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사이클이 짧은 이유
권력 사이클이 짧은 이유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0.01.30 2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흘러나오는 무리한 정치쇼가 권불십년도
길다는 가르침을 준다.

우리나라가 복수 정치로 내전처럼 비치는 형국에서

한 정권이 긴 호흡으로 가야 `보복 대물림`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편집국장 류한열

 인생의 의미를 제대로 알려면 죽음을 깊이 생각하고, 권력의 유한성을 깨달으려면 권불십년의 이치를 알면 된다. 제아무리 천년만년 살려 해도 길게 잡아 인생 100년에 무너지게 돼 있다. 죽음을 겸손하게 수용하면 하루하루 인생에 경거망동할 수 없다. 삶과 죽음이 한 직선상에 서 있다고 하면 삶은 소중한 시간임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 정치판에 핀 붉은 꽃은 시들지 않고 영속할 것처럼 보인다. 프랑스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이 "복수에 함몰된 정치로 한국은 항상 내전 중"이라고 복수 정치가 난무하는 한국 정치를 내리깔았다. 복수 정치의 사이클은 짧다.

 우리 정치판을 보면서 "원래 정치가 그런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숨이 넘어간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대체로 부정을 저지르면 수치심을 느끼는 게 인간의 기본 도리다. 정치인들에게는 최소한의 예의다. 요즘은 나쁜 짓을 하고도 목을 뻣뻣하게 세우고 되레 자기가 옳다고 강변한다. 참과 거짓이 뒤바뀌는 혼탁한 세상에서 정치는 우리의 삶을 떠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4ㆍ15 총선을 앞두고 거짓말이 진실을 옷을 입고 얼마나 미친 춤을 출지 바른 정신으로 쳐다보기는 힘들 지경이 오고 있다. 권불십년을 모르는 정치권력이 부패하는 일은 냉장고 밖 아이스크림이 녹는 이치보다 더 명확하다. 독선과 오만이 부르는 정치 부패의 싹을 자르는 데 칼이 한 자루밖에 없어 요즘 위태해 보인다.

 검찰은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를 두고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한 인물을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전 국가가 동원된 정황이 있다. 왜 사생결단식으로 한 사람을 당선시키려고 야단법석을 떨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최고 권력자와 30년 친구라는 말에 수긍 가는 측면이 있지만, 권력은 유한한데 그 정도까지 무리를 했을까 쉽다. 청와대 참모들이 조직적으로 울산시장 만들기에 개입한 이유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앞으로 이 일을 두고 벌어질 희한한 논리 전쟁에 벌써부터 머리가 혼란스럽다.

 인격과 국격을 논하는데 자격증은 없다. 인격이 평균을 넘지 않은 사람이 되지도 않는 소리로 인격을 이야기하면 한심스럽다. 목소리만 높이면 자신의 왜소한 인격이 덮일 줄 알지만 순진한 착각이다. 정치가 진영 논리에 매몰되면서 특정 좌파ㆍ우파 사람들이 뱉어내는 정치적 술사는 국민을 희롱할 뿐 아니라 아예 국민을 백치로 내모는 지경까지 간다. 이념이 종교보다 무섭다는 논리가 맞다고 공부시켜 주는 그들의 언사는 죽음 앞에서 멈출지 모른다. 국민의 인격을 깡그리 무시하는 언사와 희번덕거리는 그들의 얼굴이 역겹다는 생각은 확산되고 있다. 촉새 같은 입과 산발한 머리를 보는 게 스트레스다. 우리 인격이 떨어지는 소리와 그들의 목소리가 듀엣곡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4ㆍ15 총선에서 권력의 유한성을 아는 후보와 정당에 표가 몰리는 정의를 보고 싶다. 민주당이 집권하고 20년 집권플랜이 난무했다. 더 나아가 100년 집권플랜도 간간이 나왔다. 집권당 대표한테서 이런 말이 나온 것은 처음에는 정권을 유지할 자신감이었겠지만 한 발짝만 물러서면 교만의 끄트머리에서 나온 권불십년을 모른고 한 소리다. 권력은 주고받거니 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무난하게 돌아간다. 지금 흘러나오는 무리한 정치쇼가 권불십년도 길다는 가르침을 준다. 우리나라가 복수 정치로 내전처럼 비치는 형국에서 한 정권이 긴 호흡으로 가야 `보복 대물림`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허허로운 웃음만 나온다.

 청와대 참모들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를 잡고 검찰이 칼을 들자 "이번 사건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에 가깝다"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말했다. 정치권력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정치라고 말하는 촌극이 요상하다. 정치는 짧고 인생은 길다. 요즘 정치가 단막극으로 공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야 관객이 옳고 그름이 제대로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은 죽음 앞에서 진면목이 드러나고 권력은 짧은 사이클을 그리기 때문에 부패는 밝혀진다는 당연한 말을 빨리 확인하고 싶은 심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