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4:21 (금)
"남의 특허 연구ㆍ모방이 기업 발전 밑거름된다"
"남의 특허 연구ㆍ모방이 기업 발전 밑거름된다"
  • 김용구 기자
  • 승인 2020.01.22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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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으로 읽는 아홉 번째 강의

제1기 경남매일 CEO아카데미

강사 - 허성원 변리사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주제- `배고픈 사자는 하늘을 본다`

현시대 무형자산 가치 대폭 증가
기술 선점ㆍ지속적인 개발 중요
잘 활용하면 타기업 이기는 무기

출혈 피하고 이득 얻는 협상 집중
"효과적인 전략으로 성장 견인을"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가 `배고픈 사자는 하늘을 본다`라는 주제로 기업의 특허전략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가 `배고픈 사자는 하늘을 본다`라는 주제로 기업의 특허전략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장자의 친구 혜자는 위왕에게 받은 큰 박씨를 심었더니 쌀 열 가마를 담을 수 있는 커다란 박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혜자는 물을 담으면 무거워서 들 수 없고 쪼개서 바가지를 만들면 평평하고 얕은 탓에 도무지 쓸모가 없어 그 박을 깼다고 합니다. 이를 본 장자는 혜자에게 큰 것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하죠. 기업에게 있어 특허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하면 특허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지난 21일 김해 아이스퀘어호텔 2층 연회장에서 열린 `경남매일 제1기 CEO 아카데미` 제9차 강연에서 변리사인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가 이처럼 장자의 일화를 소개하며 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허성원 변리사는 특허는 기업 환경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특허는 기업 성공의 하이웨이가 되기도 하고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 지난 2012년 삼성은 애플과 특허분쟁을 하면서 한해 3천억 원 상당을 지출했다. 또 삼성은 로열티로만 휴대전화 한 대당 10만 원가량을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에 지불하고 있다. 유의해야 할 것은 특허로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손해를 보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는 점이다.

 미국 개척 초기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를 보면 임자 없는 서부지역 땅을 차지하기 위해 말을 타고 레이스를 펼치는 장면이 나온다. 먼저 도착해 깃발을 꽂기만 하면 자신의 땅이 되기 때문이다. 특허도 주인 없는 땅을 선점하는 것과 같다.

 미국에서 시가총액이 높은 S&P500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유무형 자산 비율을 조사한 결과 지난 1975년 유형자산이 83%로 무형자산(17%)보다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2015년에는 무형자산이 87%로 무형자산(13%)을 앞지른다. 무형자산이 부동산 등 유형자산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구글의 경우 데이터를 저장하는 스토리지 이외에는 유형자산이 없다.

 특허는 내 기술을 남이 침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배타적 지배력의 경계인 특허는 성을 쌓는 작업과 같다. 성이 작으면 되레 내가 갇히게 된다. 그렇다고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쌓게 되면 무너지기 쉽다. 넓고 강한 성을 쌓는 것이 목표지만 성을 쌓게 되면 그 순간 성 바깥에 대한 권리는 포기하게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구두닦이가 구두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 패턴을 유추하는 것처럼 특허를 보면 기업의 비전과 핵심역량이 나타난다. 특허를 얼마나 꾸준히 내고 있는가를 보면 창조역량을 알 수 있고 특허를 몇 사람이 만들었는지를 보면 집단창의력이 파악된다. 특허 건수를 보면 시장지배력을 알 수 있다.

 특허는 사용권이 아니라 금지권이다. 기업 간 분쟁이 벌어지면 상대방을 공격하는 수단이 된다. 싸움에 비유한다면 특허가 무기인 셈이다. 그러나 무기가 좋다고 고수가 될 수 없다. 전략이 있어야 더욱 더 강한 특허를 만들 수 있다.

 전략 중 하나가 상대를 넘어뜨릴 수 있는 수준의 특허를 다수 확보하는 것이다. 산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애플은 `밀어서 잠금 해제`에 대한 로열티를 삼성에게 요구하며 소송을 걸었다. 대단한 기술이 아니다. 소송에서 진 삼성은 5천억 원 정도를 지불했다. 이처럼 특허는 돌부리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자병법에는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다`는 말이 나온다. 분쟁이 벌어졌을 때 승자에게도 피해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특허의 경우 `협상`이라는 카드가 있다. 탄탄한 특허를 기반으로 협상에 임하면 싸우지 않고 상대방을 굴복시킬 수 있다.

 춘추전국 시대 진(秦)나라 왕이 공주를 진(晉)나라 공자에게 시집 보낼 때 온갖 장식으로 치장한 시녀 70명을 함께 보냈다. 그런데 공자는 시녀들만 좋아하고 공주를 박대했다. 특허도 남에게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기술 개발하는 목적은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한 것인데 기술만 뺏기는 경우가 많다. 특허를 잘못 받았기 때문이다. 남이 모방해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성을 쌓아야 한다. 바꿔 말하면 남의 특허를 잘 보면 내 성공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다.

 특허제도의 존재 이유는 산업발전에 있다. 특허를 받으면 1년 6개월 뒤 공개하게 된다. 이 때문에 특허는 방대한 도서관과 같다. 그러나 기존의 것보다 더 진보된 것을 발명하지 않으면 특허를 받을 수 없다. 남의 특허를 연구하고 모방하면서 발전시켜야 한다. `열심히`가 아니라 `영리하게` 일해야 한다.

 옛날 요동사람의 돼지가 머리가 흰 새끼를 낳았다. 그는 이를 진귀하게 여겨 왕에게 바치려고 하동까지 갔다. 그런데 그곳의 돼지들은 모두 머리가 흰 새끼였다. 그는 자신의 견문이 좁음을 부끄럽게 여겨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갔다.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고 남에게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특허 상담을 해보면 열에 일곱은 이미 존재하는 특허이다. 남을 아는 것이 곧 자신을 아는 것이다.

 수사자는 7~8일 이상 누워있다가 배가 고프면 일어난다. 그런데 사냥을 하지 않고 하늘을 본다. 독수리를 찾기 위해서다. 그 아래 다른 죽은 동물이 있기 마련이다. 사자는 그곳으로 가 포식을 하던 하이에나 등 다른 동물을 내쫓은 뒤 사냥감을 빼앗아 먹는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를 하는 것을 봐야 나도 잘 할 수 있다. 모방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부끄러운 것은 침해하는 것이다.

 허성원 변리사는 마지막으로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돌이 다 떨어져서가 아니며, 청동기 시대가 오지 않았던 것도 구리가 없어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상에는 두 가지 기업이 있는데 변화하는 기업과, 사라지는 기업이다"며 "끊임없는 특허 개발과 효과적인 전략 수립으로 기업 발전을 견인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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