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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신임 총리 역할 제대로 수행해야
정세균 신임 총리 역할 제대로 수행해야
  • 경남매일
  • 승인 2020.01.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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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태균

 

 문재인 정부는 국무총리가 실질적인 행정수반으로 장관들의 인사 제청권을 행사하고 내각을 이끄는 책임총리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무총리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모든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청와대가 인사 독점은 물론 중요한 국정 발표를 하고 있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총리는 대통령의 얼굴마담 역할만 하는 게 아닌지 궁금하다.

 이낙연 전 총리의 경우 자기 목소리를 낼 듯이 하다가도 청와대가 의중을 드러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국회 대정부 질문과 답변에서 다음 날 말을 바꾸기도 했다. 특히 조국 사태를 두고 이 전 총리는 소신 있는 한마디도 제대로 못 한 채 총리직을 정세균 총리에게 넘김으로써 보통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총리의 목소리와 역할을 기대한 국민에게 아쉬움만 남기고 말았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당시만 해도 국민들은 최초의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으로서 민주적인 통 큰 정치력을 발휘하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첫 조각 시에 장관 지명을 받은 상당수의 후보자들이 도덕성과 자질 시비로 인해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문 대통령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법과 상식을 초월한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권을 보면서 문재인 정부에 걸었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흔히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장관에 대한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 해도, 국민들에게 분명한 국무위원 선정 기준을 알려주고, 기준에 알맞은 인물인지 검증하는 시스템을 확실하게 가동해야 한다. 대선후보의 공약에는 정책 방향이 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정책 방향에 맞는 장관을 국무위원으로 뽑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자의 초심으로 돌아가 그때의 약속대로 인사권을 행사해야 마땅하다.

 솔직히 말해보자. 현재 청와대 보좌진에서 문 대통령에게 "이건 아닙니다"고 직언할 수 있는 참모가 있는가. 인사 검증 책임자인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제대로 검증할 자격이나 있는지 국민은 납득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장관 후보자 지명은 탕평인사가 아닌 문 대통령의 대선 공신이나 진영논리에 맞는 측근 사람들로 채웠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진심으로 공평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는지 재고해 봐야 할 시점이다.

 대통령이 여론을 무시하고 장관을 임명한 후 국론 분열을 초래해도 도대체 총리의 목소리와 역할은 어디로 갔는가? 아울러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약속한 실질적인 장관의 인사 제청권을 행사하는 총리제를 실시하겠다던 각오와 다짐을 지금도 갖고 있는가?

 책임총리제를 시행하려면 무엇보다도 우선 가장 절실한 것이 장관의 인사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본다. 만약 총리가 앞으로 장관 인사에서 문제점이 노출되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총리 스스로 맡은 직무를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신임 정세균 총리는 이 점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 민주적인 정부라면 다수의 의견이 소수보다는 보편타당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지금 북한 핵 문제와 경제적인 난관으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남북 정상회담이 미궁에 빠진 채 북한의 도발 위협이 갈수록 높아지고 우리의 최근 경제환경도 어려운 상황임을 직시한다면 정세균 신임 총리는 내각 수반으로서 정치력을 지혜롭게 발휘해,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총리직을 수행해 주길 기대한다.

 국회의장을 지낸 사람이 총리직을 수락했을 때 실망한 다수의 국민을 감안할 때 정 총리는 입법부의 수장을 지낸 분으로서 대통령의 얼굴마담이나 하는 총리직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에게 `이것은 아니고요, 저렇게 하는 것이 옳습니다` 고 직언하지 못한다면 얼굴마담 총리라는 딱지를 뗄 수 없을 것이며, 결국 정 총리도 지역 안배라는 구색 맞추기 총리에 머물고 말 것이다. 모든 일은 시작이 반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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