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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 시각의 차이 인정하기
부부간 시각의 차이 인정하기
  • 경남매일
  • 승인 2020.02.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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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심리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김성곤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펜실베니아대학 인지치료 연구소장 아론 벡이 쓰고 제석봉 교수가 옮기고 학지사에서 2001년 펴낸 책이다. 오늘은 부부 시각의 차이 인정하기라는 제목으로 3번째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한다.

필자는 부부 사이를 분열시키는 차이는 자기 자신과 상대방을 바라보는 방법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책에서 사례로 들고 있는 남편은 보수주의자로서 질서정연하고 예측 가능한 삶에 가치를 두지만, 낭만주의자인 부인은 새로움과 흥미를 추구한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사소한 문제를 놓고도 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는데, 벡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보는 관점이 옳다고 생각하며 사람마다 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면 각자 상대방이 악의를 품고 있다고 믿는다 하며 상대방의 시각의 차이는 악의가 아니라 동일한 상황을 두고 다른 관점에서 보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데 원인이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상대방을 부정적인 인물로 낙인찍는 것은 흔한 일이다.

메릴랜드 대학의 심리학자 엡스테인(Epstein)과 그의 동료들은 "문제를 가진 부부는 문제가 없는 부부보다 오해를 할 때 상대방의 부정적인 동기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더 심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벡은 상대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개방적인 시각과 폐쇄적 시각이 있는데, 폐쇄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인 시각은 개인적인 준거 기준에서 나온다 하며 부부가 폐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을 때는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부부의 갈등은 자기중심적 시각을 키우고 확대시키는데 이는 일치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하며, 부부간의 차이가 심각한 갈등으로 확대되는 것은 상대방의 행동을 불쾌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설명은 적개심을 낳고, 이러한 적개심은 더 부정적인 의미를 띤 새로운 문제를 야기해, 급기야 상대방을 부정적인 사람으로 취급하게 되고, 일단 폐쇄적 시각을 갖게 되면 생각과 행동이 갇히고 만다고 하니 자기중심적인 폐쇄적 사고는 우리의 심리에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반대로 개방적 시각을 가진 사람은 상대방의 준거 기준을 채택해, 상대방의 눈으로 세상을 볼 줄 안다고 한다. 우리가 인지하고 있듯이 많은 배우자의 욕구, 감정, 기대는 아동기에서부터 유래하며, 그때처럼 이해해주기를 요구한다고 한다. 즉 어른이 됐지만 내 마음속에 있는 아이가 성인이 된 지금도 상대의 이해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문제 부부를 상담한 벡의 경험을 보면 비난은 상대방의 행동을 일반화시켜 내린 결론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데 상처 받은 사람은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부정적인 특징을 투사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의 부정적 시각 고정은 배우자의 긍정적 측면을 무시하고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게 되며 불쾌한 감정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영속적인 것으로 여기고 부정적인 시각에 상대를 고정시킨다. 그러므로 우리는 상대에 대한 시각을 부정적으로 고정시키기 않고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시각의 틀이 잘못됐다면 이를 재구성(reframing)해 왜 상대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됐는지 스스로 깨달아, 상대의 행동을 사실에 입각해 해석하게 해야 한다고 벡은 말한다. 처음에 사랑으로 만났지만 각기 다른 성격특성으로 인해 갈등을 겪는 부부 또한 많다. 처음에는 부부의 성격이 다르면 서로 보완적인 성격으로 비치지만 살아가노라면 각자가 지닌 규칙과 태도로 인해 충돌을 빚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서로의 긍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벡은 부부사이에 문제가 생길 때 취해야 할 몇 가지 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1. 부부는 무엇보다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마찰이 상대방이 비열하거나 이기적이라서가 아니라 대부분 시각 차에서 일어나는 오해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2. 부부는 상대방이 가진 특성이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두 사람의 특성이 어울리지 않아서 삐걱거린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3. 서로 시각이 다를 때,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4. 부부는 인위적으로 부여했던 부정적 특징을 지우고 상대방을 순수하고 현실적인 안목에서 봄으로써,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각을 재구성해야 한다. 벡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두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하며, 한 사람이라도 상대방의 성격을 수용하면 놀랍게도 성격의 차이가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서로 상대방의 성격을 맞춰 나가면 마찰이나 오해가 줄어들게 된다고 한다. 벡의 조언처럼 서로 `틀림`이 아닌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 성격 차이로 인한 갈등도 당연히 줄어든다.

세상에 그저 되는 것은 없다. 인간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부부 사이에도 연인 사이에도 서로를 향한 긍정적 노력이 뒷받침될 때 우리의 미래도 한층 밝아질 것이며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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