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7:13 (목)
가짜 뉴스와 프로파간다
가짜 뉴스와 프로파간다
  • 경남매일
  • 승인 2020.02.02 2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설가 이광수

 가짜 뉴스를 굳이 정의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진실을 호도하는 악마가 퍼뜨리는 비열하고 치사한 소문 정도로 치자. 가짜 뉴스는 프로파간다의 소스이자 여론 호도의 원인자이다.

 인터넷 소셜 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함께 기성 보도 매체인 신문, 방송 채널은 점점 그 입지가 줄어들어 존폐 위기에 처해있다. 소셜 미디어는 장점인 즉시성, 신속성, 무차별성이라는 특성을 무기로 뉴스나 얘깃거리를 실시간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이에 따라 상품광고를 업로드하려는 기업체와 중개 수수료를 챙기려는 플랫폼 업체들이 죽이 맞아 무차별로 광고를 뿌려대고 있다. SNS를 점령한 유튜브의 경우 구독자 수와 열람자 수(팔로워)에 따라 광고단가가 올라간다. 전엔 재미로 올리던 유튜브 플랫폼이 이젠 지상파 방송 뉴스까지 띄우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 그뿐이랴. 소셜 미디어의 수도 셀 수 없이 늘어나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기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포털 사이트는 물론,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틱톡 등도 필요한 앱을 이용하려면 부가 네트워크 가입 권유 광고가 수없이 뜬다.

 소셜 미디어는 개인 방송국 운영자인 전문 크리에이터와 일반 대중의 투고 형 뉴스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1인 방송 크리에이터가 전문 직업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개성시대 개인주의 시대의 사회현상이며 자기 PR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가입자 수가 수백만 명에 이르는 크리에이터는 그 수익만도 연간 수억이 넘는다니 누가 월급쟁이로 살려고 하겠는가. 청년실업자 2백만 시대는 바로 이런 소셜 네트워크 문화의 확산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런 뉴스나 정보 중 신뢰할 만한 수준의 내용이 과연 몇 프로나 될까. 일반적으로 정제되거나 검정 되지 않은 상품광고성(의뢰 광고 포함) 내용과 편파성이 강한 정치적 견해의 주장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의 범람으로 가짜 뉴스나 정보가 판을 치는 세상이니 기존의 정제된 뉴스 매체의 존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론직필이나 공영방송이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을 망각한 채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는 편파성 뉴스 보도가 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도 본다.

 최근 `뉴욕타임스` 발행자인 설즈버그는 "최근 몇 년 동안 50개국 이상의 지도자들이 가짜 뉴스라는 말을 자국의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동원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닉슨 워터게이트 특종기자)는 "가짜 뉴스는 마케팅의 천재인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기 위해서 지어낸 말이다"고 했다. 이는 사실(fact)보다 픽션(fiction)이 판치는 세상이 돼 국론이 분열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렸으며,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들에 대한 가짜 뉴스도 한동안 인터넷 소셜 미디어를 시끄럽게 했다. `탁 하고 책상을 치니 억하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는 보도는 1987년 1월 19일 강민창 치안 본부장이 박종철 사망 사건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사인을 쇼크사로 몰고 가기 위해 TV가 생방송으로 중개한 군부독재 시대를 상징하는 가짜 뉴스였다. 필리핀에서 체포돼 돌아온 김대업 씨도 이회창 후보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하는 병역 비리를 폭로해 당시 대선 결과를 바꿔 놓았는데, 그 당시 김대업 씨가 했던 기자회견도 가짜 뉴스였다. 그 밖에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소셜 네트워크 상의 가짜 뉴스 남발도 마찬가지였다.

 가짜 뉴스는 페이크(fake) 뉴스, 거짓 정보, 정보공작을 위한 조작 또는 날조된 뉴스다. 가짜 뉴스는 과거 프로파간다(Propaganda)라고 불렀다. 독일 히틀러의 나치 세력이 선동의 귀재인 괴벨스의 지휘하에 치밀하게 활용돼 500만 유대인을 학살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 이처럼 가짜가 진실을 호도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가짜와 진짜를 분별하는 안목과 식견을 가져야 한다. 가짜 뉴스를 믿고 자칫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면 자신은 물론 사회와 국가를 망치게 하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