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0:32 (토)
삼권분립 붕괴와 전체주의 독재 부상
삼권분립 붕괴와 전체주의 독재 부상
  • 이광수
  • 승인 2020.01.19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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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국회의원을 내리 6선하고 입법부 수장을 지낸 사람이 국무총리가 됐으며, 여당 대표를 한 국회의원이 법무부 장관이 됐다. 현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중립의무를 저버리고 행정부 거수기 역할만 한다고 출신 고교 경복고 동문들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동문 명단에서 제명하겠다고 공개 성토를 했다. 또한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 역시 소신 없이 행정부의 눈치 보기로 좌고우면한다고 출신 고교 경남고 동문들이 제명 결의 집단 성토를 했다. 그리고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을 `사법 독립 부정`이라고 성토했던 판사가 사표를 내고 정치판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법관의 권위를 외면한 채 청와대로 입궐(?)하거나, 승진에 눈이 멀어 좌고우면하고 있으니 사법권의 독립은 물 건너간 느낌이 든다. 과연 이 나라에 삼권분립이 존재하는지 의문스럽다. 입법부와 사법부가 삼권분립의 원칙을 망각한 채 행정부의 하위부서처럼 그 권위가 추락한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일찍이 세계적인 선각자들은 지식 정보화시대의 급진전에 따라 정보의 중앙집권화로 인해 행정국가로 이행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예측을 한 바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금 세계 각국은 행정 권력의 비대화로 전체주의 내지 일당 독재체제로 기울고 있다. 이는 삼권분립제도의 와해로 자유민주주의 제도가 붕괴되고 있다는 증거다. 삼권분립의 요체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유지이다. 이 제도는 영국의 존. 로크가 한나라의 행정권과 입법권은 엄격하게 분립해야 한다고 이권 분립을 주장한 후, 프랑스의 몽테스키외가 사법권을 추가하여 삼권분립을 주장하면서 국가의 권력 체계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독립하게 됐다. 그는 삼권분립제도가 확립되지 않으면 반드시 독재가 일어나고 시민의 자유가 말살될 것이라고 그의 저서 <법의 정신>에서 경고했다.

 입법부의 수장을 지냈던 사람을 격에 맞지 않은 행정부 2인자이자 의전 서열 5번째인 국무총리로 임명하고, 청와대 참모들을 대거 내년 총선에 출마하게 한 것은 그들을 교두보로 의회를 장악해 오직 행정부 주도 정치에 올인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지금 정부에서는 집권 공약인 검찰개혁을 위해 온갖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 실행전략이 바로 이번 인사 조치로 보인다. 이는 최고지도자가 통치권 행사에 자신감이 없거나 국민의 정부 신뢰가 취약한 기반 위에 있음을 증명한다. 국가 권력의 독점은 부정부패와 전체주의 내지 독재 체재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그리고 복수는 또 복수를 잉태해 역사의 심판으로 부메랑이 돼 자신들에게 독화살이 돼 되돌아올 것이다. 우리의 지난 정치사가 그러했고 세계 정치사도 그랬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권력의 칼을 함부로 휘두른 독재자들은 결국 반동 세력과 국민에 의해 철퇴를 맞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제 정치는 막가파식 내로남불이 판치는 가운데 페르소나로 위장한 포플리즘(인기영합주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의회 민주주의 요람이라는 영국조차 막장 정치판이 됐으니 종말 단계로 접어든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어찌하든 우리나라만은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는 처절한 저항 끝에 쟁취한 권리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초단 기간에 동시에 이룩한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다. 5천 년의 유구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지금처럼 국가의 품격이 높아지고 번영을 이룩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세계를 누비며 일류상품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유능한 기업인들, 세계문화예술계와 스포츠계를 주름잡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젊은 천재들을 세계가 열광하며 부러워하고 있다. 이런 나라를 막장 정치가 망쳐놓는다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치욕의 지난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대오각성은 물론, 국민 모두가 깨어있는 주권 의식으로 단단히 무장해야 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지키려고 노력할 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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