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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의 반란, `기생충`
오스카의 반란, `기생충`
  • 경남매일
  • 승인 2020.02.1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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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광수

영화 `기생충(패러사이트:parasite)`이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4개 부문을 석권하며 기염을 토했다. 비영어권 영화 사상 처음으로 백인 주류의 영화제에서 92년 오스카상의 역사를 뒤집으며 한국 영화 101년의 역사를 새로 썼다. 유명 여배우 제인 폰다가 오스카상의 백미인 작품상 시상식에서 `패러사이트`를 외치는 순간,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을 가득 메운 세계 영화인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만든 `기생충`이 세계 영화계를 제패하는 순간이었다. 이날의 주인공 봉준호 감독은 4번이나 무대에 올라 멋지고 위트 넘치는 수상소감을 피력해 영화제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재치 있는 멘트로 세계 영화계의 거장들과 배우들을 매료시켰다. 그는 자신의 오늘이 있게 한 세계 영화계의 거장들에 대한 존경심으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을 보였다. 감독상 트로피를 받은 후 "어릴 때부터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입니다. 바로 우리의 위대한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한 말입니다." `기생충`과 경쟁작인 `아이리시 맨`의 감독에게 보낸 존경의 헌사는 시상식장을 가득 메운 영화인들의 기립박수를 유도해낸 명 멘트였다.

영화 `기생충`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된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외국어 영화상 등 각종 상 170여 개를 수상했다. 특히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올해 골든 글로브상까지 받으면서 오스카상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길로 한발 한발 다가서 왔다. 국내 개봉 관객 1천만 명 달성에 이어 세계 각국에서 개봉돼 호평을 받았으며, 북미에서는 이미 3천4백만 명의 관객을 동원함으로써 8천469명의 세계 아카데미 회원들의 지지 획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시대성, 대중성, 고유성, 혁신성을 충족함으로써 아카데미 92년 역사의 전통성에 부응하면서, 오스카상의 혁신과 변화를 기대하는 세계 영화계의 변화 기대에도 시의적절하게 대응한 값진 결과이다. 한국 영화 101년을 화려하게 꽃피운 오스카상 4관왕 등극의 쾌거는 한국 영화역사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는 K-팝, K-뷰티, K-푸드에 이어 K-무비까지 석권하면서 세계를 향한 한국 문화예술 산업의 큰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골든 글로브상 시상식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불고 있는 K-팝 열풍, 특히 BTS의 힘은 자신보다 3천 배가 넘는다고 하면서, 한국에는 그런 멋진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번 성과를 자신만의 공적이 아닌 동료 배우들과 스텝들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행사장에 참석한 `기생충` 출연 배우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모두 좌석에서 일어나게 해 그 노고를 돋보이게 격려한 것은 `봉테일`다운 봉준호 스타일의 진면목이었다.

그러나 한편 한국의 `반지하 방`이 빈부격차 세계화 현상의 민낯으로 상징화됐다는 것에 일말의 서글픔을 느낀다. 번영의 뒤안길에 감춰진 우리 치부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보여서다. 물론 촬영 장소가 `기생충`의 성지(?)로 사랑받게 된 것은 반길 일이지만 드라마 `가을동화`나 `겨울연가`처럼 낭만적인 촬영 배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나라 문화예술의 영향력은 핵폭탄의 위력보다 강하며 오랫동안 지속된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거장 봉준호 감독의 위대한 도전과 성공은 미국 뉴욕 타임스가 보도 레이아웃으로 뽑은 `이건 미친 일이다. 물론 좋은 의미로`가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제패는 봉준호 감독의 능력과 한국 영화의 저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보수적이며 백인 위주의 92년 오스카상 역사에 새로운 변화의 모멘텀을 제공한 영화 `기생충`의 영향력은 앞으로 세계 각국에서 상영되면서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한국의 문화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국제무대를 향해 새롭게 재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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