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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부편
밀양 부편
  • 경남매일
  • 승인 2020.01.2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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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br>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선비의 고장 밀양에는 비교적 전통음식들이 많이 있다.

 1751년(영조 27) 실학자 청담 이중환(李重煥 1690∼1756)이 현지답사를 기초로 해 저술한 우리나라 지리서 `택리지(擇里志)`에 朝廷人才半嶺南(조정의 인재 반이 영남)이라는 사림파 형성의 기틀을 마련한 영남유림의 중심 밀양은 선비의 고장으로 의례문화(儀禮文化)가 잘 보존돼 있다.

 특히 밀양의 떡은 대표적인 것으로 밀양 부편, 밀양 경단, 밀양 주악, 밀양 쑥꾸리, 밀양 백편, 밀양 잡과편이 유명하다.

 이외에도 연 식혜, 연엽주 등 밀양은 반가에서 흔히 대 할 수 있는 귀한 음식들이 많이 있다.

 밀양은 관혼상제에서 큰 상을 차릴 때는 떡을 편대에 차곡차곡 괸다. 특히 나라에 큰 공적을 세우거나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남긴 이들에게 내려지는 불천위제(不遷位祭)와 명절 차례는 종가의 사랑채 제청(祭廳)에서 행해지는데, 불천위제는 출주-진설-강신례-참신례-초헌례-아헌례-종헌례-유식례-합문례-계문례-사신례-철상-음복례 순으로 진행된다.

 이때 제상에 올리는 떡은 `편 틀`이라고도 불리는 편대에 `본편`이라는 시루떡을 한 자 반(약 45㎝)을 괴는데, 본편은 가장 어른 떡이라는 뜻이다.

 종부들은 "시루떡 제대로 되면 제사떡 한 시름 놓는다"라고 할 정도이다.

 시루떡 위에는 각양각색의 잡편(웃기떡)이 놓이는데, 밀양에서는 본편인 시루떡 위에 본편과 잔편을 포함해 열다섯 종류의 떡을 고인다.

 본편은 물을 내려서 각색 고물, 거피팥고물, 녹두 고물을 얹어 찌는 점이 재래의 편이나 떡과 같다. 잔편으로는 절편, 송편, 잡과편을 놓고, 그 위에 주악, 단자류(團子類)인 부편을 놓는다. 부편이란 말 자체가 웃기떡을 이르는 말이듯이, 각색 편의 웃기로 쓰인다. 특히 떡 고임의 웃기로 올리는 밀양 부편은 다른 지역의 부편에 비해 모양도 예쁘고 맛이 좋아 밀양 사람들이 자주 해 먹던 향토 떡으로 옛날부터 한양까지 소문이 날 정도였다.

 밀양 부편은 찹쌀가루를 익반죽해 콩가루에 꿀과 계핏가루를 넣어 만든 소를 넣고 둥글납작하게 만든 다음 겉에 밀양 단장 대추나 상동 곶감 채를 묻힌 떡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부분 익반죽하면 더운물에 쌀가루나 밀가루를 반죽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끓는 물에서는 반죽이 잘 풀어져 원형이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익반죽의 정석을 밀양부편 만드는 법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경단이나 새알심을 할 경우의 밀양 부편식의 익반죽을 하면 원형을 유지 할 수 있으며 탱글탱글한 식감도 있어 맛이 있다.

 우선 미지근한 물로 쌀가루를 반죽한다.

 반죽한 덩어리를 둥글게 만들어 가운데 잘 익게 하기 위해 도넛처럼 구멍을 뚫은 후 팔팔 끓는 물에 넣고 익혀 준다.

 익은 쌀 반죽 덩어리를 쌀가루 그릇에 넣는다.

 익반죽이 뜨거우므로 위에 쌀가루를 덮고 반죽을 완전히 치댄다.

 이렇게 완성된 반죽이 정상적인 익반죽이며, 이렇게 한 익반죽으로 팥죽 끓일 때 들어가는 새알심을 만들면 풀어지지 않고, 경단의 노화도 더디다.

 사실 더운물에 하는 반죽은 그냥 반죽이지 익반죽이 아니다. 익반죽이란 쌀이나 밀가루 등을 익힌 것을 다시 반죽하는 것이 익반죽이다.

 밀양 부편이 한양까지 소문이 난 것은 익반죽의 정석을 그대로 고수하고 아밀로오스(amylose) 5%, 아밀로펙틴(amylopectin) 95%의 녹말로 구성돼 밀양 찹쌀은 노화가 더디 되고 윤기가 흐르며 차진 맛이 있다. 여기에 덧붙여 밀양 단장면 대추와 상동면 반시곶감 맛이 어우러져 명품 부편이 탄생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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