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내 엄마를 닮은 여자 - 2
<수필>내 엄마를 닮은 여자 - 2
  • 경남매일
  • 승인 2020.02.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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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커피 한 잔과 비스킷을 내놓으며 섭섭하다고 종종 들리라고 손을 꼭 잡는 그 따스한 마음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산이 풍비박산돼 자리에 누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철거민들이 이주한 곳에서 부식과 반찬 가게를 하셨다. 새벽 4시에 문을 열면 자정까지 손님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우리 집 방 하나는 아주 동네 아주머니들이 진을 치고 앉아 가게 일을 도와주고 점심 저녁까지 챙기고 간다. 갈 때는 반찬을 비닐봉지에 담아서 보낸다.


거의 공장 생활을 하는 주민들이어서 단칸방의 달동네이다. 커다란 장부를 만들어 벽에다 걸어놓고 가져간 물건값을 직접 기입하는 방식이다. 내가 학교에서 돌아와 장부정리를 하다 보면 합산이 잘못돼 고치려 하면 나무라신다. "그냥 둬. 손님 민망해한다" 하셨다.

손님 장바구니마다 덤으로 주고 돈이 없어 망설이는 손님에게는 슬쩍 장바구니에 담아주면서 "맛있게 만들어 나도 좀 줘요" 하시고 외상을 때이고도 웃고만 계시는 어머니!

볼멘 목소리로 "이렇게 퍼주고 우린 뭘 먹고살아요, 장사가 남아야지 고생만 한다"고 투정하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밥만 먹으면 되지. 다 너를 위해서야. 이러면 자식이 잘 된다" 하셨다. 내가 세상 떠나면 아무도 없는 네게 인심이라도 남겨야 어미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하시던 말씀과 잔잔한 미소가 흐르는 눈으로 나를 달래시던 내 어머니!

나도 어느덧 엄마를 닮아간다. 한 달 생활비에서 떼어내어 양발 살 준비를 한다. 알록달록 색이 고운 걸로 사서 경로당 할머니들을 찾는다. 별거 아니지만 환한 미소로 행복해하는 할머니들. 그 행복을 담아 나 또한 이 겨울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는 그게 사랑인 줄 몰랐어요. 겨울밤 시리도록 하얀 달빛만 아린 가슴에 그리움으로 소복이 쌓인다.

가슴이 아리도록 보고픈 울 엄마!



<수필가>

- 패션디자이너

- 동주대학 패션디자인 졸업

- 한국방통대 국어국문학과

- 수필부분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대상

- 국민연금 전국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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