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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 롯데` 사랑한 문학청년 영면
`샤 롯데` 사랑한 문학청년 영면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0.01.22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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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김중걸

 

 `껌`으로 기업을 일궈 대한민국 재계 5위의 반열에 올린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 19일 향년 99세 나이로 별세했다.

 1922년 당시 경남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빈농에서 5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신 회장은 1940년대 초 19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팔이, 우유배달 등의 일과 일본 와세다대에서 공부를 병행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문학에 심취했다고 한다.

 당시 신 회장은 독일의 세계적인 대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매료됐다. 소설의 여주인공인 `샤 롯데`에 대한 베르테르의 사랑과 정열에 감명받아 회사 이름과 제품 이름을 `롯데`라고 정했다고 한다.

 신 회장은 누구나 사랑하는 만인의 연인 `샤 롯데`의 이름에서 회사 이름을 따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담았다.

 1948년 일본에서 창립한 `롯데`는 껌을 팔아 그룹으로까지 성장했다. `껌`으로 기업을 일군 문학청년은 사람들에게 음식과 음료, 호텔, 백화점, 건설, 문화 등을 아우르는 그룹으로 일궈 세상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삶에 기여하는 아름다운 미션을 가진 사업가로 세상살이를 했다.

 신 회장은 고향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고향인 울산에서는 570억 원을 출현해 울산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회복지법인인 롯데삼동복지 재단을 출범했다. 지역 내 소년소녀가정 학생을 후원하고 노인 무료진료, 소외아동 선물 지원, 저소득층 학생 교복 지원, 중 고교생 장학금 지원, 자원봉사활동 연계 소외계층 필요 물품 지원, 청소년 클래식 음악회 개최, 저소득층 노인 방한복 지원, 푸드마켓 생필품 지원 등 각종 복지사업을 펴고 있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신 회장은 자신의 고향인 울산 둔기리에서 해마다 마을 위안잔치를 열어 고향마을 주민들과의 아름다운 교감 향연은 이웃 주민들의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1970년 울산이 공업도시로 성장하면서 울산공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삼동면 일대에 대암댐이 건설되면서 둔기리 지역은 수몰됐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신 회장은 1971년부터 2013년까지 43년간 매년 첫째 주 일요일에 마을 주민잔치를 열었다. 2014년 세월호 사고로 당시 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해 잔치는 중단됐다.

 롯데 별장으로 알려진 신 회장의 고향 마을 별장은 신 회장의 고향민들을 끝없는 애정으로 돌보던 산실이 되기도 했다. 신 회장의 별세 소식에 마을 주민들은 "큰 별이 졌다"며 깊은 애도하고 추모했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 36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장학금을 보태주시고 학생들이 서울로 수학여행을 가면 친히 롯데월드와 전망대를 지원해주는 등 모교임 삼동 초교 지원에도 남다른 애정을 보여 줬다"며 고인을 회상했다. 삼동 초교는 전교생 15명의 시골 학교로 신 회장은 이 학교 5회(1934년) 졸업생이다. 삼동면 둔기리 롯데 별장 옆에는 21일부터 합동분향소를 차려져 주민들은 물론 울산시장 등 각급 기관 등에서 조문 행렬을 이어가며 고향 사람 `신격호`를 추모했다. 22일 신 회장은 고향인 울주군 선영에 안치돼 영면에 들었다.

 신 회장은 "베르테르는 그의 여인 샤 롯데에 대한 사랑에 있어 정열 그 자체였습니다. 그 정열 때문에 그는 즐거웠고 때로는 슬펐으며 그 정열 속에 자신의 생명을 불사를 수 있었습니다, 일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정열이 있으면 어떠한 어려운 일이라도 즐겁게 이겨 낼 수 있지만 정열이 없으면 흥미도 없어지고 일의 능률도 없어집니다. 경영자의 정열과 직원 모두의 정열이 하나의 총체로 나타날 때 그 회사는 큰 발전이 기약됩니다. 뜨거운 정열을 갖고 업무에 임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며 샤 롯데를 향한 베르테르의 사랑과 열정을 차용해 직원들에게 일과 삶에 대한 정열을 강조했다.

 이제 만인의 연인 `샤 롯데`를 사랑한 재계 거목은 갖지만 그가 남긴 아름다운 이름 `롯데`는 우리의 곁에서 영원히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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