전문가 수준

교사 무용수 제자 양성 주력 필요
갑질 기획사 횡포ㆍ무용수 처우 열악
김태덕 무용수가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인 승무예능보유자 고 정재만 선생의 큰 태평무를 선보이고 있다.
김태덕 무용수

지난 26일 김해예총회관에서 마주한 김태덕 무용수는 ‘무용인 설 자리 확보의 필요성과 학교 교육현장의 예술교육 한계점’을 고발했다.

김 무용수는 “지난 30년간 무용계에 몸담으며 겪어온 무용계의 얼룩에 대해 여과없이 말할 사람은 나뿐”이라며 지난 30년 동안 겪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 무용수는 고등학교 재학시절 무용을 시작했지만 넉넉하지 못한 환경으로 사교육에 의존한 예술교육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김 무용수는 “엄마는 몸이 약한 내게 평생 몸을 움직이며 건강을 보살피라고 하셨다. 다행히 예체능을 좋아했던 나는 유연하고 민첩한 신체 덕에 별다른 사교육 없이도 체육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며 말을 이어 나갔다.

김 무용수는 “체육학과에 입학해 동래지신밟기 보유자 후보이신 박지영 선생님께 동래학춤도 배우고 마당놀이도 배웠다”며 그때를 돌이켰다.

졸업 후 교직생활을 시작한 김 무용수는 “방과 후 교사들과 함께 모여 무용 연습을 따로 하곤 했는데 요즘은 무용을 하는 교사가 드물다”며 “임용시험 중 실기시험으로 예비남자교사는 축구를, 예비여자교사는 순수예술(발레, 한국무용,현대무용 등) 중 하나를 준비한다. 무용은 체육 임용고시 시험에 필요한 부분이지 학교 예술교육으로는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무용은 학교교육 현장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무용수는 교육부의 교육과정을 꼬집기도 했다.

“교육부는 제1차 교육과정부터 오늘날의 2015개정교육까지 예술교육으로 음악과 미술만을 한정했다.

그래서 무용실을 갖춘 학교는 매우 드물다. 무용은 교육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나마 체육교과서에 실린 무용은 방대하며 전문가 수준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김 무용수는 “요즘 아이들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 초등학생들에게 척추만곡이나 기형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는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학교때는 자세를 교정하는 동시에 신체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해 낼 수 있는 발레를, 중학교때는 현대무용이나 댄스를 통해 자유를 표현하며 사춘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하고 고등학교때는 절제와 질서를 배울 수 있는 한국무용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어 교육의 기본이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라면 예술의 기본은 ‘음악’, ‘미술’, ‘무용’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선조들의 가ㆍ무ㆍ악을 예로 들었다. “오늘날의 대중가요는 가ㆍ무ㆍ악을 즐긴 우리 선조들의 고대 풍류문화로부터 나타난 결과”라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BTS와 인기리에 방영 중인 미스터트롯이 단순히 노래 하나로 대중을 감동시키는 걸까”라며 되물었다.

김 무용수는 “우리가 눈으로, 귀로, 가슴으로 감동 받을 수 있는 이유를 노래와 무용수의 움직임 그리고 무대장치 3박자가 맞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던 김 무용수는 사물놀이를 배워 국악협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무용수는 “장단에 맞춰 연주를 하다보니 신명이 나서 연주가 제대로 되지 않더라. 아마 이때부터 무용이 더 좋아졌던 거 같다. 무용에 열정을 갖고 지도한 덕분인지 무용을 전공하겠다는 학생이 늘었다. 그랬더니 학교 교기가 ‘유도’에서 ‘무용’으로 바뀌는 경우도 생기더라. 본격적으로 무용에 매달리기 시작하면서 무용은 내 삶의 전부가 됐다. 그런데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무용만 할 수는 없더라. 그래서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김 무용수는 “김해와 창원의 경계선인 대산에 위치한 학교의 지리적 특성상, 아이들이 무용을 쉽게 접할 수 없었다. 그래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용을 전공한 20여 명의 제자들이 이제 모두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살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무대에서 만난다”고 했다.

김 무용수는 무용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무용 기획자의 횡포와 무용 전공자를 필요에 따라 부르는 무용수 정도로 생각하는 사고”라며 “무용계 앵벌이를 고발하고 싶다”고 했다.

김 무용수에 따르면 무용수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무용수가 무대에 서는 조건으로 기획사 및 교수가 금전을 요구한다. 공연 후, 무대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게 아니라 무대에 오르기 위해 오히려 돈을 지불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이는 기획사와 교수가 갑의 지위를 이용해 무용수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무용수는 “모든 무용인들이 진정한 예술가ㆍ교육자로 거듭나는 것이 이같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며 “비리와 부정을 막기 위한 각종 제도적 보완장치들이 제시되어야 하며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라도 부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관련자들의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무용수는 “예술가적 양심을 돈과 맞바꾸는 무용인들의 부도덕성을 나무라며 문화예술계 건강성 회복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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