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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쑥국? 숨겨진 비밀의 맛
도다리쑥국? 숨겨진 비밀의 맛
  • 경남매일
  • 승인 2020.02.2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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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제철 고기를 이르는 말이다.

입춘이 지나고 우수가 지나면 봄이라고 하지만 통영을 비롯한 경남 사람들은 `도다리쑥국`을 먹지 않으면 봄이 왔다고 말할 수가 없다고 한다.

`도다리쑥국` 소리만 들어도 벌써 코끝에서 쑥 향이 올라오는 것 같다.

옛말에 `정월이 다 가기 전 도다리 쑥국 3번은 먹어야 보약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도다리는 가자밋과에 속한다. 중국에서는 도다리를 ‘角木葉鰈(나뭇잎 가자미)’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目板鰈(メイタカレイ : 눈 납작 가자미)’라 부른다.

그러면 `도다리`의 어원은 어디서 나온 말일까?

담정(潭庭) 김려(1766~1822)는 1801년(순조 1년) 신유사옥에 연루돼 유배 생활을 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漁譜)인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를 짓기도 했다. 담정은 1801년부터 1803년까지 진해 현에서 3년여에 걸쳐 유배 생활을 했다. 우해(牛海)에 대해 김려는 이 책 서문에서 `진해(鎭海)의 다른 이름이다`고 썼다. 즉 우해는 진동면 고현 앞바다인 진동만과 창포만, 진해만을 통칭한다.

김려는 `이 지역 일대에서 세 들어 사는 집 아이와 함께 배를 타고 우해 앞바다를 돌아다니며 물고기를 관찰했다"고 적었다. 김려는 이 책에서 `도달어 는 가자미 종류다. 눈이 나란히 붙었고 등은 검다. 맛은 달고 좋으며 구워 먹으면 맛이 좋다. 가을이 지나면 살이 찌기 시작해 큰 것은 3~4척이나 된다`라고 기술했다. 이 책의 `도달어(鮡達魚)`가 `도다리`의 최초 문헌이며, `도다리`는 `도달어`의 음운변화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한편 1963년 동아일보의 `어항의 새벽`이란 기사를 보면, 삼천포항의 새벽 풍경을 묘사한 내용에서 `노래미 열 궤짝, 도다리 스무 궤짝…`이란 표현이 나온다. 이 기사로 보아 당시만 해도 노래미보다 도다리가 많이 잡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도다리는 수심 50~200m 깊은 수심에서 살고 개체 수도 적다. 진짜 도다리는 일부 지방에서 `담뱃쟁이`, `담배도다리`라고 불리며 어획량이 아주 적어 문치가자미 100~200마리 잡힐 때 비로소 한 마리씩 모습을 드러내는 아주 귀한 어종이다.

그래서 요즘 `참 도다리`라고 불리는 도다리는 도다리와 다른 `문치가자미`이다.

사실 `도다리`는 봄 고기가 아니라 가을 고기이다. 원래 도다리는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봄이 제철이 아니고 가을이 제철이라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가을 도다리 혹은 서리 도다리`란 말이 있었다. 옛날에는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에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참 도다리`라 불리는 `문치가자미`는 봄이 제철이다. `문치가자미`의 산란기는 12∼5월 말까지고 어획은 2~3월부터 잡기 시작해 6월까지 잡는다. 따라서 산란을 마친 `문치가자미`는 살을 찌우기 위해 연해로 몰려와 왕성한 먹이 활동을 한다. 그래서 사실 `봄 도다리`라는 말은 어민들이 지어낸 말에 불과하다.

어쨌든 봄 고기인 `문치가자미`와 해풍 맞은 봄 햇쑥은 잘 어울리는 요리 재료로 봄 음식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어민들은 좀 더 고급 진 `참 도다리`라 이름을 붙여 `도다리쑥국`이라 불렀을 것이다. 어차피 도다리도 가자밋과에 속한 어류임은 틀림없으니 말이다.

한편 가자밋과를 비목어(比目魚)라고 하는데, 이는 한 눈이 다른 눈을 좇아간 고기라는 뜻으로 눈이 한쪽으로 쏠려있어 혼자서는 볼 수 없다고 한다. 반드시 두 마리가 짝을 이뤄야 볼 수 있고 헤엄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헤어질 수 없는 친구나 부부의 정을 상징하는 물고기라는 뜻도 있다.

그리고 넙치로도 불리는 광어와 도다리를 구분하는데, `좌광우도`라는 말을 한다. 이는 광어는 왼쪽에 도다리는 오른쪽에 눈이 몰려 있다는 의미인데, 입이 크고 이빨이 있으면 넙치인 광어, 입이 작고 이빨이 없으면 도다리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도다리회 역시 도다리와 다른 `강도다리`인데, 강도다리의 눈은 광어와 같이 왼쪽에 몰려 있어 `좌광우도` 법칙에 벗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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