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맛을 찾자!
우리의 맛을 찾자!
  • 경남매일
  • 승인 2020.02.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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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요즘 도심 거리를 걷다 보면 한 집 혹은 두 집 걸러 식당이 눈에 뜨인다. 그런데도 진정한 전통 한식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간혹 한정식집을 찾는다고 해도 막상 이 음식이 전통 한식인지 의아할 때가 많다. 오히려 60~70대 아주머니들이 갖은 양념에 손맛으로 주물러 내놓는 음식보다 맛이 없다.

 왜 그럴까? 이미 우리는 우리 고유의 양념을 잃어버렸거나 사라졌고, 제대로 된 전통음식의 레시피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걱정은 약 100년 전부터 숙수(熟手 : 요리사)들에 의해 나왔다.

 1876년(고종 13) 일제의 강압적인 외교에 눌려 강화도조약을 체결함으로써 개항을 맞이했고, 1910년 8월 29일에 일본이 국권 침탈 조약을 강압적으로 맺게 해 대한 제국의 통치권을 빼앗았다. 1876년부터 1923년까지 47년 동안 조선의 요리 전문가인 숙수가 궁내부에서 전선사(典膳司) 장선(掌膳)과 주선과장(主膳課長)을 지낸 죽농(竹濃) 안순환(安淳煥, 1871~1942), 이왕직(李王職) 전선과(典膳課)에 근무하는 이익환, 선무실(膳務室) 주임 조동원(趙東源) 등 몇 명 남지 않았다. 당시 조선 요리나 양념이 사라지거나 변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숙수들이 있었다. 이왕직 전선과에 근무하는 이익환과 선무실 주임 조동원이다.

 우선 동아일보 1921년 4월 4일에 보도된 조동원의 이야기를 기사화한 내용을 살펴보자.

 "내 생각에는 목하 우리 조선의 요리는 섣불리 개량을 한다는 것보다 도리어 힘써 맛 같은 옛 법을 다시 찾는 것이 대단히 좋을 줄 아오. 조선 요리의 진선진미 한 여러 가지 종류는 실로 내 것이라 그러는 것이 아니라 널리 세계에 맛 보여도 부끄러운 바가 없을 줄 아니 `신설로`나 `찜` 같은 것이며, 찌개나 채소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법도에 벗어나고 입에 맞지 않는 것이 없다 할 것이오. 그러나 유감이 되는 것은 조선 요리를 전문으로 한다는 각 요리점에서 한갓 이익에만 눈을 뜨고 다시는 조선 요리의 본질과 조선 요리의 특색을 보존해서 영원히 조선 요리의 맛 같은 지위를 지속해 가자는 생각을 못 하는 결과 점점 조선 요리가 서양 그릇에 담기며, 조선 신설로 그릇에 얼토당토아니한 일본요리 재료가 오르는 것은 실로 아는 사람의 안목에 도저히 그것을 순전한 조선의 요리라 할 수 없는 애석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소. 그러할 뿐만 아니라 `전유어` 한 점, `찌개` 한 그릇에도 다 각기 상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차이와 규모가 있어서 너무 차가워도 못 쓰고, 너무 더워도 못 쓰고, 너무 짜거나 싱거워도 못 쓰는데, 도무지 일반 요리점에서는 요리법이라고는 그대로 덮어 놓고 오직 어떻게 하든지 이익이나 보자 하는 무서운 영업방침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모양이니 만일 외국 손님이 조선에 와서 요리를 맛보겠다고, 조선 요릿집에 가면 또한 되는대로 울긋불긋이 차려 내일 터이니 참으로 생각하면 부끄러울 따름이며, 조선 요리라고 재료는 순연한 일본 요리 재료로 섞이며, 그릇이라고는 거의 서양 사기가 놓여 있게 되면 그들은 속으로 얼마나 웃으며, 얼마나 실망하겠소. 생각할수록 통탄할 일이오."

 그뿐인가. 이왕직 전선과에 근무하는 이익환은 그보다 2년 뒤 같은 신문 1923년 1월 2일 자에 `자랑할 조선 양념 개량보다 원상 회복이 급한 세계에서 자랑할 만한 조선 료리`라는 제목으로 조선 요리 양념에 대한 개량보다 원상 회복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 기사 역시 우리 것을 지키고 그 가치를 보존하면서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여야 함에도 우리 것을 간과하고 편의성을 따져 단순화시켜 온 우리 식생활 문화에 대한 회의적 내용의 기사다. 우리 것을 소홀히 하고 무관심한 사이 일본은 조선의 요리를 가져다 일본화시켜 세계화시키고 한국과 차별화시킴은 물론 오히려 한국과의 연계성을 단절시켜 나가고 있다. 마치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처럼….

 그런데도 한국의 식자층이라고 하는 일부 친일적 사고를 가진 식문화계에서조차 일본의 주장을 검증도 없이 동조하기도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전통 한식의 원형이나 한식 맛의 기본이 되는 양념과 레시피를 복원해 보존한 후 그 바탕 위에 우리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시도를 해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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