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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즈`의 사랑과 헌신 되새겨야
`톤즈`의 사랑과 헌신 되새겨야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0.01.15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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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남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의 사랑과 봉사의 울림이 계속되고 있다.

 14일 선종 10주기를 맞아 이 신부의 고향인 부산시 남부민동 톤즈 문화공원에서는 이태석 기념관이 개관됐다. 모교인 김해 인제대학교에서는 이 신부를 기리는 다양한 추모행사가 마련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9일에는 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울지마 톤즈 2 : 슈크란 바바`도 선종 10주기에 맞춰 개봉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는 그의 선종 8개월 후 개봉돼 당시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이 영화 시즌 2의 개봉으로 이 신부가 우리에게 보여 준 감동 스토리의 기억을 10년 만에 되살리고 있다.

 1962년 10남매 중 막대로 태어난 이 신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부친을 여의고 삯바느질로 생계를 꾸리는 홀어머니 슬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판잣집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인제대학교 의대를 진학해 1987년 의사가 됐다. 이어 광주카톨릭대학 신학과와 로마 교황청 살레시오대를 졸업하고 사제서품을 받았다.

 이 신부가 의사가 되고 신부가 돼 아낌없는 헌신적 사랑을 실천하게 된 배경에는 그의 성장배경에 있다. 어릴 때 집 근처 고아원에서 본 신부 수녀들의 헌신과 10남매를 위해 희생한 어미니의 고귀한 삶의 영향이 이 신부에게 선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이 신부는 이 같은 헌신적 봉사와 사랑을 아름다운 향기로 표현했다.

 이 신부가 남수단 톤즈와 연을 맺은 것은 그의 나이 36살 때인 1999년이다. 당시 현지 신부의 안내로 오지 중 오지인 톤즈를 방문했다. 이 신부는 방문 후 1주일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어떤 상상으로도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가난하고 45도를 넘는 살인적인 더위와 습기로 외지인이 머물기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신부는 다시 톤즈에 가겠다고 말하고 톤즈에 들어갔다. "왜 하필"이라고 주위 사람의 질문에 그는 "아름다운 향기에 이끌러서…"라고 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집 근처 고아원에서 본 수녀들의 사람과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10남매를 키우기 위해 헌신한 어머니의 삶이 자신을 이끈 이름다운 향기라고 말했다.

 톤즈에 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진흙과 대나무로 움막 진료소를 짓는 일이었다. 진료소는 전쟁과 전염병, 굶주림에 찌든 주민들이 찾는 사랑의 쉼터가 됐다.

 수십 년 내전에 시달리던 주민들에게 총과 칼 대신 악기를 들게 해 끝내 그들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남수단 초유의 35인조 밴드를 창단했다. 이 신부는 중학교 3학년 때 `난 사랑하리라 내 모든 것 바쳐`로 끝나는 성가 `묵상`을 작사ㆍ작곡 한 음악적 재능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그의 재능과 신념은 남수단 톤즈 사람에게는 사랑이 되고 복음이 됐다.

 어둡고 낮은 곳에서 사랑을 쏟느라 지기 몸에 암세포가 퍼지는 줄은 몰랐던 이 신부는 2008년 한국에서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을 했다. 투병 중에도 톤즈에서 파다 남 우물 걱정을 했다. 톤즈로 돌아가지 못하자 이 신부는 톤즈의 아이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대학 공부를 시켰다. 이 신부의 시동이었던 토마스 타반 아콧은 이 신부의 모교인 인제대 의대를 졸업하고 2년 전 의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외과를 전공한 아콧은 레지던트가 끝나면 남수단으로 돌아가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갖고 봉사활동을 할 생각이다. 이태석 밴드 단원인 아순타 아조크는 이 신부의 도움으로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아조크는 2012년 한국을 방문해 동료 단원 28명과 함께 이 신부의 묘소에 진혼곡을 바치며 보은을 했다. 이태석 신부의 아름다운 헌신은 제2의 이태석을 꿈꾸는 사람들의 줄 잇기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이태석 봉사상을 받은 외과 의사 박세업 글로벌케어 북아프리카 본부장은 15년째 몽골, 아프가니스탄, 모로코, 모리타니에서 의료활동을 펴고 있다. 2007년 출범한 수단 어린이장학회는 동티모르 등 10여 개 나라로 확대해 지원하는 등 사랑이 확산되고 있다.

 고 이태석 신부의 고귀한 삶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신부의 참사랑 정신이 우리 사회에 널리 펴져 나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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