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2:27 (수)
LH는 공기업 정신 되살려야
LH는 공기업 정신 되살려야
  • 임채용 기자
  • 승인 2020.02.02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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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부 본부장 임채용

 양산 사송 신도시를 조성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양산시가 가로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산 사송 신도시 추진은 물금 동면 신도시와 함께 양산의 주거문화를 바꿀 보금자리 사업이다. 사송 신도시는 2021년 6월까지 양산시 사송리 일대 276만여㎡ 부지에 공동주택 1만 3천363세대와 단독주택 430세대 등을 조성해 총 1만 7천여 명이 거주하게 된다.

 꿈의 보금자리인 사송 신도시가 최근 시공사인 LH와 지자체인 양산시가 이런저런 일들을 두고 마찰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답답하다.

 지난해 전시관 설립 문제에 이어 올해 들어서는 가로수 이설ㆍ벌목 문제를 놓고 서로 얼굴을 붉히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딱하다.

 지난해에는 동면 사송 신도시 공공 주택지구 내 부지에서 4~5만 년 전 후기 구석기 뗀석기 유물이 발굴돼 역사학계 등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발굴된 유물은 석기류 128점을 포함해 분묘, 도자기 등 총 1천211점으로 이 가운데 915점이 국가에 귀속되는 중요한 문화재로 판명됐다. 구석기 시대 때부터 양산이 주거지였음을 증명하는 지역으로서는 찬란한 땅의 역사를 웅변하는 것으로 양산시민들은 무척이나 고무됐다. 이에 따라 양산시는 국가에 귀속되는 유물 915점과 나머지 296점 등 1천211점을 전시관이나 수장고를 지어 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양산시는 LH에 전시관을 지을 땅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에는 LH가 사송 신도시 사업 지구 내 가로수 이식 문제를 놓고 시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 가로수는 사송 신도시 조성으로 편입된 옛 도로변에 심어진 가로수인 메타세쿼이아 600여 그루이다. 양산시 동면~부산시 금정구 노포동 간 1077호 지방도 3.3㎞에 심어진 가로수는 택지조성으로 베어지거나 이식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양산시는 옛 가로수의 정경을 살리기 위해 이식을 요구했다. 가로수는 수령 20년 가까이 되고 높이가 15~20m 가량의 아름드리나무로 삭막한 지방도 주변 풍경에 계절마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등 도시 경관개선에 큰 효과를 보이고 명물로도 자리 잡았다.

 LH는 이식 비용 문제와 활착률이 떨어진다며 난색을 보이다 결국 전신주에 걸려 생장점이 잘려나가 생육상태가 나쁜 부산 방향 메타세쿼이아는 벌목하기로 했다. 절반가량인 양산 방향 나무만 사업 지구 내 완충녹지 3곳으로 옮겨심기로 했다.

 그러나 부산 방향 가로수 이식 벌목 비용 을 놓고 시와 LH가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LH는 공공 주택 지구 조성 사업에 따라 양산시가 지방도를 무상 귀속한 만큼 가로수 역시 다르지 않다며 원인자부담금을 낼 수 없다는 태도이다. LH는 법률 자문을 거쳐 이 같은 내용을 통보했지만 시는 "가로수를 옮겨 심거나 이설 제거할 때는 그 비용을 행위자에게 부담한다"는 규정에 따라 벌목 가로수에 대해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이다. 양산시는 "LH가 사업승인을 받기 전에는 가로수 이식 문제를 협의 대상에 포함해놓고 막상 사업에 들어가고 나서 이미 무상귀속이 끝난 사안이라는 태도를 보여 난감하다"며 "현재 법률 자문을 의뢰해 결과에 따라 재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산시민들은 도대체 LH는 양산시를 위해 온 건지 시에 폐만 끼치려 왔는지 알 수 없다며 공기업 정신을 되살려 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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