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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오치마을 겨울나기
밀양 오치마을 겨울나기
  • 장세권 기자
  • 승인 2020.02.23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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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부 부국장 장세권

올 겨울은 날씨가 비교적 덜 추운 가운데 동장군이 지나가려 하고 있다. 그러나 겨울은 겨울인지라 인간의 생활에는 가장 힘든 계절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산간지역의 기온 차는 더 심하다.

밀양에는 올겨울 눈도 별로 오지 않았고 매서운 겨울바람도 없었지만 그래도 겨울 추위는 차갑다. 특히 평지에 있는 마을보다 산지에 있는 마을의 추위가 더할 것이고 그래서 더 높은 산에 마을을 형성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더 온화하면서도 열정적이다.

밀양에는 산악 오지 마을이 몇 군데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오치(傲侈)마을`이다. 밀양시 산내면 용전리에 있는 산마을이다. 오치마을은 이웃 아랫마을에서 자동차로 임도를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휘어진 산 고개를 오르면 산 높은 곳 한가운데 조용하고, 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저수지도 있고 논과 밭이 꽤 넓은 고산 분지 마을이다. 지금은 사과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주변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주민들은 고산 분지 산마루에 기대어 살고 있다.

밀양시 산내면과 경북 청도군 매전면의 경계 지점에 있는 이 마을은 오치 고개의 산봉우리 모양이 까마귀가 앉아 있는 형상이라 해 불린 지명이다. 오치(烏峙)마을은 400년 역사를 가진 마을로 임진왜란 때 피난 가던 사람들이 자리 잡았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서(徐) 씨 집성촌이었고 지금은 46가구 77명이 사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오치마을은 사과 재배가 14㏊나 되는 사과 주산지이다. 얼음골 사과 재배지와 인접해 있어 자연스럽게 사과 재배가 주요 특산물이 되고 있다. 오치 사과는 당도가 높아 얼음골 사과 중에서도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을 정도로 사과 맛이 좋다. 사과 농사를 하기 전까지는 오치마을 사람들은 소득작물이 별로 없어 가난하게 살았는데 사과 생산 이후 마을 사람들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부농도 많이 탄생하고 있다. 사과야말로 오치마을 사람들을 먹여 살려주는 효자 농작물이다.

송백과 오치, 신곡으로 이어지는 임도가 있어 주민들의 진ㆍ출입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주말이나 휴일에는 오치마을을 찾는 탐방객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사과 수확 철에는 `오치 사과`를 맞보려는 미식가들의 발길도 잦다. 또 주변에는 좋은 등산로가 있어 산꾼들에게는 밀양의 숨겨진 트레킹 등산 코스이기도 하다.

마을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오염되지 않은 오치마을의 쾌적한 자연환경은 살기에 더없이 좋다"면서 "가끔 아랫마을이나 도시에 가면 답답함을 느껴 빨리 집으로 돌아온다"고 자랑했다. 밀양시에서 운영하는 100원 택시가 있어 교통에 큰 불편은 없다면서도 문화 혜택만 좀 보태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과나무 가지치기도 하고 퇴비도 주면서 사과나무 가꾸는 일에 겨울이 추운 줄을 모르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와 겨울 추위를 실감하게 하는데 오치마을 사람들은 외딴 섬처럼 고립돼 살면서도 풍성한 소득을 안겨주는 사과 농사일을 하면서 추운 겨울에도 얼굴마다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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