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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왕도 김해의 상징색
가야 왕도 김해의 상징색
  • 정창훈 대표이사
  • 승인 2020.01.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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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대표이사 정창훈
본지대표이사 정창훈

 김해시는 김해만의 자연환경과 생활환경, 문화유적을 담은 독특한 색채 가이드라인 `김해 색`을 만들었다. 김해 현상색 100색과 김해지역색 50색을 선정한 뒤 이 중에서 가야 갑옷 철색, 진영 단감 색, 가야 들판 황금색, 고분 밝은 갈색, 이팝나무 미색, 수로 녹색, 은하 푸른 단청색, 화포천 물색, 김해평야 하늘색, 구지봉 바위색을 김해의 10대 대표색으로 선정했다. 시를 대표하는 상징색은 수로 녹색으로, 기조 색은 가야 갑옷 철색과 고분 밝은 갈색으로 정했다.

 현대사회에서 고유 역사와 문화를 통해 도시만의 정체성을 가지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색깔을 통한 도시 정체성의 확보는 도시의 특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낼 방법이다.

 색은 인간의 표현 수단 중 하나이며 명시성, 유목성 등의 시각효과를 이끌어낸다. 정보화 시대의 홍보 전략으로 개인이나 기업, 단체, 국가 등의 이미지를 전달할 때 상징기능을 지닌 색깔을 사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많은 대도시들이 도시 외관, 철학, 브랜드를 정립하는 중심에 색깔이 있다.

 가야 왕도의 색은 어떨까.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수로왕의 등장과 가야의 건국 과정이 드러나 있다. 서기 42년 3월 계욕일(음력 첫 사일(巳日)에 액을 없애기 위해 물가에서 몸을 씻고 모여 술을 마시는 날) 구지봉(龜旨峯)에서 사람들이 구지가를 부르며 춤을 췄다. 그때 돌연 하늘에서 붉은 줄에 매달려 내려온 붉은 보자기에는 황금빛 상자가 있었고, 그 안에는 황금알 여섯 개가 담겨 있었다. 12일이 지난 다음 날 아침, 알들은 어린아이로 변해 있었다. 아이들은 10여 일이 지나자 키가 9척으로 자랐으며, 용처럼 생긴 얼굴에 8색의 눈썹과 겹으로 된 눈동자를 갖고 있었다. 그달 보름 왕위에 올랐는데, 맨 먼저 세상에 나온 이를 수로(首路)라 불렀다. 나라는 대가락(大駕洛) 또는 가야국(伽耶國)이라고 했다. 나머지 아이들도 각각 다섯 가야의 왕이 됐다. 모든 탄생ㆍ건국 신화가 그렇듯이 믿기지 않지만 흥미롭고 신비하다.

 경남 창원 진해구에는 망산도라 불리는 섬이 있다. 이곳은 인도에서 출발한 허황옥(許黃玉) 일행이 가락국을 찾다가 도착한 곳으로 전해진다. 망산도의 전체적인 모양은 거북 같으며 머리에 해당하는 곳에는 `望山島`(망산도)라 음각된 비석이 있다.

 아유타국(인도)의 공주는 어떻게 이곳까지 왔을까. 어느 날 그녀의 부모는 꿈에서 하늘의 상제에게 딸을 가락국 수로왕의 배필로 보내라는 계시를 받았다. 그녀는 부모의 말을 따라 고국을 떠났고, 바다와 하늘의 끝까지 찾아다니다 겨우 가락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녀가 탄 배는 망산도 서남쪽, 붉은 돛을 달고 붉은색 깃발을 휘날리며 나타났다고 한다.

 수로왕비릉 아래에는 파사각과 부정형의 돌 다섯 개를 쌓아 올린 파사석탑이 있다. 이 돌들은 허황옥이 인도에서 배를 타고 올 때 파도를 잠재웠다고 하며, 원래 네모였지만 뱃사람들이 풍랑을 막기 위해 돌을 떼어가 지금처럼 됐다고 한다. 돌 표면에 붉은빛이 감도는데 닭 볏의 피를 떨어뜨리면 굳지 않는다고 한다. 가야의 역사에 드러난 붉은 줄, 붉은 보자기, 붉은 돛 등 붉은빛을 상상할 수 있다.

 으뜸과 신성 태초에 빨강이 있었으며 태양의 빛이었다. 세상을 어둠에서 해방시키는 것은 동녘에서 솟아오르는 빨강이었다. 그래서 빨강은 으뜸 자리를 차지해 신성함의 상징으로 군림했다. 우리는 가장 처음 어머니의 태중에서 막 빠져나올 때 빨강을 본다. 빨강에 담긴 의미는 신성, 으뜸, 벽사, 열정, 사랑 등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빨강은 색의 제왕이며 삼원색(빨강, 노랑, 파랑) 중 으뜸이요, 무지개의 7색 중 맨 앞자리다.

 런던의 레드, 뉴욕의 옐로우 택시, 그리스 산토리니의 블루 앤 화이트, 서울의 단청 빨간색. 이처럼 도시의 색은 그 정체성을 표현하고 자긍심 고취와 화합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도시의 색깔은 도시 구성원의 삶에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건강과 안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색이 적용되는 대상이 실재하는 공간이든 가상공간이든, 그리고 제품이든 복식이든 그 색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사람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며 행동을 지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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