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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매체에서 표현의 자유 한계
인터넷 매체에서 표현의 자유 한계
  • 경남매일
  • 승인 2020.02.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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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김주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온 세계가 재난 상황이고 어느 지역은 비상사태까지 선포한다. 해외여행 계획도 줄줄이 취소되고, 공적ㆍ사적 모임도 무기한 연기된다. 중국에 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 차질이 생기고 이에 세계 경제도 점점 암울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세계적인 재난 상황에서도 인터넷 매체마다 혐오적인 댓글(속칭, `악플`)이 활개를 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악플`로 인해 피해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를 헌법적 측면으로 보면, 기본권의 충돌(즉, 피해자의 인격권과 악플러의 표현의 자유 사이의 충돌) 상황에 해당한다.

우리 형사법은 일정한 경우에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면서, 기본권 충돌 상황을 조정하고 있다. 선진국은 대부분,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명예훼손죄(진실한 사실 적시인 경우)나 모욕죄를 폐지하거나 성립 범위를 줄이거나 면책사유를 늘리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다. 그런데, 최근 문제 되는 인터넷상 악플은 `진실과는 거리가 먼 허위의 내용`이거나 `특정인 또는 특정 집단을 혐오하는 내용`으로 피해자의 인격권 침해의 중대성과 심각성이 매우 커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처벌 규정으로, 형법은 명예훼손(허위사실 적시인 경우)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모욕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각 규정하고 있고,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사이버` 명예훼손을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나, `사이버` 모욕에 관하여는 별도의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

인터넷상 악플 사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경찰청에 따르면 `모욕죄`의 신고 건수가 2014년 8천880건이던 것이 2018년에는 1만 5천926건에 이르렀다. 실제로 악플로 피해를 본 사람들 중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비율이 10% 정도로 미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건수는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악플 피해에 대한 신고 비율이 낮은 이유는, 형사고소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단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하고 고소장을 만들어 수사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큰 비용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해 고소를 해야만 할 필요도 있다. 고소장을 제출하더라도 일반 포털사이트에서의 악플러는 대부분 검거되는 편이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SNS의 악플러는 신원 조회도 힘들다. 또한, 어렵게 고소가 되는 경우에도 수사기관의 인력 문제나 기술상의 문제로 인해 조사도 없이 각하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악플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후에도 대검찰청이 악플에 대한 명확한 처리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기소유예, 약식기소(벌금형), 정식 기소(불구속)까지 다양하다.

모욕죄는 `추상적 관념을 사용해 사람의 인격을 경멸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죄인데, 검사마다 `악플로 인해서 피해자가 어떤 모욕감을 느꼈는지 여부`에 평가가 다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점점 심각해지는 인터넷상 악플에 대응해, `형사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들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고, 현재 대부분 벌금형 선고에 그치고 있는 형사판결 추세에 대하여도 비판적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형법상 모욕죄의 법정형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형사재판에서 처벌 수위를 높이기는 한계가 있다. 그보다 먼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사이버모욕죄`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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