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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관계의 빛과 어둠
부부 관계의 빛과 어둠
  • 경남매일
  • 승인 2020.02.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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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심리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김성곤

 세상에 편견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각자가 가진 편견의 틀 속에서 세상을 본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편견은 오래되면 될수록 우리의 감각과 인지를 왜곡시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하고, 스스로의 왜곡된 틀 속에 갇혀 세상을 보고 판단하게 한다. 편견은 남들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해석을 왜곡시킨다.

 아론 벡은 자기 존중감이 낮은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편견이 있다고 하며 "이때는 남들의 평가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을 쏟고 과도한 반응을 보이며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남들이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을 할 때 자신의 선입견을 적용시키고 부정적인 해석을 한다"고 했다. 또한 벡은 많은 문제를 가진 부부는 항상 편견에 치우쳐 있으며, 신혼 초기에는 긍정적인 편견을 가지나, 결혼해서 살면서 봉착하게 되는 어려움, 실망, 논쟁, 좌절을 경험하다 보면 긍정적인 편견에서 부정적인 편견으로 바뀌게 된다. 그는 행복이란 부정적인 경험과 해석이 줄어들 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하며 부부의 행복을 깨뜨리는 원흉은 바로 부정적 사고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부부 사이의 틈을 메우는 방법을 알려면 무엇 때문에 사이가 벌어졌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빛: 홀딱 반함

 당신이 필요해요, 내가 살아가려면.

 당신이 없는 내 삶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자존심도 모두 버렸어요

 그대, 나는 떠날 수가 없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Al H, Weems, W, Garrett의 `그대 나와 함께`

 사랑에 눈이 멀어본 사람이라면 위의 글이 이해가 될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홀딱 반했을 때, 처음 어떻게 해 사랑에 빠지게 됐는가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강렬한 종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되고, 이것은 감정, 동경 그 이상의 것이다. 홀딱 반했을 때는 의식까지 변화시킨다. `얼이 빠졌다`와 같은 표현은 초점을 잃고 현실적인 평가와 반응을 하지 못한다는 증거이다. 사실 `홀딱 반함`(infatuation)은 `어리석다`는 의미의 라틴어 `fatuus`에서 유래하고 있다. 아론 벡은 홀딱 반하게 만든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갖는 생각이나 이미지는 강박상태에 걸린 사람의 특징과 흡사할 때가 많다고 하며 자신의 상담사례를 들고 있다. "K 부인은 T 씨에게 홀딱 반해 있을 때, 반복해서 그의 이름을 쓰고, 같은 사진을 끊임없이 쳐다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러한 강박적 충동은 사랑하는 사람과 늘 함께 있고 싶은 욕망을 낳는데, 남부지역에 있는 한 남학생은 북부지역에 살고 있는 여자 친구와 함께 있고 싶어 공부도 집어치우고 떠나버렸다. 그 여학생은 공부에 바빠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시했지만, 그 남학생은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했다. 어떤 사람은 홀딱 반하면 신경쇠약에 걸리기도 한다. 이러한 통제력의 상실이 홀딱 반한 상태를 잘 가르쳐 준다.

 홀딱 반해 있을 때에는 조증 상태에 놓인 환자와 흡사한 사고와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사랑의 기쁨에 도취돼 있을 때에는 조증 환자의 전형적인 사고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긍정적인 특징만 과장하고 이상화시키며, 부정적인 면은 걸러내고 긍정적인 면만 보려는 `협량한 시야`(tunnel vision) 현상이 일어난다. 홀딱 반해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갖는 찬란한 모습은 환멸을 느꼈을 때 갖는 냉혹한 비판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우리의 판단은 대체적으로 온건하고 합리적인 균형이 잡혀 있다. 그러나 친밀한 관계일수록 더욱 원시적인 흑백논리에 따른다고 한다.

 부부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벡의 처방전을 살펴보자. 부부가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을 개선하면 현저한 변화가 일어난다. 상대방의 말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보다 효율적으로 표현하고 자신들의 문제를 협력하는 마음으로 정의하고 직면하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문제는 기술을 적용하고 연습해야 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적용과 함께 부부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가슴 깊이 묻어두고 있는 부정적 신념을 긍정적인 신념으로 바꿔야 한다.

 부부가 효율적으로 변화하려면 어떤 유형의 행동을 할 때 사려 깊고 친절하고 책임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육아를 함께하거나 가사 일을 돕는 것이 바로 협조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또한 상대에게 격려하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벡은 조언한다. 남편이 아내가 보여 준 행동에 고마움을 표시할 때, 아내는 이러한 행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며, 상대방이 이러한 행동을 하고 그때마다 보상이 주어지면, 이러한 행동을 할 동기가 증대된다. 상대방이 원하는 행동이 반복되면, 마음속으로 "상대방을 위해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고, 기뻐할 일이다"라는 새로운 긍정적인 개념이 형성된다. 상대방으로부터 이러한 행동에 대한 강화를 받게 되면, 상대방의 요구를 무시하려고 했던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벡은 배려, 수용, 이해, 지지, 민감 등 사랑과 배려를 나타내는 행동을 통해 부부관계를 개선하고 행복한 가정과 인간관계를 이룰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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